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공 던지는 선발 유망주의 '반면교사', 3353억 먹고 사라진 스트라스버그[스조산책 MLB]

노재형 2024. 5. 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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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폴 스킨스가 12일(한국시각) PNC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전에 선발등판해 역사적인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AP연합뉴스
폴 스킨스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이 열린 12일(한국시각) PNC파크에는 시즌 개막전 이후 최다인 3만4924명의 팬들이 들어찼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역사상 최고의 파이어볼러 유망주로 평가받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폴 스킨스가 마침내 마이너리그 수업을 마치고 빅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스킨스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각) 홈구장 PNC파크에서 벌어진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지난해 7월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이후 10개월 만에 '제1차 꿈'을 이룬 것이다.

스킨스는 루이지애니주립대(LSU) 3학년이던 작년 19경기에 선발등판해 122⅔이닝을 투구하며 12승2패, 평균자책점 1.69, 209탈삼진을 기록하며 단 번에 미국 대학야구 최고의 투수로 올라섰다. 올해의 대학 선수 및 올해의 투수로 선정됐고, LSU를 칼리지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최고 102.1마일에 이르는 광속 포심 직구가 스킨스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그는 작년 루키와 싱글A, 더블A에서 5경기에 등판했고, 올해는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맞아 7경기를 던진 뒤 지난 9일 메이저리그 콜업 통보를 받았다.

이날 PNC파크에는 3만4924명의 팬들이 운집했다. 통상 만원 관중으로 꽉 들어차는 정규시즌 홈 개막전 이후 최다 관중이 몰렸다. 오로지 스킨스 데뷔전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스킨스의 가족과 지인들이 응원을 왔다. 그의 여자친구인 LSU 체조 선수 올리비아 던도 그의 가족과 함께 스킨스를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던은 현지 인터뷰에서 "이 순간을 위해 그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나는 잘 안다. 그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기분좋은 순간일 것이다. 진심으로 이보다 나은 순간은 없을 것이다.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폴 스킨스의 데뷔전을 응원하고 있는 가족과 지인들. 아랫줄 오른쪽에서 4번째가 스킨스의 여자친구인 올리비아 던. 사진=MLB.TV 캡처

투구 내용은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스킨스는 4이닝 동안 6안타와 4사구 3개를 내주며 3실점했다.

그러나 직구 등 구위 만큼은 기대했던대로였다. 직구 구속은 최고 101.9마일, 평균 100.0마일을 찍었다. 33개의 직구 중 17개가 100마일 이상이었다. 스플링커로 불리는 스플리터는 최고 96마일, 평균 94.7마일의 스피드를 나타냈다. 여기에 80마일대 중후반의 슬라이더, 체인지업, 80마일대 초반 커브를 섞었다. 삼진은 7개를 솎아냈다. 탈삼진 결정구는 직구 4개, 슬라이더 2개, 스플리터 1개였다.

4회초 닉 호너에게 초구 87마일 슬라이더를 한복판으로 던지다 좌월 홈런을 얻어맞은 것이 아쉬웠으나, 무엇보다 5회 선두 마이크 터크맨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허용한 뒤 스즈키 세이야의 유격수 왼쪽 내야안타가 나온 것이 불운했다. 후속 투수들이 난조를 보여 스킨스가 내보낸 주자들이 모두 실점으로 연결됐다.

이날 스킨스의 투구수는 84개. 더 던질 수도 있었지만, 피츠버그가 그를 일찍 내린 것은 계획된 것이다. 스킨스는 트리플A에서 75개 이상 던진 적이 없다. 철저한 스태미나 관리와 부상 예방 차원. 메이저리그에서도 당분간은 85개를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킨스가 5회 무사 1,2루의 위기에 몰리자 데릭 셸턴 피츠버그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가 교체하고 있다. USATODAY연합뉴스
피츠버그 투수 마틴 페레즈가 12일(한국시각)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폴 스키스에게 음료수 통을 들고 붓고 있다. USATODAY연합뉴스

MLB.com은 기다렸다는 듯 이날 '스킨스의 역사적인 데뷔전의 최고의 순간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그의 활약상과 PNC파크 분위기를 집중 조명했다.

스킨스는 지난해 7월 1라운드 1순위로 뽑힐 때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이후 최고의 유망주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스트라스버그도 2009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의 지명을 받고 입단할 당시 숱한 화제를 뿌렸다. 스트라스버그는 4년 1510만달러에 계약하며 드래프트 출신으로는 당시 역대 최고 대우를 받았다.

2012년 드래프트 지명을 받은 선수에 대해 보너스 풀(bonus-pool) 한도 내에서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하는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는 스킨스가 920만달러에 계약해 2020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1루수 스펜서 토켈슨(840만달러)의 기록을 깼다.

스트라스버그도 루키 시절인 2010년 최고 101.1마일, 평균 98.2마일의 강력한 직구를 뿌렸다. 이후 제구에 신경을 쓰느라 구속을 평균 95~96마일로 줄였고, 커리어 하이였던 2019년 평균 93.9마일까지 내려갔지만, 그의 빠른 공은 트레이드 마크였다.

2022년 3월 스프링트레이닝서 라이브피칭을 하고 있는 워싱턴 내셔널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AP연합뉴스

하지만 스트라스버그의 커리어는 숱한 부상으로 점철됐다. 그가 규정이닝을 채운 것은 13시즌 중 4번 뿐이다. 2019년 월드시리즈 우승 후 FA가 돼 워싱턴과 7년 2억4500만달러(약 3353억원)에 재계약한 뒤로는 8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의 커리어는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른 손목 터널신경염, 오른 어깨 염증, 목 염좌, 흉곽출구증후군, 늑골스트레스반응, 그리고 마지막 부상인 흉곽출구증후군에서 재활을 진행하다 지난해 은퇴를 결정했다.

남은 계약기간과 잔여 연봉 처리를 놓고 워싱턴 구단과 갈등을 겪기는 했지만, 올해 들어 이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최종 은퇴가 결정됐다. 그는 2026년까지 남은 연봉 1억500만달러를 모두 받는다. '메이저리그에 이런 먹튀가 있을까' 비난 일색이지만, 그는 커리어 후반을 부상과 싸우며 재활에 쏟아부었다.

피츠버그 구단는 스트라스버그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스킨스와 계약한 직후 투구수와 이닝 관리를 철저히 해주는 것이다. 올시즌에는 100개 이상 던지는 모습을 못 볼 수도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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