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이정후 결국 '시즌 아웃' 전망까지 나왔다, 美 현지서 최악의 경우 수술까지... 미친 투혼의 대가가 이토록 크다
이정후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 경기에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으나, 1회초 수비 과정에서 펜스와 크게 충돌한 뒤 곧바로 교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모처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이정후였기에 그 아픔은 더욱 컸다. 이정후는 지난 9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경기 도중 자신의 파울 타구에 왼쪽 발등을 맞았다. 이후 왼쪽 발등 통증의 여파로 인해 10일 콜로라도전에 이어 11일과 12일 신시내티전에서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결장했다.
이정후의 결장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왼발 상태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상대 선발 투수가 주로 좌투수라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이정후에게 충분한 휴식을 준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었다. 그렇게 3경기 연속 결장한 뒤 4경기 만에 모처럼 리드오프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이정후였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중견수)-맷 채프먼(3루수)-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윌머 플로레스(지명타자)-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엘리엇 라모스(좌익수)-블레이크 사볼(포수)-캐세이 슈미트(유격수)-브렛 와이즐리(2루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이 경기 전까지 3승 1패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 중이었던 카일 해리슨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빠졌던 10일 콜로라도전과 11일 신시내티전에서 각각 패배한 뒤 12일 승리하며 반격을 도모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1회초부터 선발 해리슨이 흔들리며 고전했다.
해리슨은 선두타자 프리들에게 몸에 맞는 볼, 1사 후 스티어에게 볼넷, 2사 후 페어차일드에게 또 볼넷을 각각 허용하며 만루 위기에 몰렸다. 다음 타석에 칸델라리오가 들어섰다. 볼카운트 3-1에서 5구째를 공략했고, 타구는 우중간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나갔다. KBO 리그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중견수 이정후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현재 루키 신분인 이정후. 매번 이정후는 특히 수비에서 전력 질주를 펼치며 투혼이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타구를 낚아채기 위해 펜스로 몸을 날렸는데, 그만 공을 잡지 못한 채 오히려 펜스 그물망과 강하게 온몸을 충돌하고 말았다. 이정후의 왼 팔꿈치와 어깨, 허리에 모두 충격이 갈 정도로 이정후는 미친 투혼을 불사르며 그저 몸을 던졌다.
이제 이정후의 부상 상태에 샌프란시스코 구단과 팬들은 물론, 한국 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매체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경기 후 "이정후가 어깨 탈구와 함께 경기장에서 빠져나갔다(Jung Hoo Lee Leaves Game Due To Dislocated Shoulder)"면서 "구단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정후는 어깨가 탈구되는 부상을 당했다.(Lee suffered a dislocated shoulder, as per a team announcement) 이정후는 부상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현지 시각으로 13일에) 받을 예정인데, 만약 어깨 탈구 상태가 심각하다면 시즌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a more severe dislocation could possibly put his season in jeopardy)"이라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과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에 따르면 밥 멜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정후의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이어 "이정후가 펜스에 부딪힌 뒤 넘어지면서 일어나지 못했을 때, 나는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When he hit the wall and he went down and didn't get up, I didn't have a great feeling about it)"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동안 상승세를 탄 이정후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시즌 전 미국 야구 통계 매체인 팬그래프의 기록 예측 시스템 뎁스 차트(Depth Chart)는 이정후가 올 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581타수 151안타), 11홈런 54타점 78득점, 8도루(3실패) 53삼진 48볼넷, 출루율 0.354 장타율 0.431, OPS 0.785, wRC+ 116,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정후는 이에 근접하는 성적을 내기 위해 더욱 힘을 내는 중이었다. 이정후는 올 시즌 37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2루타 4개, 3루타 0개, 8타점 15득점 10볼넷 13삼진 2도루(3실패) 출루율 0.310 장타율 0.331 OPS(출루율+장타율) 0.641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공격과 수비에서 자기 몫을 충분히 다하고 있는 이정후였다.
미국 현지에서도 계속해서 이정후를 주목하고 있었다. 지난달 10일에는 스탯캐스트 지표를 바탕으로 주목해야 할 선수 10명을 선정했는데, 이정후가 그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스탯캐스트는 메이저리그 세부 통계 지표로, 선수와 공의 세부 움직임 등을 추적하고 분석해 제공한다. MLB.com은 이정후에 관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이정후를 영입할 때 평균 이상의 중견수 수비를 펼치면서 매 경기 강력한 콘택트 능력 및 선구안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에 매 경기 확고한 리드오프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다만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어느 정도의 힘을 보여줄지에 관해서는 다소 의문이 일었다"고 전한 뒤 "이정후는 50%가 넘는 하드 히트(강한 타구) 비율 및 평균 시속 93.4마일(약 150.3km)에 달하는 타구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최근에는 미국 현지 매체가 선정한 메이저리그 신인 랭킹에서 톱(TOP) 10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이정후는 중견수로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갖췄다. 또 (10일까지) 6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는 등 팀 내 최다 안타 공동 1위에 올라 있다"면서 "무엇보다 헛스윙과 삼진 비율이 낮은 게 매우 인상적"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랬던 이정후가 이번에 투혼의 플레이를 펼치다가 불의의 부상을 당하고 만 것이다.
이미 샌프란시스코는 외야수 쪽에서 줄부상 악재를 겪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이정후를 대신해 선발 중견수로 출장했던 오스틴 슬레이터가 수비 과정에서 펜스와 충돌, 뇌진탕 증세로 교체됐다. 결국 슬레이터는 7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어 12일 경기에서는 좌익수로 나선 마이클 콘포토가 타격 과정에서 햄스트링 염좌 증세로 교체,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정후마저 쓰러지며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말았다.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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