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결정' 보정심 회의록 보니… 반대 4명도 증원 필요성에 동의
의사 3명 포함 4명은 '규모 축소' 주장
의과대학 신입생 증원 규모를 결정한 법정기구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위원 23명 중 19명이 2,000명 증원에 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4명은 “2,000명은 많다”는 취지로 이견을 제시했지만 증원 필요성 자체에는 모두 동의했다. 일부 위원은 3,000명 이상 증원을 주장하기도 했다.
13일 언론에 공개된 올해 2월 6일 ‘2024년 제1차 보정심 회의록’을 살펴보면, 정부는 이날 회의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 방안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추진 방안과 함께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2,000명 확대 방안을 안건으로 올렸다. 구체적인 증원 규모가 공식적으로 처음 언급된 회의다. 보정심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정부 위원(관련 부처 차관) 7명, 수요자 대표(환자·소비자·기업 등) 7명, 공급자 대표(의사·병원·간호사 등) 6명, 전문가 5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날 대한의사협회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2명은 불참했다.
참석자 23명은 증원 숫자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의사로 추정되는 ‘위원1’은 “2,000명은 굉장히 충격적”이고 “(폐교된) 서남의대를 20개 이상 만드는 것 같은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350~700명 정도를 지역인재전형으로 증원하자”고 주장했다. ‘위원2’도 “2,000명은 조정 가능성 여지를 닫아 놓는 수치”라며 “500~1,000명”을 적정 규모로 제시했다. ‘위원4’도 “의약분업 때 줄어든 정원 등을 생각했을 때 500~1,000명 사이 700명 정도가 맥시멈(최대치)이지 않나”라고 밝혔다. 그는 “회의 끝난 후 2,000명을 발표할 것인데 보정심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정부의 증원 규모 결정이 일방적이라고 비판했다. 의대 교수로 추정되는 ‘위원 10’은 의학 교육 질 저하를 우려하면서 “단계적 증원”을 제안했다.
하지만 2,000명 증원에 부정적인 이들 4명도 “의사 구하기가 어렵고 일정 규모로 증원해야 한다는 것에는 십분 공감한다”, “미래 의료수요 등을 고려할 때 상당 규모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증원 자체를 반대하진 않았다.
증원 규모 축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위원장인 조 장관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조 장관은 “고령화로 2035년 의사 1만 명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31년부터 2,000명씩 배출되면 5년간 1만 명이 충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정심 논의가 일방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그동안 의대 증원을 위해 130여 차례 협의했다”고 해명했다.
정부 입장에 동조하는 발언도 나왔다. 환자단체 소속으로 추정되는 ‘위원6’은 “2,000명은 수급 현황에 따라 주기적으로 조정하며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고, 간호사단체로 보이는 ‘위원7’도 “적정 수준으로 증원했다”고 평가했다. ‘위원9’는 “내년에 증원해도 6년 후 졸업하고 실제 현장에 들어가는 건 10년 뒤이기 때문에 증원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10년 내에 추가로 최소 2,000명 이상 늘어나야 부족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로 추정되는 ‘위원3’은 “필수의료 공백이 있는 모든 분야에 필요한 숫자를 맞추려면 최소 3,000명은 필요하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위원들 발언이 마무리된 뒤 조 장관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23명 중 4명이 이견을 제시했지만 대체로 동의하는 걸로 생각된다”며 “다른 의견이 없으면 복지부 안대로 의결하고자 하는데 이의 없는지” 물었다. 추가 의견이 없어 의원 대다수 찬성으로 의대 증원은 의결됐고, 회의를 마친 직후 정부는 내년도 의대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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