조태열 “얽힌 실타래 풀자”…왕이 “양국 수교의 초심 지켜야”
한·중 외교장관이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최근 몇년간 어려움을 겪었던 양국관계 개선과 이달 말 개최를 목표로 조율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 등 현안을 논의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한·중 수교의 초심’을 거론했으며 조태열 외교장관은 “이견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며 협력을 해나가자”고 밝혔다.
조 장관과 왕 부장은 이날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나 회담과 만찬을 진행했다.
두 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한·중관계가 직면했던 어려움부터 언급했다. 왕 부장은 “최근 중·한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이 현저히 늘어났다”며 “이는 양측 공동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 측이 원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한국은 중국과 함께 양국 수교 초심을 고수하고 선린 우호의 방향을 견지하며 호혜 협력의 목표를 지킴으로써 방해를 배제하고 서로 마주 보고 가며 힘을 합쳐 중·한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는 데 함께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번 방문이 양국 간에 얽혀 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서 한·중관계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도록 물꼬를 트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 여러 지정학적 갈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다양한 도전 과제에 양국이 직면해 있는 만큼 양자관계뿐만 아니라 공동의 도전에도 함께 대응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한 공동의 의지와 신뢰를 다지고 향후 협력 방향을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 이번 방중의 큰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2008년에 맺은)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며 이를 위해 중국 측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난관이 있더라도 이견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협력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한·중 협력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속도와 규모가 아니라 상호 신뢰 증진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을 다지는 데 더욱 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갈등보다 협력에 초점을 맞춰 작은 일부터 하나씩 착실하게 성과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중 외교장관 만남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이후 약 6개월 만이며 조 장관 취임 이후로는 처음이다. 한국 외교장관의 베이징 정식 방문은 2017년 11월 강경화 전 장관 이후 6년6개월 만이다. 이번 방중은 경색 국면에 놓인 한·중관계 고위급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 장관은 회담에 앞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한·중 경제관계가 과거 상호 보완적인 파트너에서 경쟁관계로 바뀌며 우리에게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다만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인들과 접점을 늘려가는 점을 긍정적 요소로 보고 있다며 “기업과 외교부가 한 팀이 되어 적극적인 경제 외교를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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