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학병원 뇌 맡겼다 사망…좌·우 혼동한 기록도
대학병원 측, 의료분쟁 조정 결과 거부
뇌스텐트 시술과정 영상, 부분 삭제돼
경찰,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수사 중
한 여성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뇌 시술을 받다 숨졌습니다. 시술을 안 받으면 사망할 수 있다는 의사 진단에 믿고 맡겼다가 벌어진 일입니다. 그런데 이 환자는 추적 검사만으로 충분했고, 굳이 시술할 이유가 없었다는 정부 산하 기관 판단이 나왔습니다.
최연수 기자입니다.
[기자]
두통을 앓던 50대 여성 임모 씨는 지난 2022년 10월 대전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습니다.
의사는 뇌 스텐트 시술을 하자고 했습니다.
[임 씨 남편 : 시술 안 하면은 이제 뭐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데가 터질 수 있으니까, 시술을 해야 된다…죽을 수도 있다는 그런 얘기가 되는 거니…]
임 씨가 주저하자 자신 있다고도 했습니다.
[임 씨 남편 : 자기는 이런 시술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자신 있다… 설득 내지는 이제 계속 유도를 했죠.]
의사는 시술 동의서에도 "시술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임 씨는 시술을 받다 과다 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2주 뒤 숨졌습니다.
유족들은 복지부 산하 의료분쟁중재원에 조정 신청을 냈습니다.
의료과실이 인정된다며 병원이 2억 4천만 원을 유족에게 주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의료진을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중재원은 "이 환자는 3개월 이내 추적 검사를 하면 되는 게 의학상식"이라며 "(의학) 교과서도 보존적 치료를 권고하는 사안인데, 병원은 최선을 다했다는 것 말고는 시술이 필요한 이유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하지만 대학병원 측은 강제성이 없는 중재원 조정을 거부했습니다.
[임씨 남편 : 시술받으러 들어가기 전에 손 붙잡고 잘 갔다 오라고 하더니 그런 모습이 아직도 선하고 그냥 단순하게 몇 시간 있으면 볼 수 있겠지, 그렇게 했었는데…]
유족은 병원을 경찰에 고소하고, 민사소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문제의 대학 병원은 불필요한 시술을 한 것뿐만 아니라 시술 과정도 문제였단 지적을 받았습니다. 시술 부위가 뇌 오른쪽인지 왼쪽인지도 구별하지 못했고, 전신 마취 동의서에는 환자 본인 필체와는 전혀 다른 서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최연수 기자입니다.
[기자]
임씨가 시술 받을 부위는 오른쪽 뇌였습니다.
그런데 진단서에는 오른쪽이 아닌 왼쪽 뇌라고 잘못 적은 부분들이 보입니다.
20차례가 넘습니다.
[임씨 남편 : 기록지 같은 데 보면 또 좌측이라고 기록돼 있고 그런 부분들이 많다는 거, 그만큼 엉성하게 뭔가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태에서…]
그런데, 정작 출혈이 시작된 건 뇌 뒤쪽이었습니다.
의료 중재원은 "시술 부위와 상당히 거리가 있는 후대뇌동맥 정상 혈관에서 출혈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의료진이 시술과 무관한 혈관을 잘못 건드렸단 취지입니다.
병원 측은 시술 과정이 담긴 영상은 출혈이 시작된 이후 것만 남아 있다고 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시술 하루 전, 임씨는 국소마취 동의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임 씨는 전신마취를 했고, 임씨 필체와 다른 서명이 적힌 전신마취 동의서도 발견됐습니다.
필적 감정을 의뢰하자 임씨의 필체가 아니란 결과가 나왔습니다.
해당 대학병원에 입장을 물었지만 "법적 분쟁이 진행중이라 구체적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치료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담당 의사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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