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반복되는 ‘교제 살인’…관련 대책 시급
[앵커]
얼마 전 서울의 한 의대생 최 모 씨가 여자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해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는데요.
지난해에만 이 같은 교제 살인으로 숨진 여성이 130명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 과연 대책은 없는 건지 이원희 기자와 짚어봅니다.
이 기자, 의대생 살해 사건 먼저 짚어보죠.
범행 장소에 직접 가보셨다고요?
[기자]
네, 강남역 바로 근처, 그러니까 도심 한복판에 있는 건물 옥상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피의자인 최 씨가 건물 옥상에 여자친구를 데려가 살해한 사건인데요.
피의자인 최 씨는 현재 구속됐는데, 피해자를 향해 짧은 사과만 남겼습니다.
[최○○/피의자/음성변조 : "(유족에게 할 말 없습니까?) 죄송합니다."]
최 씨는 경기 화성에서 흉기를 미리 사고, 여자친구를 서울 강남으로 불러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최 씨와 피해자가 최근 자주 다툰것 같다며, 우발적인 범행은 아닌 것으로 보고 내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앵커]
의대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 신상이 빠르게 퍼졌잖아요.
공식적인 신상공개는 안 하는 건가요?
[기자]
네, 경찰은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퍼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의대생 최 씨의 얼굴과 이름, 출신 학교나 SNS 계정까지 공개됐는데요.
신상털기가 이어지면서 최 씨 가족의 얼굴이나 최 씨에게 살해당한 피해자의 얼굴과 인적사항까지 공개됐습니다.
자신을 피해자의 언니라고 밝힌 인물은 신상이 퍼지는 걸 막으려 했지만 잘 안됐다면서, 억측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앵커]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거네요.
그럼 최근에 신상공개가 결정된 비슷한 사건이 있었나요?
[기자]
네, 지난 3월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사건인데요.
마찬가지로 '헤어지자'고 말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그 어머니에게도 중상을 입힌 20대 남성 '김레아'의 신상을 검찰이 공개했습니다.
이른바 '머그샷'이라 하는 구속 직후 사진이 피고인 동의 없이 공개된 첫 사례입니다.
이번 사건과 다른 점은 피해자 측 의사를 반영해 신상공개가 이뤄진 경우입니다.
[앵커]
이런 교제 살인은 얼마나 자주 있는 겁니까?
[기자]
2~3일에 한 명꼴로 살해를 당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해에만 138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됐다는 한 여성단체 분석이 나왔습니다.
언론에 알려진 범행만 따진거라,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교제 폭력으로 접수된 112신고도 계속 늘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만 7만 7천 건에 달했습니다.
검거된 사람 수도 3년 사이 50% 넘게 늘어났습니다.
[앵커]
반복되는데도 쉽게 막지 못하는 이유가 있나요?
[기자]
사건의 특수성을 충분히 담을 수 있도록 하는 법적 논의가 미비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교제 폭력'이나 '교제 살인' 이라는 말이 널리 알려지긴 했는데, 법적으로 규정된 용어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스토킹 범죄는 별도의 법률이 있어서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는데요.
교제폭력으로 폭행을 당하면 일반 '폭행죄'가 적용되는 식입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되면 가해자의 접근을 강제로 막기는 어려운겁니다.
또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나는 범죄인만큼,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습니다.
[이윤호/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 "철저히 계획된 범죄이고 또 내가 믿는 사람에게 당한 범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살인보다는 좀 더 엄중하게 봐야 될 필요는 있는 거죠."]
국회에서도 교제폭력을 별도의 법안으로 만들자는 논의는 계속 있었는데요.
'교제 관계'를 법적으로는 어디까지 정의할 것인가, 이게 모호하다는 이유로 지체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사이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계속되는 거군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원희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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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21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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