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측근에 맡긴 ‘김건희 수사’, 윤 대통령은 하지 말라는 건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전격 교체됐다. 김 여사 수사 실무를 담당하던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4차장검사도 함께 교체됐다. 신임 중앙지검장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임명됐다. 검찰 인사 시점과 내용 모두 매우 부적절하다. 이번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자 김 여사 수사에 대한 노골적인 방해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송 지검장에게 김 여사 수사 전담팀을 구성해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이 불과 10일 전이다. 이날 인사는 이 총장이 지방 출장에 나선 상황에서 전격 발표됐다. 이 총장의 임기가 5개월도 안 남았는데 대검 참모진까지 대거 교체된 것은 현직 검찰총장을 한순간에 ‘허수아비’로 만들겠다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정권에 탄압받다가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주장하는 검찰총장 출신 윤 대통령의 자기모순이자, 자가당착이다.
송 지검장은 연초 김 여사 소환을 추진하다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 반면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친윤 검사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당시 대검 대변인을 맡았고, 현 정부 들어서는 야권 대상 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때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 전주지검장에 임명된 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채용비리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해 왔다.
이날 검찰 인사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본심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 질문에 “검찰이 수사를 잘할 것”이라고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은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탈탈 털어서 나올 것이 없다고 했다. 그래놓고 며칠 안 가 벌인 일이 김 여사 수사 지휘부 전격 교체이니 국민을 이토록 우롱해도 되는 건가. 지난 7일 민정수석을 부활시켜 검찰 인사 전문가인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앉힌 것도 이번 작업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셈이다.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검찰을 수족처럼 부리며 ‘배우자 방탄’에 동원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국가에선 용납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이렇게 검찰 수사를 통제하는 것은 독재정권 시절에도 드물었다. 이번 인사로 검찰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지금 검찰이 김 여사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 다른 누군가가 할 수밖에 없다. 그때 가면 수사를 뭉갠 검찰과 윤 대통령, 김 여사도 모두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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