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형제들, 모친 대표직서 해임…갈등 봉합 한 달만에 균열

14일 송영숙 회장 해임 안건으로 이사회 개최
장남 임종윤은 반대, “상속세 문제 해결 어려워”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장차남이 이끄는 이사회가 모친인 송영숙 회장을 공동 대표이사에서 해임한다. 지난달 이사회에서 송 회장이 직을 유지하면서 가족 간 경영권 갈등이 봉합된 것으로 보였으나, 한 달 만에 균열이 생겼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14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송영숙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할 예정이다. 이로써 한미약품그룹은 임종훈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 임종윤 이사와 힘을 합쳐 송 회장과 동생 임주현 부회장을 이사회에서 밀어내고 과반수를 확보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OCI그룹과의 통합 여부를 두고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과 대립했다. 지난달 4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송영숙 회장은 임종훈 이사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기로 했다. 어머니 편에 섰던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도 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 당시 이사회의 변화는 가족 간 분쟁 종식의 신호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후 임종훈 대표가 단행한 임원 인사를 송 회장이 거부하면서 새로운 균열이 생겼다. 임 대표는 송 회장의 최측근 두 명을 해임하려 했으나 송 회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임 대표는 송 회장을 대표에서 해임하고 단독 대표로서 회사를 이끌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임시 이사회 소집에 대해 형제 간의 의견 충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인 임종윤 이사는 경영권 분쟁이 투자 유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임 이사회 소집을 반대했다는 것이다. 형제들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함께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 매각 또는 투자 유치를 고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중인 회사는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송 회장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는 것은 형제 간에도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