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괜찮아”…팬들 울린 ‘진심’
장지수(24·한화, 왼쪽 사진)는 “미안해”라고 말했고, 김규연(22, 오른쪽)은 “괜찮다”라고 답했다. 투수 교체가 이뤄지는 잠깐의 순간, 프로야구 한화의 젊은 투수들은 이 세 글자에 각자의 진심을 담았다.
지난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롯데전은 홈팀 롯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장단 18안타를 몰아친 롯데는 18-5로 한화를 꺾었다. 경기 결과보다 더 화제가 된 장면이 있었다.
초반부터 롯데 타선에 난타를 당한 한화는 5-10으로 뒤진 7회말 장지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미 불펜 소모가 심했고, 키움과 주말 3연전(10~12일) 일정까지 고려하면 장지수가 ‘패전 처리’ 역할을 소화해주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패전 처리’는 이름과 달리 야구에서 가장 희생적인 플레이다. 이미 승부가 끝난 상황에서 다른 투수들을 쉬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이다.
첫 이닝을 무난하게 막은 장지수는 8회말 급격하게 흔들렸다. 무사 1·3루에서 4연속 안타를 맞아 4실점했다. 계속된 무사 1·2루에선 제구 난조로 볼넷까지 허용했다. 한화 벤치는 결국 무사 만루에서 승리조 투수인 김규연을 투입했다. 상기된 얼굴로 마운드를 내려가던 장지수는 마운드로 올라오던 김규연에게 “미안해”라고 말했다. 장지수의 입 모양이 중계화면에 잡히며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경기를 마친 장지수는 더그아웃에 들어와 눈물을 흘렸다. 답답한 심정에 자신의 허벅지를 힘껏 내리쳤다. 장지수는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경기 뒤 김규연의 SNS엔 그와 장지수를 응원하는 팬들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지난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김규연은 “마운드에 올라갈 때 ‘미안해’라는 말을 들었다. 괜찮으니까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김규연은 “(장)지수 형 점수까지 줘버려서 내가 더 미안했다. 서로 미안하다고 그랬다”고 전했다. 장지수의 마음을 알기에 더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는 “마운드에 그렇게 혼자 서 있을 땐 진짜 외롭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지수 형이 저를 잘 챙겨줬다. 배울 점이 많고, 생각도 좋은 형이라 잘 이겨낼 것 같다”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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