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솔롱고스, 대한민국
한국 사회는 본격적으로 ‘다인종·다문화 국가’에 진입하고 있다. 2023년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전체 인구의 4.89%인 25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다인종·다문화 국가’의 기준으로 정한 5%에 가까운 수치로 아시아 최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의 ‘2023년 사회통합실태’ 조사를 보면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4점 만점 기준 평균 1.8점으로 매우 낮았고 국민 10명 중 6명은 인종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다른 외모와 언어에 대한 포용 정도는 미흡한 편이다.
이런 가운데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지원하는 고용허가제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고용허가제를 통해 96만여명의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E9 비자)가 우리나라에 취업을 했고, 상반기 중 100만번째 근로자가 입국하게 된다. 이들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어렵고 힘든 일자리를 지켜왔으며 중소기업과 농어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우리의 ‘이웃’이 되었다.
지난달 캄보디아 현지에서 한국에 취업하기를 원하는 근로자들과 만나 삶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 일하러 간 남편을 그리워하며 한국행을 준비하는 A씨, 한국의 정과 문화를 동경하며 다시 한국행을 꿈꾸는 B씨, 귀국 후 마주한 열악한 현지 삶을 벗어나고자 다시 한국행을 꿈꾸는 C씨. 이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며, 이들이 동경하는 곳이다. 이들 모두는 한결같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가지고 싶어 했다.
연평균 5만명 수준으로 받았던 외국인 근로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1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는 16만5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20만명 시대가 머지않았다. 대한민국의 급격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의식실태 조사를 보면 ‘결혼 이주민과 이주노동자 인권이 존중되는 정도’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54.3%는 ‘존중되지 않는 편’이라고 답해 현실과 인식의 갭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다름을 받아들이고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마음은 상대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아야 생길 수 있다.
노동인력의 수요과 공급 측면의 ‘이방인’에서 함께 삶의 터전을 일구는 ‘이웃’으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마인드셋의 변화가 필요하다. 팍스 로마나, 투르크의 오스만제국, 이민자의 나라 미국을 초일류 국가로 만든 힘은 다양한 민족의 포용적 수용과 그 과정에서 배운 문화의 용광로였다.
몽골 사람들은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솔롱고스’라 부른다, ‘무지개와 같이 아름다운 나라’라는 의미다. 일곱 빛깔 무지개가 희망을 상징하듯 다인종·다문화가 어울려 더욱 풍요롭고 성숙한 대한민국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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