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받으려면 과총 누리집에 논문 무료로”…학회 반발에 철회

윤연정 기자 2024. 5. 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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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 학술단체에 정부 지원금을 나눠주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이를 지렛대 삼아 학술 단체 논문을 과총이 운영하는 누리집에 의무적으로 올리도록 요구했다가, 단체들 반발에 계획을 철회했다.

학술단체들과 과총의 설명을 13일 들어보면, 과총은 그간 정부 예산을 받아 학회와 대학부설연구소 등 비영리 학술단체에 매년 최대 2천만원씩 지원해 온 '학술지 발행 경비 지원' 사업 방식을 올해 들어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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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지난 1월 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기술 분야 학술단체에 정부 지원금을 나눠주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이를 지렛대 삼아 학술 단체 논문을 과총이 운영하는 누리집에 의무적으로 올리도록 요구했다가, 단체들 반발에 계획을 철회했다.

학술단체들과 과총의 설명을 13일 들어보면, 과총은 그간 정부 예산을 받아 학회와 대학부설연구소 등 비영리 학술단체에 매년 최대 2천만원씩 지원해 온 ‘학술지 발행 경비 지원’ 사업 방식을 올해 들어 바꾸기로 했다. 과총에서 운영하는 ‘사이언스 센트럴’ 누리집에 논문을 무료로 올려야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새로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더 나아가 기존 피디에프(PDF) 형식과 달리, 온라인화(XML∙다목적 마크업 언어)해서 논문을 올리도록 했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논문 한 편당 10만원 수준)은 학술단체들이 자체 부담하도록 했다. 과총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아 학술단체에 학술지 발행 경비를 지원하는 등의 역할을 맡아왔다. 갑작스레 과총 누리집 게재를 의무화한 데 대해 과총 관계자는 “인쇄비를 줄이고 국내 학술지를 검색이 쉬운 온라인화된 형태로 전환해서 (해외에서의) 인용 지수도 높이고 활성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미 학술단체와 민간 업체들 사이 논문 유통 생태계가 자리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각 학회들은 디비피아(DBpia), 한국학술정보(KISS) 등 민간 학술지 발간 업체들에 저작권 중 일부 권리를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용 허락 계약’을 맺은 상태다. 민간 학술지 기업이 학회 논문을 계약을 통해 확보한 뒤, 이를 대학교나 기관들에 유통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금 일부를 학회에 정산해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총의 누리집에 논문을 올릴 경우 계약을 맺은 업체들과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단체들이 ‘학술 단체 지원금’과 ‘민간 학술지 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얻은 수익’ 중 하나를 택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과총에서 개발한 오픈액세스 학술지 온라인 유통 플랫폼 사이언스센트럴 누리집. 누리집 갈무리

익명을 요구한 한 학회 전문위원 ㄱ씨는 “검색 순위가 높은 학회의 경우 민간 학술지 발간기업에서 저작권료 등으로 받는 비용이 연간 7∼8천만원 이상이 되는데, (최대 2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자고) 그 금액을 포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현재 논문 검색할 때 구글이나 네이버 상단에서 보이지도 않는 과총 사이트에 논문을 올린다고 국내 논문이 활발하게 인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 민간 학술지 발간기업도 과총의 지원 기준 변화와 관련해 “국내 학술단체와의 협력 생태계가 고사할 것”이라며 과기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과총은 이런 사정을 살피지 못했다며 지원 방식 변경 방침을 뒤늦게 철회하기로 했다. 과총 관계자는 한겨레에 “학회들과의 충분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해 학회들이 민간 단체와 밀접한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몰랐다”며 “앞으로 지난해와 다름없이 그대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희망하는 학회에 한해서만 과총 플랫폼에 논문을 올리는 형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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