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전국민 돈뿌리기와 `나를 위한` 정치
양재진 K정책플랫폼 노동연구위원·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나를 위해, 이재명.'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공식 슬로건이다. 나라를 위해, 이웃을 위해가 아니다. 나를 위해 투표하라는 말. 이번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던진 전국민 25만원 공약도 '나를 위해'를 떠올리게 한다.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돈봉투를 돌리면 선거법 위반으로 중한 처벌을 받는다. 선거가 끝나도 마찬가지다. 금품 향응을 주거나 받으면 안된다. 잘못인지 알기에 음지에서 몰래 나를 위해 돈봉투를 받는다. 그런데 민생지원이란 명분을 만들어 나랏돈을 돌리면 문제가 안된다. 정책 사안이 되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생지원금 25만원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포장까지 해서 준다.
국회에서 법을 제정해 준다는 데 음지에서 몰래 받을 일도, '이래도 되나' 하고 망설일 이유도 없다. 자기 돈도 아니고 국고로 돈봉투를 돌린다니, 요즘 정치가들,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
경제적 효과로 보나, 사회복지 차원으로 보나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는 전국민 25만원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전국민 25만원에 13조원이 소요된다. 현재 국가채무는 2020년 국내총생산(GDP)의 43.6%에서 2022년 49.4%로, 2023년에는 50.4%로 지속적 증가 추세이다. 이런 적자상태의 국가재정에서 13조원은 고스란히 후세대가 갚아야 할 빚으로 남는다.
현세대가 '나를 위해' 후세대에게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는 것이다. 현금을 나눠주든 지역화폐를 주든 소비 진작을 통해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명분을 주지만, 소득이 있는 사람들은 받은 지원금의 상당 부분을 저축으로 남긴다. 소비 진작 효과는 투입 대비 마이너스다.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뿌려졌던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효과성 평가를 통해 판정이 난 일이다.
예산 투입의 소비 효과를 높이자면, 실직자, 저소득층 등 수입이 없거나 중산층 가정이라도 아이를 낳았거나 큰 병에 걸려 지출 수요가 큰 사람들에게 복지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현금은 모두 소비가 된다. 이게 복지의 원리이고 사회연대다. 사회복지는 대상자를 선별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고, 이들의 높은 소비율로 인해 경기 불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도 받기 위해 1/n 해서 모두에게 나눠 주자고 하기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 시민에게 더 많이 지급하는 것이 상식이다. 자동차 사고가 나지 않았는데, 사고난 사람과 동일하게 1/n해서 받아야 하나? 그것도 후세대한테 부담을 넘기면서?
그런데 선진국 한국에서는 '나를 위한' 정치가 어느덧 대세가 된 듯하다. 인구고령화 시대에 후세대의 보험료 수입에 의존해서 현세대가 연금을 받는 국민연금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국회에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놓았다. 그랬더니 공론화에 참여한 500인 시민들의 뜻이 그렇다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연금 급여(소득대체율)를 50%로 올리자고 한다. 이에 상응하는 수지균형 보험료율은 24.7%인데 13%만 내자고 하면서 말이다.
현세대 국민이 받을 연금은 미래의 국민이 부담한다. 그런데 미래의 국민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채, 현세대 시민들만 공론화에 참여해 '나를 위해' 소득보장 강화라는 결정을 내렸다.
정상적인 국가의 상식적인 정치인들은 전국민 돈뿌리기 같은 일은 하지 않는다. 후세대가 국민연금 보험료로만 소득의 35%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연금을 더 올리자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느덧 실업을 당하거나, 아프거나, 가난하거나, 아이를 낳아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다 충실한 복지급여를 지급하고자 노력하기보다는, 유권자 전체에게 현금을 뿌릴 방법에 골몰하는 정치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들은 '나를 위해' 이들을 뽑고 이들을 따르기 시작하고 있다. 포퓰리즘 시대의 서막.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되고, 후세대에게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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