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근거’ 회의록 공개…“3000명까지 늘려야” vs “많아야 700명”

강윤서 기자 2024. 5. 1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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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정심 회의록 공개…‘2000명 증원’ 제안에 23명 중 19명 ‘찬성’
“2000명 일방적 발표” 지적도…복지장관 “의료 수급 전망 고려”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록 등 의대 증원의 근거자료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연일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이 환자, 내원객, 의료진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의 근거라며 법원에 제출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이 전격 공개됐다. 회의에는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 의사들은 수백명 수준, 시민단체는 3000명, 정부는 2000명 등 다양한 입장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계 측 법률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정부가 법원에 의대 증원 근거 자료로 제출한 보정심 회의록 등을 공개했다. 보정심은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2000명 증원을 결정한 기구로, 의사단체 등 공급자 대표 6명, 환자단체 등 수요자 대표 6명, 정부 측 7명, 보건의료 전문가 5명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공개된 2월6일 보정심 회의 안건으로는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안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방안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추진방안 등 3건이 올라왔다. 이 중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안'은 현재 3058명인 의대 입학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5년간 증원해 1만 명의 의사를 늘리자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회의에는 위원장(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해 전체 25명 위원 중 23명이 참석했다. 불참한 2명은 대한의사협회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측이었다.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전반적으로 의대 증원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증원 숫자를 두고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렸다. 복지부는 관련 의견을 듣고 최종 심의했다는 입장이다. 보정심은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방식이 아니다.

우선, 정부가 제시한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해선 전체 23명 중 19명이 찬성, 4명이 반대했다.

찬성하는 위원 중에선 3000명까지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민단체로 추정되는 한 위원은 "2000명도 적다, 최소 3000명은 증원해야 한다"며 "정부가 조금 더 숫자를 확실하게 연구해서 점차 3000명 증원하도록 노력해주면 좋겠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위원도 정부 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3000명 정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많이 냈다"면서도 "정부가 지금 2000명 증원한다는 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조정하겠다는 것이기에 합리적 수급 관리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대한 4명은 의대 증원 자체에는 찬성했지만 그 규모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 출신으로 추정되는 위원은 "2000명 증원은 굉장히 충격적이고 우리 사회에서 감당할 수 있는 증원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면서 "2025년에는 350명, 많아야 700명 정도를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위원도 "상당 규모 증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2000명은 너무 많다"며 "500명 이상 1000명 이하 수준으로 증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위원은 "내년부터 당장 2000명을 늘리면 각 의대가 올해 1년 내에 다 준비할 수 있을지 상당히 우려스럽다"면서 "단계적으로 증원하면 수긍할 분들이 많을텐데 내년도에 바로 실행하는 것은 난관이 많다"고 꼬집었다.

한편, 회의에선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안건을 일방적으로 제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위원은 "저도 (의대생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면서도 "2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몰라 말하기 어렵지만, 그냥 상징적으로 많이 늘린다는 의미에서 나왔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00명 숫자를)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토론만 이끈다는 것은 보정심이 무의미하다는 걸 의미한다"며 "지금 여기에 대한 토론이나 의견이 없는 상황에서 오늘 회의 끝난 다음에 2000명이라고 발표될 건데 보정심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조 장관이 직접 답하며 증원 규모의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 등으로 인해 2035년에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하고, 의료 취약지역에도 50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2000명이란 숫자에 대해 "정부는 2035년 의료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이번에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1만5000명의 수요 가운데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를 확충하고자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한 것"이라며 "내년에 2000명이 추가로 입학하게 되면 2031년부터 배출돼 2035년까지 5년간 최대 1만명의 의사 인력이 확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의 막판에서 조 장관은 "의대 정원 확대에 23명 중 4명이 이견을 제시하셨지만, 대체로 동의하시는 걸로 생각이 된다"며 "다른 의견이 없으시면 이 세 가지 안건은 복지부 안대로 의결하고자 한다. 이의 없으십니까"라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위원들은 "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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