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 투척’ 인천유나이티드 사과문에 FC서울 팬들 더 뿔났다, 왜?
인천유나이티드가 FC서울과의 홈 경기 종료 후 발생한 물병 투척 사건에 대해 “K리그를 사랑하는 팬분들과 관계자에게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이 사과문을 본 일부 FC서울 팬들은 “피해자인 FC서울 선수들에게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11일 인스타그램 등 공식 소셜미디어에 “홈 경기를 운영하는 우리 구단은 모든 팬들이 안전하게 경기를 관람하고 선수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나 순식간에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관람객과 선수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어 “K리그를 사랑하는 팬 분들과 모든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향후 우리 구단은 물병 투척과 관련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 “팬들에게는 지속적인 안전 캠페인을 실시하여 인천유나이티드가 보다 성숙한 응원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과문 발표 후 일부 FC서울 팬들은 더욱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축구 팬은 댓글에서 “K리그 팬들이 아니라 FC서울 선수랑 서울 팬들한테 사과하라”며 “두루뭉술 사과문은 서포터즈나 구단이나 똑같다. 인천 선수들이 말려도 인천 선수들이 맞아도 물 가득 찬 물병을 던지더라. 죄다 출입금지 시키라”고 했다. “사과문 정말 못 쓰신다. 피해자가 명확하게 있는데 왜 제대로 말씀을 안 하시나” “피해자는 FC서울 선수들인데 왜 K리그팬분들과 관계자분들에게 고개숙여 사과를 하시는가” “FC서울 팬에게 사과하시고 특히 물병 맞은 기성용 선수한테 제대로 사과하시길. 맞은 선수한테 사과 한마디 없으시다니” 등의 반응을 보였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 11일 서울과 인천이 맞붙은 하나은행 K리그1 2024 12라운드 경기가 펼쳐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발생했다. 라이벌전답게 시작 전부터 양팀 선수단과 서포터즈의 분위기는 과열된 모습이었고, 경기 역시 치열한 신경전 속에 진행됐다.
경기는 서울의 역전승으로 끝났는데, 문제는 이다음이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서울 골키퍼 백종범이 인천 서포터즈를 향해 돌아섰다. 이어 두 팔을 들고 주먹을 불끈 쥐는 승리의 세리머니를 해 보였다. 이를 도발로 받아들인 인천 서포터즈는 격분했고 백종범과 서울 선수들을 향해 물병을 던지기 시작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인천 수비수 김동민과 골키퍼 이범수는 백종범을 관중석으로부터 멀리 데려갔다. 서울 주장 기성용은 백종범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가 물병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급소에 맞아 그라운드에 쓰러지기도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해당 사태에 대해 경기 감독관 보고서와 감독관 회의 결과를 검토하고 구단 경위서를 제출받은 뒤 본격적인 징계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프로연맹은 관중 소요 사태에 대해 제재금 징계를 내릴 경우 ‘500만원 이상’을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물병 투척으로 징계가 내려진 최근 사례는 지난해 12월 수원 삼성의 강등이 확정된 리그 최종전에서 수원 팬들이 경기 뒤 연막탄과 페트병을 그라운드로 던진 사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는 당시 수원에 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9월에는 대전하나시티즌이 역시 물병 투척으로 1000만원 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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