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한중일 정상회의에 거는 기대
무엇보다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로 내려진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발동 이후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한중 관계 개선 이슈가 단연코 메인 메뉴다. 그동안 간간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한국관광 길이 열리는 등 일부 해제 움직임을 보여왔지만, 과연 언제쯤 한한령 '유효기간'이 만료될지는 미지수다.
이참에 한중 관계 복원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도 진전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 주석 방한은 박근혜 정부 2014년 7월 국빈방한 이후 10년째 감감무소식이다. 통상 외교는 '호혜'(互惠) 원칙이 작용하는 게 기본이다. 이제껏 우리 대통령이 총 6차례 베이징을 찾을 동안 시 주석의 방한은 단 한 차례였다. 하지만 한중 간 관계개선과 시 주석 답방이 최종 성사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을 둘러싼 미중 간 패권다툼은 어느 때보다 강도가 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국의 반도체 대(對)중국 수출규제는 쏟아지고, 중국은 이에 상응하는 보복조치로 맞선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미중 간 '추가규제↔보복조치' 사이클은 속도와 강도가 한층 더해질 전망이다.
다만 최근 중국 정부발(發)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시그널이 감지돼 주목된다. 지난달 말 하오펑 중국 랴오닝성 당서기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지방정부 당서기로선 처음으로 방한했다. 조만간 신창싱 장쑤성 당서기도 방한해 양국 간 지방정부 교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결국 '스텝 바이 스텝' 외교 기조를 유지하는 중국 정부 성향상 이 같은 지방정부 당서기들의 잇단 방한과 한중 외교장관회의, 한중일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가 결국 시 주석의 답방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볼 만하다.
특히 26~27일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한중 관계 복원의 물꼬를 트는 것만큼이나 일본 정부의 위안부 배상 문제와 독도 영유권 논란 이슈도 이번 기회에 최소한 합리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양국 간 외교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일본 정부의 라인 매각 압박사태'도 이미 대통령실과 정부가 나서서 엄정대응 방침을 밝힌 만큼 국익보호 차원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무기거래와 미사일 기술전수 등으로 부쩍 가까워진 북러 간 '밀월 무드'와 5연임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달 내로 방중, 시 주석을 만날 가능성이 있는 등 북중러 간 '3각연대'의 농도가 짙어지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북공조의 얼개도 이끌어내야 한다.
마지막 한중일 정상회의는 4년5개월 전인 2019년 12월 23일 중국 청두에서 열렸다. 당시 3국 정상은 △지역 및 국제 문제 3국 소통 강화 △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중일 등 15개국이 참여한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조기 서명 추진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가속화 등이 망라된 '향후 10년 협력 비전'을 공동 채택하는 성과를 냈다. 골자는 한중일이 중심이 된 새로운 경제공동체를 결성해 동아시아, 나아가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자는 것이다.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 구체적 후속조치가 꼭 논의되길 기대한다. 인구로는 약 16억명이, 국내총생산(GDP)으로는 세계 2·4·13위(2023년 기준) 아시아 국가가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이면 유럽연합(EU)에 버금가는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위력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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