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떠나고, 빈자들만 남았다”…최악 홍수가 드러낸 불평등

최혜린 기자 2024. 5. 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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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에서 발생한 홍수한 이후 집을 잃은 사람들이 화물 트럭 뒤칸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전역을 휩쓴 홍수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쓰레기와 흙탕물뿐만이 아니었다. 물에 잠긴 동네를 벗어나지 못한 가난한 이들도 거리에 남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은 “이미 물난리가 벌어진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에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며 “아직까지 이곳에 남은 이들은 더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히우그란지두술주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사상 최악의 폭우가 내려 최소 136명이 사망했다. 목재로 지어졌거나 지반이 약한 주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이곳에 사는 이들 대부분이 도시 빈민들이었다.

침수 이후의 상황도 경제적 여건에 따라 달라졌다. 가족 별장에서 지내고 있는 한 시민은 “초반에는 동네에 남아 자원봉사를 했지만, 결국 혼란을 피해 이동해야 했다”며 “떠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이들은 훨씬 더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지만, 가난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피해가 가장 큰 지역 중 하나인 소도시 카노아스의 주민 파울루 세자르 월프는 화물트럭 한 대를 빌렸다. 그는 살던 집이 침수된 다른 이웃 6명과 함께 트럭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나 같은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부터 계속된 홍수로 267명이 숨진 케냐에서도 피해는 빈민가에 집중됐다. 수도 나이로비에 흐르는 마타레 강 근처 빈민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열악한 배수 시스템과 불법 증축, 범람에 취약한 지반 등이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케냐 정부는 빈민가의 무너진 집들을 철거하고 다시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현지 빈민활동가 완지라 완지루는 “강변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 빈민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정부의 성급한 철거 작업으로 인해 더욱 취약한 변두리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같은 비판에도 철거 작업이 일부 진행되면서 최소 3명이 굴착기 등에 깔려 사망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기후재난이 사회적 불평등을 키운다는 점을 고려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브라질 기후정책 전문가 나탈리 언터스텔은 “기후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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