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전기 다 잡아먹네"… 녹색경제 적이 된 인공지능

김희정 기자 2024. 5. 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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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력 사용량 향후 5년간 4.7% 증가…기존 전망치보다 크게 높아져
데이터센터 몰린 조지아주, 원자력 발전 홍보…가스연소 터빈 추가 건설
미국에서 수십 년 만에 처음 들어선 조지아주 웨인스보로의 원자력 발전소 보그틀(Vogtle) 발전소의 냉각탑. 지난해 하반기 3호기가 가동을 시작했다. /AP=뉴시스

미국 동부 내륙의 물류센터에서 디지털 허브로 진화하고 있는 조지아주. IT 공룡들의 데이터센터가 몰려들며 전기 수요가 급증하자 원자력은 물론 화석연료까지 더 끌어다 써야 할 판이다. 클라드우컴퓨팅,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의 열기로 기업이 몰리며 지역경제가 들썩이자 녹색 에너지 목표에서 더 멀어지는 딜레마에 빠진 것.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조지아주 주요 전력회사인 조지아파워는 신규 고객 증가를 감안해 향후 7년간 예상 수요 증가분을 400메가와트 미만에서 6600메가와트로 높여 제시했다. 이는 2023년 초 이 회사 전체 유틸리티 용량의 약 3분의 1 이상이다. 격차를 메우기 위해 회사는 배터리 저장 공간을 추가하고, 미시시피와 플로리다의 화석 연료 연소 발전소에서 전력을 구매하는 한편, 조지아에 3개의 새로운 가스 연소 터빈을 건설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청정에너지 전환 계획과 역행하는 조치다.

일부 기업들은 전기를 확보하기 위해 맞춤형 재생 에너지 계약을 확보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수요 만큼 충분한 양의 전기를 얻기엔 역부족이다. 이처럼 전기가 부족해진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조지아주로 몰려드는 데이터센터다. 사람들이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온라인에서 보내고 기업들이 공장 가동부터 패스트푸드 드라이브스루까지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다보니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모든 컴퓨팅에는 전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AI까지 상용화되면서 전력 수요에 더 불이 붙고 있다.

미국 조지아에 합작으로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고 있는 SK온과 현대차. /사진=머니투데이 사진 데이터베이스

다른 지역들도 예외가 아니다. 테네시즈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전력 회사들도 예상치 못한 과부하에 당황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 그리드 스트래티지(Grid Strategies)가 연방 문서를 검토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 사용량은 향후 5년간 4.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의 전망치(2.6%)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이다. 지난 15년간 미국의 유틸리티업계는 전력 수요는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생산 효율성을 높이면서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상당폭 줄일 수 있었다.

컨설팅회사인 에너지와 환경 경제(EEE)의 수석파트너 아네 올슨은 "한 세대 동안 이런 일을 본 적이 없다. (유틸리티) 업계 전체에서 이런 규모의 부하 증가를 처리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지 이미 오래"라고 말했다.

문제는 유틸리티 회사들은 물론 그 고객사인 기업들도 탄소 배출 목표치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조지아주에 신규 유입을 검토하는 기업들은 에너지 확보 여부를 의사결정의 주요변수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조지아주 당국은 새로 확장된 미국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보그틀(Vogtle)을 안정적 에너지 공급원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조지아파워가 지분 45%를 가진 보그틀은 완공까지 300억달러 이상이 들었고 예정보다 7년이 더 걸렸다.

광주광역시 첨단3단지 국가AI데이터센터 내부 비상발전기실/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하지만 조지아주로 몰려오는 신규 기업들의 예상 전력 수요가 보그틀 발전소에 추가된 원자로의 예상 출력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의 경우 개별 회사의 변전소에 도달하는 전기 공급원을 정확히 추적하는 것도 어렵다. 결국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려면 유틸리티 전체 전력 생산에 의존해야해 해당 기업의 배출량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WSJ은 짚었다.

환경운동가들은 전력회사들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도록 수요 측면의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며 태양광 패널을 가진 소비자가 에너지를 다시 그라드에 되팔 수 있는 가상발전소 개념까지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조지아파워는 가스연소 터빈 추가 건설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규제 당국은 지난달 조지아파워의 계획 대부분을 승인했다.

한편 조지아주에선 알파벳의 구글이 2년 넘게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2021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이터센터 지역을 설립했다. 아마존웹서비스도 최근 조지아주에 토지를 구입해 가능한 서버 공장 입지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 회사 모두 청정 에너지 구매자협회(Clean Energy Buyers Association)의 회원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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