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최대 23조` 정리대상…"위기설 해소엔 역부족"

김경렬 2024. 5. 1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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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등급 3→4단계로 촘촘히
사업성 부족한 PF 과감히 퇴출
자율성 강조, 정리속도 지연 우려도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30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다음달부터 본격 진행된다. 부실 사업장은 일단 정상화를 추진하되, 회생이 어려울 경우 도산절차에 돌입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2~3%가 경·공매에 넘겨질 것으로 예상했다.

구조조정은 '과감히, 그리고 신속하게' 진행돼야 성공 확률이 높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이 현실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책이 'PF 위기설'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미다.

◇'옥석 가리기' 어떻게

금융당국이 13일 내놓은 '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안'을 보면 PF 사업장은 4등급으로 세분화된다. 현행 3단계(양호, 보통, 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로 더 촘촘히 쪼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을 보다 엄정하게 가려내겠다는 뜻이다.

기존에 금융사가 '악화우려' 사업장에 대해 대출액의 30%가량을 충당금으로 쌓았다면, 앞으로는 '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해 75%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해야한다. 회수의문 수준이다.

본PF, 브릿지론 외 위험성이 유사한 토지담보대출, 채무보증도 판별 대상이다. 행정안전부 소관의 새마을금고까지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본PF 대출, 브릿지론은 물론이고 토지담보대출과 채무보증 약정까지 들여다본다.

금융당국은 재구조화가 필요한 사업장을 전체 PF 사업장의 5~10% 수준으로 봤다. 앞으로 '유의' 단계 등급을 받게돼 자율매각에 들어가는 곳이다. 전체 PF 시장이 230조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23조원 가량이 재구조화 문턱에 있다는 계산이 선다. 금융당국은 전체 사업장 중 2~3% 는 회생이나 도산 절차를 진행, 법원의 경·공매 리스트에 오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약 7조원 규모다.

◇어떻게 정리하나

금융당국은 오는 6월까지 인센티브 방안 등 관련 제도를 손본다. 7월에는 금융감독원이 각 금융사의 처리 방안을 평가하고, 이를 조정한다. 이에 따라 9월부터 PF 사업장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공매를 통해서도 부실 사업장이 정리되지 않으면 펀드나 신디케이트론 등을 동원한다. 신디케이트론에는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과 생명보험 2개사(삼성·한화), 3개 손해보험사(메리츠·삼성·DB)가 참여한다. 론은 일단 6월에 1조원 규모로 조성한다. 향후엔 5배(5조원)까지 확대한다. 론을 통해선 PF 사업장에 대한 경매 낙찰 자금대출, 부실채권(NPL) 매입, 일시적 유동성 등을 지원한다.

1조1000억원 규모 캠코 펀드는 최후의 보루다. 캠코 펀드에 PF 채권을 매도한 금융회사에 PF 채권 처분 시 재매입할 기회도 준다. 서로 가격 협상 카드를 제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당근책도 제시했다. 금융위는 부실 사업장에 금융회사가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건전성 분류 요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할 계획이다. 기존에 요주의 이하로 건전성이 분류했다면 신규추가자금에 대해서는 정상까지 건전성 분류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금융회사 임직원 면책 등 당근책도 제시했다.

규제완화도 추진한다.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내 신용공여 한도 규제 완화 △부실채권 펀드 투자로 인한 유가증권 보유한도 초과 허용 △상호금융의 재구조화 목적 공동대출 취급기준 일부 완화 △보험사의 PF 정상화 지원 등에 대한 K-ICS(위험계수) 합리화 및 부동산 PF 대출 전후 유동성 관리 목적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차입 인정 △종합투자사의 주거용 PF 대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위험값 완화 △금융투자사의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증의 PF 대출 전환에 대한 위험값 완화 등이다.

◇'PF 위기설', 불 끌수 있을까

이같은 금융당국의 PF 연착륙 계획이 제대로 작동될지는 의문이다.

일단 경·공매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미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부실 사업장을 '과감히' 인수하려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낙찰가가 계속 낮아지면서 여타 담보물건에 대한 가격도 떨어지고 그만큼 차주의 손실이 커진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낙찰이 되지 않으면 이부분은 차주의 손실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면서 "경·공매가 진행 안 된다는 시장인식이 퍼지면 여타 담보물의 가치도 떨어진다. 시장에서 어느 정도로 빠르게 소화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PF 사업성 평가를 금융회사에 맡김에 따라 구조조정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업장 평가에 일률적인 기준을 두지 않은 것과 비조치의견서를 통해 은행의 자율성을 부여한 것으로 인해 금융회사들이 눈치작전을 벌이고, 이 때문에 사업장 부실이 이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디케이트론에 대해서는 금융사에 리스크 부담을 강요한다는 당국의 '팔 비틀기' 논란이 나온다. 이와 관련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금융사도 완전 부실을 강제적으로 인수하는 게 아니고 내부 이사회를 거쳐 인수하게 된다"면서 "은행 수익이 20조원이 넘고 보험사도 7조원 가량이어서 그럴 여력이 있고, 금융사는 최대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책임 있게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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