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수석실 신설…대통령실 규모 키우고 ‘낙선·친윤’ 참모 호위체제로
출범 시 “슬림 조직”과 멀어져
비서관급 이용 의원 합류 유력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대통령실에 저출생 대응 방안을 전담하는 저출생수석실 신설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 3기 참모진은 3실장 8수석 체제로 확대 재편된다. 비서관급 인선에서는 윤 대통령 ‘호위무사’로 불리는 이용 국민의힘 의원의 대통령실 합류가 유력하다. 3기 참모진 구성에서 ‘총선 낙천·낙선자의 귀환’ ‘친윤석열(친윤)계 정치인 입성’이 두드러지면서 돌려막기 인선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저출생수석실 설치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 신설을 밝힌 데 이어 대통령실에도 전담 조직을 따로 만들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저출생 문제는 국가의 지속 가능성이 달린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국가가 지금 (저출생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수석실을 따로 만들어 전담하게 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생수석이 신설되면 대통령실은 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정책실장 산하에 시민사회·정무·민정·홍보·경제·과학기술·사회·저출생 수석이 포진하는 3실장 8수석 체제로 확대 재편된다.
윤 대통령이 정부 출범 당시 강조한 ‘슬림 대통령실’ 기조와는 거리가 있다. 당초 2실 5수석 체제로 시작한 대통령실은 이후 개편을 거칠 때마다 조직을 확대해왔다. 올해 초 과학기술수석이 신설됐고, 지난달 총선 참패 뒤에는 민심 청취 강화를 들어 공약을 뒤집고 민정수석을 부활시켰다.
저출생수석실은 정책실장 산하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역할과 조직 윤곽은 추후 논의를 거쳐 정리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적임자를 찾아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저출생수석실을 구성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출생수석 외의 3기 수석급 참모진 구성은 지난주 마무리됐다. 대통령실은 이에 따라 이번주 비서관급 인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총선 참패 이후 정무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춘 만큼 정무수석실 개편이 관심사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정무수석실을 1(대국회)·2(전략)·3(자치행정) 비서관 체제로 개편하고 정치인 출신 비서관들을 포진시키는 안을 검토 중이다. 정무1비서관에는 이용 의원이 우선 거론된다. 정무2비서관에는 김장수 이명박 정부 청와대 선임행정관, 정무3비서관에는 재선 의원 출신인 김명연 전 의원 기용을 검토하고 있다. 전현직 의원들을 기용하면서 정무 기능 강화에 나서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지냈고, 정부 출범 초기부터 당내에서 친윤계 목소리를 강하게 내왔다. 이 의원이 최종 발탁되면 친윤계 중진인 정진석 비서실장이 이끄는 대통령실 조직에서 대국회 업무를 친윤계 의원이 맡게 된다. 앞서 관료 출신 비서실장들이 이끌던 조직에서 친윤 색채가 강한 정치인들이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조직으로 변모하는 셈이다.
총선 뒤 낙천·낙선 인사들도 줄지어 대통령실로 입성하고 있다.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은 낙선했고, 지난 10일 임명된 전광삼 시민사회수석은 낙천했다. 정무수석실 비서관으로 거론되는 이 의원과 김 전 의원도 이번 총선에서 각각 경기 하남갑, 안산병에서 낙선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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