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를 넘어라’, ‘함부로 대해줘’ KBS2 월화극 ‘시청률 잔혹사’ 끊을까[스경X현장]

하경헌 기자 2024. 5. 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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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새 월화극 ‘함부로 대해줘’ 포스터. 사진 KBS



KBS 드라마 특히 월화극으로 대표되는 주중 드라마의 몰락은 TV의 ‘드라마 왕국 시대’에 종언을 알리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더는 ‘지상파’ ‘공중파’라 불리는 TV에서 방송되는 드라마가 트렌드를 이끌지 못하는 일종의 ‘문화권력 교체’였다.

물론 KBS에는 많으면 30% 가까운 시청률을 올리는 주말극과 10% 시청률은 반드시 올려주는 ‘스테디셀러’ 일일극이 있지만 이러한 형식의 연속극은 이제 폭넓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한다. 치정과 복수, 애매한 가족애의 동어반복으로 중장년층 이상의 전유물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월화극이 수목극이나 금토극, 주말극 같은 미니시리즈가 없는 KBS에서는 젊은 시청자층을 잡을 수 있는 시간대였다. 하지만 역대로 이 시간대의 작품들은 부진한 흥행세에 갇혀있다.

배우 김명수(왼쪽)와 이유영이 13일 오후 서울 신도림 디큐브 시티 더 세인트 웨딩홀에서 열린 KBS2 새 월화극 ‘함부로 대해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KBS



그나마 지난해 4월 막을 내린 ‘오아시스’가 최고 9.7%(이하 닐슨 코리아 전국가구 기준)의 수치를 기록했다. 이 역시 현대극으로 중장년층의 호기심을 이끌어냈기에 이 정도 성적을 냈다.

나머지는 다 많아야 5%를 넘기지 못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가슴이 뛴다’ ‘순정복서’ ‘혼례대첩’ ‘환상연가’ ‘멱살 한번 잡힙시다’의 성적은 비슷했다. 최근 막을 내린 ‘멱살 한번 잡힙시다’는 최고 3.8%에 그쳤다.

이런 와중에 tvN의 월화극은 날개를 달았다. 1월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두 자릿수를 넘겨 자체 최고기록을 세우더니 현재 방송 중인 ‘선재 업고 튀어’로는 온·오프라인의 화제성을 장악했다. ENA 역시 꾸준히 월화극을 편성하면서 지분을 넓히고 있다.

이 시점 KBS2의 행보는 굉장히 중대해졌다. 이전까지의 성적을 만회하면서도 대외적으로 KBS 드라마의 신선함을 보여야 하는 책임을 졌기 때문이다. 역시 최근 유행하는 콘텐츠와 비슷하게 KBS 역시 웹툰원작을 골랐고, 서로 다른 시대를 융합하는 소재에 도전했다.

배우 김명수(왼쪽부터), 이유영, 조인, 박은석이 13일 오후 서울 신도림 디큐브 시티 더 세인트 웨딩홀에서 열린 KBS2 새 월화극 ‘함부로 대해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KBS



13일 첫 방송 되는 ‘함부로 대해줘’는 선우 작가의 동명 원작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현재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과거 조선시대부터 문화와 풍습, 복색과 계급 등을 그대로 유지한 ‘성산마을’이라는 가상의 공간이 있다는 설정으로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MZ선비’ 신윤복(김명수)이 대도시로 올라와 시대와 주변 사람들에게 치이는 김홍도(이유영)를 만나 로맨스를 펼치는 이야기를 다뤘다.

보통 이러한 설정에서는 ‘회귀물’ 설정이 흔히 쓰이는데, 서로 다른 시대를 개연성 있게 이어줄 때 쓴다. 이는 ‘선재 업고 튀어’에서도 쓰이는 설정인데 어떤 불가사의한 힘으로 기간이 서로 떨어진 두 시대에 한 인물이 오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함부로 대해줘’에서는 공간만 분리해 마치 과거 조선이 현대 대한민국 사이에 끼어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단 동시대성은 확보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처지에 있던 인물들이 초반에 부딪히고 나중에는 이해하고 사랑하는 과정을 다뤘다.

배우 김명수(왼쪽부터), 이유영, 장양호 감독, 배우 조인, 박은석이 13일 오후 서울 신도림 디큐브 시티 더 세인트 웨딩홀에서 열린 KBS2 새 월화극 ‘함부로 대해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KBS



이날 공개된 예고편에서도 이채로운 그림이 많이 나왔다. 신윤복 역 김명수는 갓을 쓰고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현재 대한민국의 대도시를 걷고 있다. 그는 키오스크도 사용하고 각종 신문물을 사용하면서도 말투나 태도에 있어서는 조선시대의 그것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신비한 힘에 이끌려 ‘그렇게 됐다’는 설정이 아닌 동시대에 존재하고 있는 두 장소를 연결한 연결점이 필요했다. 왜 복식과 태도는 달라졌는지, 이 점을 시청자에게 이해시켜야 결국 시청자의 몰입을 도울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만약 이 설정 자체가 이해받지 못한다면 KBS 월화극의 잔혹사는 조금 더 이어질 수도 있다.

작품을 연출한 장양호PD는 “웹툰의 설정을 이어받은 것이다. 이질적인 상황도 있을 건데 최대한 동떨어져 보이지 않게 하려고 과하지만 부족하지 않게 찍으려고 했다”면서 “크게 모나지 않게 현대에 묻어서 갈 수 있는 영상으로 풀었으니 방송이 나가면 평가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양호 감독(왼쪽부터), 배우 김명수, 이유영, 박은석, 조인이 13일 오후 서울 신도림 디큐브 시티 더 세인트 웨딩홀에서 열린 KBS2 새 월화극 ‘함부로 대해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사진 KBS



신윤복 역의 김명수 역시 “그러한 사람이 올라오면 극 안에서도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는 설정이 있다. 역시 놀림을 받는 부분도 있어, 이질적이지 않고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조선시대를 가진 성산마을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 가능한 현대사회에 주인공이 겪는 당황을 다룰 수 있다. 또한 현대여성인 김홍도와 부딪치면서 오는 재미있는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이 작품의 성과 역시 앞선 작품들이 잘 넘지 못했던 시청률 5%선이 될 것이 유력하다. 과연 KBS2 월화극의 부진은 끝날까 아니면 한 걸음 더 이어질까. 13일 오후 10시10분부터 그 베일이 벗겨진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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