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전략적 모호성에 기업가치만 훼손···"민관 원팀대응 필요"

윤지영 기자 2024. 5. 1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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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인사태 진화 나선 대통령실
최수연 대표, 본지에 "언급 어렵다"
사태해결 키 쥔 네이버 침묵 일관
정치 쟁점화서 외교문제 비화 우려
대통령실·노조 개입에 셈법 복잡
일각 "입장정리 서둘러야" 지적도
[서울경제]

대통령실이 ‘라인 사태’에 대한 본격적인 개입에 나서면서 사태 해결의 공은 네이버로 넘어갔다. 네이버가 현상 유지든, 지분 매각이든 라인야후 지배구조와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을 가급적 서둘러 내놓아야 사태 장기화에 따른 논란을 해소할 수 있어서다. 네이버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취해온 ‘전략적 모호성’이 정치 쟁점화를 넘어 한일 양국 정부 간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네이버가 조속히 입장 정리를 해 ‘민관 협력 체제’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라인 사태 대응책을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입장(인터뷰)을 말하기 어렵다. 죄송하다”며 말을 아꼈다. 네이버가 이달 10일 발표한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나가고 있다’는 입장 외에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것이다. 네이버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추가적인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혼란은 겉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회사가 직원들의 고용 안정과 기술 보호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라인 계열 구성원과 이들이 축적한 기술·노하우에 대한 보호를 최우선 순위로 삼기 바란다”면서 라인야후 지분 매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14일 라인플러스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는 현재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 노조 측의 판단이다. 설명회에는 이은정 라인플러스 대표가 참석한다.

대통령실이 공식 브리핑을 열고 라인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도 이번 사태로 촉발된 불필요한 정치 공방과 국익 훼손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계속되는 ‘반일 프레임’이 기업의 의사 결정에 오히려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야당은 라인 사태에 대해 “정부가 경제 주권을 포기했다”며 열을 올리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넣어 라인 대주주인 네이버가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성명서를 내고 “혹시라도 라인 경영권이 일본 기업으로 넘어가면 ‘디지털 갑진국치(甲辰國恥)’로 불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우리 기업 의사에 반하는 부당 조치에는 강력 대응하면서 네이버에는 명확한 입장 발표를 거듭 촉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네이버가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했다”며 “우리 기업이 일본을 포함해 어느 나라에서든 불리한 조처나 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정부가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있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불공정 요소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일본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일본 정부와 함께 사안에 대해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네이버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입을 닫은 속내는 라인 사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따라 해외시장 진출 로드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대주주로 있는 ‘A홀딩스’ 지분 매각을 최종 카드로 꺼내들 경우 지분을 일부 또는 완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일부 지분을 또 다른 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에 넘겨 협력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가 강제성이 없는 만큼 보안 정책을 강화하고 지분 매각을 하지 않는 것도 여전히 검토하고 있는 방안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조속히 입장 정리를 한 뒤 민관이 협력 체계를 구축해 이번 사태에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지부진한 대응이 자칫 네이버의 가장 큰 가치인 ‘혁신성’과 ‘성장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는 네이버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네이버는 이날 18만 4300원으로 20만 원을 하회해 장을 마감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가능성은 낮지만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경우 내년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15~20%의 감소가 있을 것”이라며 “라인을 기반으로 한 일본과 동남아로의 글로벌 확장 스토리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는 “네이버는 기업에 전략적으로 도움이 되는 쪽으로 결정을 해 입장을 발표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사업 등 네이버가 라인을 통해 하고 있는 것들을 고려해 대응을 검토해야 하며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매각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지영 기자 yjy@sedaily.com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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