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 입은 청년들,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특검법 거부 말라”

전지현 기자 2024. 5. 1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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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 물살에 휩쓸릴 수 있었다…또 다른 죽음 막아야”

“채 상병이 입지 못했던 구명조끼를 입고 이 자리에 있습니다.”

20·30대 청년들이 빨간 구명조끼를 입고 13일 오후 6시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 모였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관련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채 상병 특검 거부권 저지 청년·대학생 긴급행동’에 동참한 청년 80여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겸한 집회를 열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다시 대통령실 앞에 모일 것”이라며 “순직 1주기를 부끄럽지 않게 맞이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청년들은 “나도 그 물살에 휩쓸릴 수 있었다”는 글귀가 쓰인 현수막 앞에 모였다. 이들은 채 상병의 순직이 남 일 같지 않기에 거리에 나섰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4)는 “이런 황당한 죽음이 일어나는 나라여선 안 된다는 생각에 참여했다”며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어린 군인들을 구명조끼 하나 없이 물속에 들여보낸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손팻말용 도화지에 ‘구명조끼 하나만 입혔어도…’라고 적었다.

또 다른 죽음을 막기 위해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들은 ‘누구도 죽지 않는 사회를 원합니다’ 등을 손팻말에 적었다. 이영헌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지부 대표는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청년에게 1년 동안 국가가 보여준 것은 외면”이라며 “이 나라의 군인이 왜 위험한 물살에 구명조끼 하나 없이 투입되어야 하는지, 왜 수사에 외압이 있었는지 밝히지 않는다면 제2의 채 해병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통상 통신자료 보관 기한인 1년이 넘기 전에 특검법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병대예비역연대 법률자문역인 김규현 변호사는 “수사할 때 통신기록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며 “특검을 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5월 중 특검법이 통과되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긴급행동은 오는 14일부터 대학가에 채 상병 특검 진행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붙일 예정이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날 오후 6시에 다시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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