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교사 사기 저하 장면 논란.. 중등교사노조 단단히 뿔난 이유 [스타이슈]

[스타뉴스 | 최혜진 기자]

tvN 월화드라마 '졸업'이 공교육 왜곡 의혹에 휘말렸다. 이에 중등교사노동조합(이하 중등교사노조)는 '졸업'이 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켰다며 공식입장까지 발표했다.

지난 11일 첫 방송된 '졸업'은 스타 강사 서혜진(정려원 분)과 신입 강사로 나타난 제자 이준호(이준호 분)의 사제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다.

문제가 된 장면은 1회에서 등장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고등학교 시험 문제의 해석이 나뉘자, 스타 강사인 서혜진이 학교를 찾아가 재시험을 요구하고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장면에서는 '찍히면 어떡해요 학생부', '수시 생각하면 일 키우지 말아라', '수능에서 사라졌습니다. 낡았으니까요', '어차피 학생부 때문에 애들이 문제 제기를 세게 못할 거라는 거', '인질로 잡혀있는 학생부 앞세워 교권을 참칭하는 게 문제입니까' 등의 대사도 등장했다.

해당 장면이 전파를 탄 후 공교육을 왜곡하고 교권 이미지를 무너트린다는 의견들이 등장했다. 이와 관련해 중등교사노조도 직접 나서 유감을 표하는 입장문까지 발표했다.

중등교사는 13일 공식입장을 내고 "'졸업' 1회 방송 내용 중 '고등학교 재시험 요구 사건'과 관련된 내용에 상당한 유감을 표하는 바다. 해당 내용에 대한 과도한 극 중 묘사와 설정은 공교육 일선에서 자라나는 세대를 가르치는 임무를 수행하는 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며,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도 한국 공교육 현장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등교사노조는 "'졸업'의 홈페이지에는 드라마의 기획 의도를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지만 한 번도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던 사각(死角)의 주인들, 학원 강사들의 삶과 사랑을 조명하려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특정 직업군에 속하는 사람들의 삶과 사랑을 조명한다는 의도를 드러내는 데에 공교육 현장에 대한 오해와 이분법적 사고를 불러일으킬 만한 과도한 설정이 꼭 필요했던 것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방송 이후 유튜브 등에서는 이미 '막말하는 (학교) 선생님 압살하는', '출제 오류 사태 말빨로 사로잡은' 등의 자극적인 제목의 편집본 콘텐츠가 생성됐고, 이는 스승의날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 공교육 종사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등교사노조는 문제가 된 장면 속 대사들에 대해서도 "입시에 종속돼 교육과정과 평가가 기형적으로 운영되어 온 중등교육의 존재 이유와 본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가 교육과정의 본질을 살리며 운영해 나가려는 중등 교사들의 노고와 고뇌를 깊이 있게 성찰하지 못한 표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또한 본인의 관점을 고수하려고만 하다가 수세에 몰리자 "기생충"이라 표현하며 주인공에게 물리력을 행사하여 피해를 입히는 남성 캐릭터는 고등학교 교사로, 눈물을 흘리는 제자를 위해 직접 나서지만 남교사의 물리력 행사에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여성 캐릭터는 학원 강사로 설정하여 이 둘의 대립 구도를 그려낸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이분법적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발생한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 등으로 인해 교권 관련 이슈가 크게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런 상황 속 '졸업'에서 교권 이미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과연 공교육 왜곡, 교사 사기 저하 의혹 등에 휘말리며 난관에 부딪힌 '졸업'이 무사히 순항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혜진 기자 hj_622@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