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지휘부 전면교체…'김여사 수사' 영향받나(종합)
실무 지휘라인 공석에 수사 제동 우려…"지장 없을 것" 반론도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김다혜 권희원 황윤기 기자 = 법무부가 13일 대대적인 검찰 고위급 인사를 발표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여파에 시선이 집중된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의혹 수사 전담팀이 꾸려진 지 약 열흘, 김주현 신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임명된 지 엿새 만의 인사다.
이날 인사에서는 서울중앙지검장을 필두로 한 수사 지휘 라인이 전면 물갈이됐다.
또 이 총장이 지방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폭 교체됐다.
이처럼 시점과 인사폭이 묘하게 맞물리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이제 막 본격화한 김 여사 관련 수사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중앙지검장 전격 교체…'친윤' 이창수 발탁
이창수(사법연수원 30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 내 '친윤(친윤석열)·특수통' 검사로 분류된다.
능력이나 인품 등에 대한 검찰 내 평가는 좋은 편이지만,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는 기수가 다소 낮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발탁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맡고 있는 전주지검장 보직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직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평가도 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총장의 입'으로 불리는 대검 대변인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바 있다.
작년 9월 검사장 인사 이후 만 1년이 되지 않았고 총장 임기가 약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인사 조치가 예상보다 빨리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검찰이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날이기도 하다.
B 부장검사는 "명품 가방 의혹을 한창 수사 중이고 오늘 최재영 목사를 부르기도 하지 않았냐"며 "지금 인사를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2월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새로 취임한 만큼 검찰 간부 인사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4월 총선 때문에 다소 늦어진 것일 뿐이란 의견도 있다.
중앙지검장 교체는 이미 예상됐던 자연스러운 수순인데 무리하게 김 여사 수사와 연결짓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휘부 좌천성 전면 교체" vs "승진인데 왜 좌천이냐"
송경호 중앙지검장과 지검장 산하 차장검사 네 명이 모두 승진 교체된 것이 '좌천성 승진'인지를 놓고도 여러 말이 온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C 검사는 "(송경호 지검장이 가는 부산고검장이나 김창진 1차장검사가 가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자리가) 좋은 자리는 아니다"라며 "승진을 하긴 했는데 승진을 당한 거라고 봐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D 차장검사는 "수사를 마치지 못하고 가게 된 건데 (전담팀 구성과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검찰총장이나 중앙지검장으로선 모양새가 다소 이상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부장검사 출신의 E 변호사는 "승진도 다 시켜주고 잘 된 것 아니냐"며 "보직에 따라 섭섭함은 있겠지만 불이익을 받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F 부장검사도 "차장검사 네 명이 동시에 바뀌는 것이 이례적이긴 하지만 승진할 만한 사람을 승진시킨 게 특이한 일은 아니다"라며 "승진은 잘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송 지검장과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는 작년 인사에서 한 차례 유임된 만큼 시기상으로도 바꿀 때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속도 붙은 김 여사 수사 주춤하나…"향후 조사 강도·방법 관건"
가장 큰 관심은 왜하필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사가 막 속도를 내고 있는 시점에, 전격적인 방식과 규모로 인사가 이뤄졌느냐 하는 점이다.
야당이 채상병 특검과 더불어 김건희 여사 특검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원석 총장이 '신속·엄정 수사'를 지시하면서 검찰 수사 결과에 이목이 쏠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인사가 김 여사 수사에 미칠 영향을 두고도 관측이 엇갈린다.
검찰 일각에서는 실제로 수사 업무를 하는 것은 검사와 부장 검사이기 때문에 차장 검사가 바뀌었다고 해서 수사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고, 이미 시작된 수사가 중단될 일도 없으리라는 시각이 있다.
반대로 김 여사의 소환 여부, 방식 등 절차적인 부분은 검사장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큰 만큼 검사장과 지휘 라인 교체가 수사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더구나 검찰 출신 '인사통'으로 알려진 김주현 민정수석이 부임하자마자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종의 '수사 무마' 시그널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선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A 변호사는 "이 지검장이 부임하면 적어도 김 여사 문제에 있어서는 대통령의 입김이 세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만간 중간 간부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동안 1∼4차장검사 자리가 공석이라는 점도 검찰 수사를 더디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건은 이창수 검사장 체제의 서울중앙지검이 김 여사 관련 수사를 얼마나 신속하게 진행해 국민들이 의문스러워하는 지점을 해소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A 변호사는 "인사 이후 김 여사를 조사하는 강도나 방법에 따라 이번 인사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이 와서 충분히 잘할 수 있다면 문제 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방 순방 중 참모 대거 교체된 검찰총장…내일 일정 취소
명품 가방 의혹에 대한 신속·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이 총장의 참모들이 대폭 물갈이됐다는 점도 심상치 않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임기를 약 넉 달 남긴 상황에서 팔다리 역할을 하는 부하들을 대거 잃은 셈이기 때문이다.
대검 내부적으로 법무부의 전격적인 인사 발표에 당혹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앞서 법조계에서는 이 총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소환하는 문제를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는 설이 제기된 바 있다.
최근 이 총장이 김 여사 명품 가방 의혹 전담 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후에도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용산-검찰 갈등설'이 다시 부각되기도 했다.
이날 춘천지검 영월·원주지청을 방문해 서초동 집무실을 비운 이 총장은 인사 발표 뒤 이튿날 예정됐던 충북 방문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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