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걸어서 무혈입성"…우크라 '잔인한 5월'
제2도시 하르키우 무방비
"1차 방어선조차 없었다"
푸틴, 쇼이구 국방장관 경질
후임은 경제통 벨로우소프
우크라 전쟁 장기화 대비
군비 통제 등 살림 맡길듯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재개한 가운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으로 진군하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추가 지원 무기가 도착하기 전에 우크라이나가 필사적으로 방어해온 돈바스 지역에서 병력을 분산시키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중에 국방장관을 전격 교체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최근 며칠 새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지역의 국경을 넘어 얕게 국경을 따라 돌며 약 100㎞를 전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동부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이 이처럼 영토를 점령하는 데 수개월이 소요된 바 있다. 드니 야로슬라프스키 우크라이나 특수정찰부대 사령관은 "1차 방어선조차 없었다"며 "러시아군이 그냥 걸어 들어왔다. 땅에 지뢰도 하나 없었다"고 말했다. 당국에서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방어선을 구축했다고 주장하지만 방어선이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건 태만이거나 부패한 것"이라고 당국의 대처를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하르키우에 러시아 지상군이 침투할 위험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이 근접할수록 포병의 사거리에 들어갈 위험이 커진다고 BBC는 전했다. 야로슬라프스키 사령관은 "러시아군은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점령하기 위해 동부에 전력을 집중할 것"이라면서도 "그와 동시에 러시아군은 1000㎞에 달하는 전선 코앞에서 우크라이나의 취약한 부분을 공략하려고 하는데 이번에 하르키우가 뚫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22년 하르키우 지역에서 목숨을 걸고 러시아군과 맞서 싸우며 수천 명의 대원을 잃었다"면서 "이번에 누군가가 요새를 짓지 않았기 때문에 또다시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무기 원조가 지연되는 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러시아군은 하르키우 내 국경 볼찬스크 마을에 매시간 50~60발의 포격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상군 투입에 앞서 마을을 파괴해 황폐화시키는 전략이다. 본래 볼찬스크 인구는 2만명이었지만 전쟁 발발 이후 3000명으로 줄었고, 최근 며칠 동안 수백 명의 주민이 피란길에 올랐다. 러시아군은 현재 볼찬스크 마을 어귀에 진입했다. 동시에 1000㎞에 달하는 전선에서 하루 100발의 활공폭탄이 날아들고 있다. 활공폭탄은 러시아 제트기가 국경에서 수십 ㎞ 떨어진 곳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방공시설의 사거리 밖에서 투발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주에 지원 무기가 도착하면 러시아군을 동쪽에서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좀 더 지원 속도를 높여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러시아 국방장관이 전격 교체됐다. 푸틴 대통령은 12일 세르게이 쇼이구의 후임으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를 국방장관으로 지명했다. 벨로우소프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2012년부터 약 1년간 경제개발부 장관을 지냈다.
푸틴 대통령이 장기화하는 전쟁 속에서 급증하는 군비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군 내 부패를 억제하기 위해 경제통을 내세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벨로우소프는 군에 복무한 적이 없는 국가주의 산업 정책 전문가이자 기술관료"라며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군비 지출에 대해 보다 긴밀한 통제를 원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FT에 따르면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 규모는 1185억달러(약 162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쇼이구 전 장관은 최근 측근인 티무르 이바노프 전 국방차관이 뇌물 수수 혐의로 구금되면서 입지가 불안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벨로우소프는 청렴한 워커홀릭으로 알려져 있다. 푸틴과 벨로우소프를 수십 년 동안 알고 지냈다는 한 관계자는 "벨로우소프는 부패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국방부는 지금과 매우 다를 것"이라고 평했다고 FT는 전했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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