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구하기’에 통큰 투자… "시스템반도체 기폭제 기대"

김준석 2024. 5. 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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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반도체 금융지원’ 업계 반응
취약분야 투자 확대로 생태계 강화
기업 차원 팹리스 활성화로는 한계
삼성·SK 등 파운드리업계도 호재
정부가 10조원 이상의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등 반도체 기초체력 강화를 약속하면서 우리나라의 취약 분야인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에 활력소가 될지 주목된다. 그동안 기업 차원의 팹리스 활성화에 한계를 보였던 삼성전자, DB하이텍, SK키파운드리 등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도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0일 산업은행 정책금융이나 정부재정에 민간과 정책금융기관간 공동 출자를 통한 펀드조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원을 조성해 K-반도체의 취약점으로 꼽혀온 팹리스 등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를 밝히면서 반도체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정부 발표는 메모리 반도체 일변도였던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인공지능(AI) 산업을 선도하는 엔비디아 같은 팹리스를 적극 육성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한 단계 레벨업 시키겠다는 계획으로 읽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전 세계 반도체 시장(5957억달러)은 메모리 반도체가 약 24%(1440억달러), 시스템 반도체가 약 61%(3605억달러)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의 약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한 시장에도 불구하고 그간 K-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 업계에서 영향력이 미미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분석한 시스템 반도체 국가별 시장 점유율은 우리나라가 3%로, 미국(70%)의 20분의 1도 못 미친다. 일본(5.6%)과 중국·홍콩(5.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는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아킬레스 건'으로 지목됐다.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는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팹리스→디자인하우스→파운드리→후공정으로 이뤄지는데,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는 파운드리를 제외하고는 각 프로세스에서 대표 기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상위 50대 팹리스에 속한 국내 기업은 LX세미콘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국내 파운드리 제조사들은 최근 '급한 불'인 팹리스 역량 강화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SK키파운드리 모기업)는 각각 500억원, 250억원을 '반도체 생태계 펀드'에 투자했다. 지난 2020년 조성된 '시스템반도체 상생펀드'에도 각각 양사는 각각 500억원, 3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펀드에 투자한 누적 금액은 각각 1500억원, 800억원에 달한다.

재정적 지원 외에도 팹리스 기업의 자체 역량 강화에도 국내 파운드리 3사는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전자와 DB하이텍, SK키파운드리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 확대를 통해 팹리스 업체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팹리스 업체는 반도체를 출시하기에 앞서 파운드리(생산라인)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MPW 과정을 거친다. 이후 고객사에 시제품을 공급하고 최종적으로 주문받은 후 대량 양산에 들어간다. 팹리스 기업들은 파운드리 업체의 MPW 서비스 할당에 전적으로 의존해 시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MPW 횟수가 국내 팹리스의 역량과 직결된다. 업계에 따르면 파운드리 3사 모두 올해 회사별로 2~3회 MPW 횟수를 늘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시스템 반도체의 성패를 좌우하는 국내 팹리스 기업들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이며 기업의 영속성도 낮은 편"이라면서 "공급망 변동 등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반도체 생태계가 편중 없이 골고루 잘 갖춰져야 하는데 국내 반도체 생태계는 이 점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대만 TSMC의 성공요인은 대만의 탄탄한 팹리스 생태계"라며 "국내 반도체 자급률을 높여야 결국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사들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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