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전세사기 지원에 주택기금 사용 안 돼…‘선 주거안정’ 구제는 천천히”

오대성 2024. 5. 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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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구제, 후 회수'를 핵심으로 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가운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재차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대신, 주거안정 조치를 먼저 하고, 구제는 천천히 진행하자는 대안을 내놨습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오늘(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세사기 문제와 관련한 출입기자단 차담회를 열고, 정부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 국토부 장관 "주택도시기금은 부채성 자금"…전세사기 피해 지원 사용에 '반대'

박 장관은 "야당이 제출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최근 공청회 등에서 여러 전문가도 지적하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본회의에 부의된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은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박 장관은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서민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저축한 청약 통장을 기본으로 하며 언젠가는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할 부채성 자금"이라면서 "무주택 서민이 잠시 맡긴 돈으로 피해자를 직접 지원하면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이 고스란히 다른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박 장관은 "주택도시기금을 사용하면 적어도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나게 돼 있다"면서 "주택기금을 담당하는 주무장관으로서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주택기금 사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 국토부 "'선 주거안정' 중요…피해액 산출 후 보전방안 시행해도 늦지 않아"

박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피해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빨리 전환해서 안정적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피해자 주거지원 방안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우선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피해 주택) 경매가 실시된 이후에 권리관계에 따른 손실액이 확정되고 나면 정확한 피해액을 산출할 수 있다"면서 "그 피해액을 대상으로 활용 가능한 타당한 재원을 마련해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적절한 보전방안을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추후 논의와 함께 사회적 합의를 거치자고 전했습니다.

피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질문에 박 장관은 "국회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재정도 있을 수 있고, 기금으로 하고 재정이 보전해줄 수도 있다. 임대료를 안 받고 장기간 할인해서 가는 것도 재원이 되는 것"이라면서 "국회 상황에 따라서 유동적인데 국회 상황이 정리되면 서로 털어놓고 논의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국토부, LH가 피해주택 매입…피해자 저리 대출 검토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방안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주택을 낙찰받아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고, 원하는 기간 동안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최근 고금리 상황을 고려해 피해자 전용 저리 대출 요건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고,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임대인 정보제공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런 대책들이 이미 시행 중이고 지원 실적이 저조하다는 질문에 박 장관은 "피해자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해서 주택을 매입하고, LH가 경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 갑자기 취소된 국토부 공식 브리핑…"원내에서 세게 하지 말라는 협조사항 있었다"

당초 국토부는 오늘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지원 강화방안'을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장관이 공식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발표 하루 전날인 어제(12일) 밤 국토부는 자료배포와 브리핑을 취소하고, 장관의 약식 설명회로 '톤'을 낮췄습니다.

이에 대한 질문에 박 장관은 부처 간 이견이 있어서 미룬 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박 장관은 "여당과 내용을 협의한 바는 없다. 그런데 정부가 섣불리 안을 내놓는 건 굉장히 부담된다는 (국민의힘) 원내 의견을 전달받았다"면서 "'여당의 원내 운영에 세게 하지 말고, 문제 지적만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원내에 협조하는 측면이 있다. 원내 협조사항이 있었다는 것을 솔직히 말씀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여당이 야당과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두고 '강대강'으로 세게 부딪히는 걸 피하면서도 정부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차담회'라는 형식을 선택했다는 설명입니다.

박 장관은 만약 민주당 주도로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때 가서 고민하겠다"면서도 "기금의 조 단위 손실이 있는데, 수긍하기 어렵다는 건 간접적으로 말씀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임대차 2법'의 원상복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박 장관은 다음 주 중으로 전세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다음달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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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성 기자 (ohwh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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