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논란·정치권 개입' 부담스러워…네이버의 속내

최우영 기자 2024. 5. 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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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일 시한' 日정부 등에 업은 소프트뱅크
'급할 것 없는' 네이버, "입장 내라" 외부 요구에 난감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최근 소프트뱅크와의 라인야후 지분 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진=뉴스1
라인야후 지분 협상이 한일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NAVER(네이버)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소프트뱅크와의 협상을 이어가면서 최대한 협상 카드를 노출하고 싶지 않은 속내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라인 강탈'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네이버는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협상에 임하고 있지만, 네이버를 둘러싼 외부의 목소리가 자칫 협상에 악영향을 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네이버의 최종 목표 "손해보지 않는 협상"
1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일본 총무성이 요구하는 라인야후 모회사 A홀딩스 지분매각 협상에 임하면서 '네이버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협상 기조를 정해놓고 있다. 지분율 유지와 일부 매각, 전부 매각 및 일부 사업 양수도 등의 옵션을 다양하게 검토하며 네이버가 그 동안 라인 개발과 시스템 구축 등에 쏟아온 자원에 대해 손해보지 않는 방안을 찾고 있다.

라인야후 사태가 불거진 이래 네이버의 일관된 입장은 "소프트뱅크와 협상 중인 사안이기에 구체적인 진척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자칫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의 협상 방향성이나 태세 등을 입수해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다는 우려 떄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 지분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내놓고, 만약 일부 계약조항을 통해 라인을 통한 네이버의 독자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는다면, 네이버는 굳이 현재의 지분율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협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 것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생각하는 가격 차이 떄문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지분 팔면 매국노? 선택지 좁아지는 네이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라인사태 관련 현 정부 비판.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캡처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소프트뱅크가 제값을 쳐줄 경우 지분율 유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라인야후 지분 64.5%를 보유 중인 A홀딩스의 가치는 20조원 가량으로 평가 된다. 네이버가 가진 A홀딩스 지분은 50%로, 10%만 팔아도 2조원 가량이 유입된다. 네이버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은 3조5765억원 가량이었는데, 이를 대폭 늘려 하이퍼클로바X 고도화 등 투자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다.

문제는 네이버-소프트뱅크의 '기업 간 협상'으로 진행되던 지분율 조정이 일본 총무성의 개입과 한국 정치권의 '반일 프레임' 대응으로 인해 국가 간 갈등 양상으로 비화했다는 데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지도부는 연일 라인야후 협상을 '일본의 만행'으로 규정하며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네이버의 선택지 갯수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소프트뱅크와의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총무성이 올해 7월 1일을 행정지도 시한으로 못박은 것을 명분으로 삼아 조기 협상 완료에 주력하는 반면 네이버는 한국 내 정치권의 목소리와 반일 감정 등에 신경써야 해 협상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네이버에게 필요한 '시간'과 '따뜻한 무관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라인야후 협상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여당의 목소리 마저 네이버에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그 동안 네이버의 상황을 최대한 존중하며 대응해왔으나 13일 "네이버가 좀 더 진실된 입장을 줘야 정부가 최대한 도와줄 수 있다"며 구체적인 네이버의 입장을 주만하고 나섰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국내외의 압박 없이 유연하게 협상에 임하는 게 소프트뱅크를 상대하는 데 가장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 기업 간 협상에 씌워진 정치 프레임을 배제한 채 수익을 최우선에 두는 기업의 논리에 철저히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소프트뱅크에서 시한을 정해두고 목표를 관철시키려 하는데, 우리나라 정치권과 여론까지 네이버에 특정 입장을 강요하는 식으로 사기업의 일에 개입해선 안된다"며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충분히 협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협상 테이블 밖에서 훈수 두는 식의 과도한 관심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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