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응접실] "지금은 보살행 시대… 착하게 사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
땀흘려 일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
내 할 일을 제대로 안 해서, 떳떳하지 않아서 고생
옆사람한테 화낼 일도 화 안 내고 웃어주면 복될 것
충남 예산군 덕숭산 중턱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이 오색찬란한 연등을 다는 손길로 야단법석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 수덕사.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5월 15일)'을 맞아 오랜만에 산사(山寺)에 서자 문득 궁금해진다.
불가의 가르침처럼, 누구나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을까.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面上無盡供養具 口裡無盡妙吐香).' 우리는 이 한 줄에 담긴 가장 평범한 진리를 어디에서 찾고 있는 것일까.
"정말로 우습다, 소 찾는 사람아! 소 타고 소를 찾나?(可笑尋牛者야 騎牛更覓牛). 내가 대자대비요, 사랑이요, 관세음보살이로다."
수덕사에서 지난 10일 만난 방장 달하 우송대종사. 갑진년 사월 초파일을 앞둔 사부대중에게 전하는 봉축법어가 우문현답을 고민하는 사이 죽비를 든 듯 머리를 깨운다.
"새벽하늘 조각달이 나를 돌이켜 드러나게 해줍니다. 하루 만 번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세상을 안고 있는 마음바탕이 드러납니다. 만경창파 바닷물을 걸으면 가득찰 만(滿), 발 족(足), 만족(滿足)입니다. '이 뭘까?' 생명의 화두에 퐁당 빠지면 안심(安心)입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에 퐁당 빠지면 흡족입니다. 아, 만고의 쉴 곳입니다."
△우리 사회가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양극화와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어른들의 가르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앞서려다 망한다. 발바닥으로 생각을 내려라. 내가 맡은 부분에 집중해, 몰두해 열심히 땀 흘려 일을 해라. 생각을 발바닥으로 내려라. (생각이) 뜨면 부딪히잖아요. (생각을) 가라앉혀 일을 열심히 집중해 땀 흘려 몰두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입니다. (생각이) 떠 설치다가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잖아요.
모든 살아있는 생명은 숨을 쉬는데, (생각을) 가라앉힐수록 숨쉬기가 너무 좋은 거야. 숨길이 열려 막 시원해지는 거거든. (생각이) 붕 떠 내 할 일을 제대로 안 해서, 떳떳하지 않아서, 숨길이 좁아져 보통 고생을 합니다. 생각이 많을수록 숨길이 좁아집니다.
이렇게 하늘이 너무 고맙고, 봄이 너무 고맙고, 눈을 떠 보고 듣는 이 주인공이 핵심입니다. 부처님, 원동력, 생명의 근본, 이걸 생각하면 꽃만 피워도 너무 신비롭고 감사합니다. 만경창파 바다가 만날 소용돌이쳐 본래 바다로 만들어 생기충만한 세상을 만들어 줘 숨쉬기가 너무 좋아져 살아있는 것들은 이제 살판이 난 겁니다."
△우리 불교에서 중요시하는 실천행인 '육바라밀(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이 현대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육바라밀은 '육도문중에 행단이 거수라(三途苦上 貪業在初 六度門中 行檀居首, 삼악도 괴로운 길에는 탐하는 업이 첫째요, 육바라밀 제도문 중에는 보시행이 첫머리라).' 육바라밀 핵심은 보시입니다. 바라고, 기대하는 게 갈등의 원인입니다. 무엇으로서 도와줄까, 무엇으로서 보탬이 될까 주는 마음으로 돌아서라.
'물 한 잔 주세요' 했을 때 주면은 심장이 흐뭇해져. 오장육부가 몸을 끌고 가는 기구들이잖아요, 그중에서 심장이 뜨거워야 몸 전체 혈액순환이 되잖아요. 뜨거워지려면 주라, 보시하라.
바라는 생각이 요만큼이라도 있으면 그때부터 힘든 세상살이가 되는 겁니다. 바라는 생각을 딱 끊어버리고, 지워버리고 옆에 있는 사람한테 손도 잡아주고, 웃어도 주고 '무엇으로서 도움이 될까' 이렇게 생각이 돌아가면 그게 육바라밀의 꼭대기야. 보시만 하면 나머지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는 저절로 다 해결이 됩니다.
그래서 불교의 꽃은 보살행(自利利他.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롭다)입니다. 깨달은 분의 행동 보살행. 태양이 이글이글 내리쬐고, 바다는 고요해 숨이 막힐 것 같아도 바람이 일어나면 태양과 바다와 바람이 이제 살판이 나는 겁니다. 그래서 바람의 역할이 필요한 겁니다."
△급변하는 21세기, 종교가 갖는 힘이 궁금합니다.
"'작은 선이라도 받들어 행하라. 행여 나쁜 짓은 하지 마라(衆善奉行 諸惡莫作).' 과거칠불(과거의 일곱 부처)에게 불교를 물으니 하신 말씀이요. 이게 사람의 양심이잖아요. 양심하고 가장 가까운 게 사실은 부처님이고, 불교입니다.
종교는 양심입니다. 양심은 모든 생명들이 좋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양심이 항상 살아 있으면 떳떳하고 확실하지만, 양심에 위반되면 점점 쭈그러지고 위축되고 결국에 제명대로 못 삽니다. 양심은 분별망상이나 이해타산이 묻어나기 전 아주 순수무잡한 자기 마음상태로 가까워질수록 자기 생명파장이 우주에 꽉 찹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몸은, 양심의 몸은 우주를 싸고도 싸고도 싸고도 법계에 꽉 찬다고 합니다. 하루하루 발전되려면 양심으로 돌아와 착하게 살아야 합니다.
종교는 양심을 지켜내는 선불장(選佛場, 부처를 이룰 수 있는 곳. 깨달을 수 있는 곳)이자 현장입니다. 이런 종교라는 분위기는 모든 생명들한테 꼭 필요한 것입니다.
노승에게 '스님은 이제 죽을 때가 다 됐는데, 죽으면 어디로 가시렵니까'라고 물으니 '온 적이 없다. 가긴 어디로 가느냐'고 하셨습니다. 죽는다 산다는 보통 사람들의 사고방식이지, 양심으로 돌아와 열심히 사는 사람은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뿐이지, 내가 해야 할 좋은 일이 있을 뿐이지, 보살행이 있을 뿐이지 죽으면 지옥이 어떻다, 천당이 어떻다는 소리는 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뭇사람들이 삶의 이정표로 삼을 수 있는 말씀을 전해주시지요.
"무엇으로서 하늘에 도움이 되고, 바다에 도움이 되고, 옆 사람한테 도움이 되게 할까. 보살행, 지금은 보살행의 시대입니다. 복 짓는 시대, 나쁜 짓 하면 자꾸 박복해집니다. 옆 사람한테 화낼 일도 화를 안 내고 웃어주면 복될 거 아니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나'라는 이놈이 주인공입니다. 하늘에 도움이 되고, 땅에 도움이 되고, 아들한테 도움이 되고, 딸한테 부인한테 도움이 되고. 그러려면 내가 집중하고, 떠 있지 않고, 항상 의지처가 될 수 있어야 됩니다. 양심이 확실해야 합니다. 그 이상 뭐가 있겠어요?
바르게, 바른 법이 맞게, 맞는 법이 나를 지켜주는 호법선신 같은 힘입니다. 그게 부처님 대자대비 사랑입니다. 착하게, 숨쉬기 좋게 살아가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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