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의정 '2000명' 자료 공방…"정책 결정" vs "단 세 문장에 경악"

조소현 2024. 5. 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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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출 법원자료 언론에 공개
정부, "재판에 부당한 압력" 반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대한의학회가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임현택 의협 회장과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화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김종일 서울의대교수협의회장, 임 회장, 김 회장, 고범석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교수 /뉴시스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근거 자료를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증원 규모를 결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과 보건복지부가 용역을 의뢰한 보건의료인력 수급 연구 보고서 등을 제출했으며 증원 규모는 '정책적 결정'이었다고 강조한다. 반면 의사단체는 정부가 제출한 자료에도 근거가 없고 증원을 '원점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르면 이번주 내려질 법원의 집행정지 항고심 결정이 주목된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대한의학회는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대 소속 교수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대한의학회는 194개 의학회를 회원으로 둔 학술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전의교협과 대한의학회는 정부 제출 자료의 검증을 위해 지난주 '(의대 증원) 과학성 검증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며 "자료를 검증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천장의 근거 자료가 있다는 정부 주장은 기존 보고서 3개를 인용한 주장 외에는 없었다. 세 문장이면 끝나는 근거였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이 지칭한 3개 보고서는 정부가 2035년 1만명의 의사 부족을 예측하는데 근거가 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학교 보고서다.

앞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정부에 2000명 증원의 근거 자료와 관련 회의록 등을 제출하고, 재판부의 인용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의대 증원 승인을 연기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보정심 회의록과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전문위) 회의 결과 등 47건의 자료와 2건의 별도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다만 2025학년도 의대정원 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의 경우 회의록 대신 회의 결과를 정리한 참고자료를, 의협과 만나 28차례 논의한 의료현안협의체(협의체) 회의록의 경우 법정협의체가 아니라 작성 의무가 없다며 보도자료 묶음을 제출했다.

김 회장은 "기존 보고서 재탕 외에 재판부가 석명으로 요청한 증원을 결정한 새로운 객관적인 용역이나 검증도 전무했던 것을 확인했다"며 "2000명 증원 근거는 없었고 지난 2월6일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며 시급히 진행한 보정심에서 유일하게 언급돼 있다. (2000명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객관적인 숫자냐"고 반문했다.

이어 "행정소송은 절차적인 문제에 판단을 구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며 "정책의 내용과 근거가 더 중요하다. 누군가가 한 결정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자료를) 취사선택해서는 안 된다. 국가의 중요한 대계는 주술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더이상 이러한 정책 폭주에 따른 의료농단과 국정농단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의교협과 의대생, 전공의들을 대리하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이날 정부가 의대 증원 근거로 든 각종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김종일 서울의대교수협의회장이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정부답변 검증 결과 요약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 절차적 위법성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종일 서울대의대교수협의회 회장은 "정원을 늘리려면 보건의료 발전 계획이 선행돼야 하는데 수립된 바가 없었다"며 "정부가 합의한 의정합의도 위배했다. 이후에 열린 의료현안협의체를 기망하고 부정했다. 여러 전문가가 수 차례 (정책이) 부당하다고 얘기했지만 묵살했고 각 대학에는 수요조사를 요청해놓고 마치 근거 자료인 것처럼 전면 부각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3대 보고서도 모두 이해충돌의 가능성 가지고 제안됐고, 3명의 저자 모두 다양한 가정을 얘기했을 뿐 본인의 보고서가 2000명 증원 근거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정부는 마치 이분들이 2000명 증원을 주장한 것처럼 무리하게 인용했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연구를 진행하고 외국의 사례와 같이 모든 논의 과정과 결과는 국민들께 투명하게 공개해 국가 보건의료의 새 틀을 짜 달라"고 덧붙였다.

◆ 정부 "의사단체 장외 여론전은 부적절"

정부는 2000명 증원 규모 결정이 '정책적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증원 규모가 2035년에 의사 1만명이 부족해진다는 보고서 등을 토대로 산수를 통해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KDI, 서울대학교의 3개 보고서는 객관적 추계 방법을 통해 공통적으로 2035년 1만명의 의사 부족을 예측했고 이에 대한 논의와 검토도 있었다"며 "정부가 참고한 3개 수급 추계 보고서 중 KDI 보고서만 증원 규모를 제시했으며 해당 연구자는 2024년부터 2030년까지 매해 정원의 5~7%를 단계적으로 증원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증원 시기와 규모, 방법 등은 정책적인 결정사항이었다"며 "정부는 현재 직면한 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하고 의료 수급 균형을 이루기 위해 의사 양성에 최소 6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의사인력 확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 2031년부터 2000명씩 2035년에 1만명 공급을 위해 2025년 2000명의 의대 증원을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사단체를 향해 관련 자료 공개 등 '장외 여론전'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박 차관은 "정부는 최선을 다해서 필요한 자료들을 제출했다. 모든 것은 재판정에서 갑론을박을 하면서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이 돼야 할 것"이라며 "상대 측 변호사가 지금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전부 공개하고 본인들의 해석을 예고하고 있다. 장외에서 재판과 관련된 내용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 재판에 부당한 압력으로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법원이 증원 효력을 정지를 결정할 시 즉각 재항고한다는 방침이다. 의사단체도 이날 정부의 자료 제출과 관련해서 반박서면을 제출, 향후 법원이 기각 결정을 하면 재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정부 측에서도 반박 자료를 낼 것 같아 오는 15일 공방이 끝날 것 같다"며 "재항고 사건(심리)은 석달 정도 걸린다. (석달이 지나면) 입시요강이 발표되기 때문에 사실상 실익이 없는 재판이 된다. 아마도 이번 결정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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