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구묘역 시민친화공원 조성 시작…광주시 소극 행정 '비판'
5·18 구묘역 시민친화공원 조성 예정
국립묘지 지하차도 연계…기존 관리사무소 신축
광주시 2차례 추경 예산 삭감 소극 행정 '비판'
지난 2022년부터 5·18 공법단체와 시민사회 간 이견으로 추진에 진척을 보이지 않았던 5·18 구묘역이 시민친화공원으로 본격적인 탈바꿈에 나선다.
추경 막바지에서야 관련 예산을 부활시킨 광주시 소극적 행정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한편 새롭게 변신할 '5· 18 시민친화공원'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5·18 구묘역 탈바꿈…시민들 반응은 '제각각'
13일 오후 광주 북구 수곡동 제1시립망월묘지 5·18 구묘역.
5·18민주화운동을 닷새 앞두고 많은 참배객들이 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시민들은 조용히 각 묘지 비석에 쓰인 열사들의 이름과 업적을 곱씹는 등 경건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특히 1987년 6월 항쟁의 상징인 이한열 열사와 1980년 5· 18민주화운동의 영상을 전 세계에 처음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유품이 안장된 5·18 구묘역에는 단체 참배객들도 찾아 참배하는 모습이었다.
5·18유공자와 민족민주열사 등 496기가 안장된 3403㎡에 달하는 5·18 구묘역인 제1시립망월묘지 3묘역이 시민친화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인 가운데 구묘역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매년 5월 5·18 구묘역을 찾는다는 담양에서 온 김은지(33)씨는 "구묘역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은 상황에서 공원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이 발길이 끊기지 않을까 우려되는 건 사실"이라면서 "시민들이 많이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변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에 사는 문수일(43)씨는 "(5·18 구묘역은) 쉴 공간도 없고 편의시설도 부족해 시설물이 보강돼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다"면서 "구묘역의 의미나 상징을 보존하는 전제로 보수된다면 찬성"이라고 말했다.
2025년 목표로 '5·18 구묘역 시민친화공원' 조성
5·18 구묘역을 대상으로 지난 2022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5·18 정신계승을 위해 경건한 추모공원 조성을 목표로 용역이 이어졌고, 지난해 초에는 광주시·5·18기념재단·5·18민주유공자유족회·광주전남추모연대 등 30개 단체 간 간담회가 개최됐다.
5·18 구묘역 시민친화공원 조성사업 추진협의체는 총 11차례 회의를 열어 쟁점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주된 논쟁 사항은 △5·18구묘역 원형보존 △신축 통합관리동 건축 △'민족민주열사묘역' 사업명 병기 등이었다.
5·18 공법단체 등 5월 단체는 5·18 구묘역에 위치한 기존 관리동을 존치하고, 신축 통합관리동은 제2주차장에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민단체는 "1시립묘지를 이용하는 유족과 시민들의 접근성과 편리성을 위해 제1주차장 부지에 신축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열린 11차 추진협의회에서 △통합관리동 신축 및 위치문제 △現 관리사무소 철거 문제 △사적지 명칭의 병기 문제에 대해서는 지하차도를 통한 국립묘지 연결성을 높이고, 지하차도 계획에 따라 통합관리동의 위치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양재혁 회장은 "국립묘지에서 구묘역으로 넘어오는 도로도 위험해 지하도로 들어올 수 있게끔 하는 방안에 협의를 진행했다"며 "관리동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현장인 만큼 역사의 흔적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5·18 구묘역을 1980년도 당시 모습이 아닌 현재의 구묘지 상태로 유지하는 것에는 대부분의 단체들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협의체는 5월 중 용역을 발주해 5·18 구묘역 시민친화공원 조성사업 기본구상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5·18 구묘역은 사적지로 등록돼 개발제한구역인 만큼 도시관리계획 변경과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을 병행해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추진한다.
광주시 공원 조성 예산 삭감 추경 상정…소극 행정 '비판'
이와 관련해 5·18 구묘역 시민친화공원 조성사업 추진 과정에서 광주시 소극 행정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광주시는 2023년 추경에서 용역사업비 3억 9천만 원을 편성했지만 5·18 공법단체와 시민사회가 의견 충돌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추경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광주시의회 예결특위는 추경안 심사를 통해 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광주시가 삭감 요청한 3억 9천만 원 중 1억 1천만 원만 삭감하고 2억 8천만 원을 부활시켰다.
특히 이 과정에서 5·18 공법단체와 시민사회에 대한 물밑 조율이 이뤄, 충분히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광주시가 예산 삭감 추경안을 상정해 소극 행정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다은 광주시의원은 "(5·18 구묘역 시민친화공원 조성사업) 예산은 반드시 살렸어야 하는 예산"이라며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추진에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을 몰랐어도 문제지만 알고도 예산을 무력하게 편성하지 못했다면 그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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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CBS 박성은 기자 castlei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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