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단지 상품인가”…바티칸 박물관서 노동쟁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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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박물관 직원들이 근무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이례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보도에 따르면 바티칸 박물관의 큐레이터, 보존 책임자, 서점 직원 등 49명은 바티칸시국 행정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뒤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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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법적 분쟁 직면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바티칸 박물관 직원들이 근무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이례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보도에 따르면 바티칸 박물관의 큐레이터, 보존 책임자, 서점 직원 등 49명은 바티칸시국 행정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뒤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요구 조건에는 초과 근무 수당 인상과 건강·안전 조항 개선이 포함됐다고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전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교황은 권리에 대해 말하지만, 이곳에서 우리는 단지 상품일 뿐”이라며 “불공정하고 열악한 노동 조건 탓에 직원의 존엄과 건강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을 대변하는 라우라 스그로 변호사는 바티칸 노동법에 무급휴직 규정이 없음에도 바티칸 박물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박물관 폐쇄로 휴직한 직원들에게 급여 반환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병가를 낸 직원은 바티칸의 의사가 집을 방문했을 때 집에 없을 경우 징계를 받는 규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건 말도 안 된다”며 “주치의를 만나기 위해 한 시간만 외출해도 징계받을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바티칸 박물관에는 직원 700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
스그로 변호사는 “직원들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몇 년에 걸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지금은 49명이지만 앞으로 며칠 동안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결성을 허용하지 않는 바티칸시국에서 이러한 노동 쟁의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바티칸시국 행정원은 진정서가 접수되면 조정 절차에 들어가며, 조정이 실패하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그로 변호사는 “이것은 정중한 편지가 아니라 공식적인 절차의 시작”이라며 “조정이 잘 안되면 우리는 법정으로 간다”고 예고했다.
1509년 개관한 바티칸 박물관은 고대 로마·이집트 유물과 르네상스 걸작 미술품 등 총 7만여 점의 예술품을 보유한 세계 최대 박물관 가운데 하나다. 시스티나 성당 천장의 ‘천지창조’ 등 미켈란젤로의 걸작도 이곳에 있다.
바티칸 박물관은 2022년 508만명이 찾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772만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방문객이 많았다.
직원과 관광 가이드들은 오랫동안 바티칸 박물관의 과밀과 안전 문제를 제기해 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특히 시스티나 성당으로 연결되는 약 1.6㎞ 길이의 좁은 통로에는 양쪽 끝에만 하나씩 총 2개의 비상구만 있어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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