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명 증원’ 회의록 살펴보니…“서남의대 20개 이상 생길 것”

한승연 2024. 5. 1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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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대교수협의회 등 의료계가 의대 증원 근거와 절차가 담긴 회의록 등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오늘(13일) 자료 공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제출한 자료에 '2천 명 증원'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가 의대 증원 집행 정지 가처분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항고심 재판부에 제출한 자료는 모두 49개입니다.

2천 명 증원 규모를 발표한 2월 6일 당일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과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1차~9차 회의록, 의사협회와 28차례 가진 의료현안협의체 보도자료, 정원 배정위원회 1~3차 회의 결과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 보정심에서 2천 명 언급에 "굉장히 충격적...서남의대 20개 이상 초래할 것"

가장 큰 관심은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 회의록입니다. 2천 명 증원 규모를 발표한 그 날, 발표에 앞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보정심에는 위원장(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해 위원 25명 중 23명이 참석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와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측 위원 2명은 불참했습니다.

2천 명이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언급된 것은 그 회의가 처음이었습니다.

먼저, 정부 측이 2천 명 증원 안건을 설명했습니다. 정부 측 간사는 "2035년 수급 전망, 즉 현재 부족한 의사 수 5천여 명과 2035년에 1만여 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의대 정원 확충 규모를 결정하고자 한다"며 "증원 규모는 의대 입학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2천 명 증원하는 방안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위원 중 한 명인 A 위원은 "일정 규모로 증원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한다"면서도 "2천 명 증원 발표에 대해서 굉장히 충격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렇게 대규모로 의대 정원을 늘리면 폐교된 서남의대를 20개 이상 만드는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의사들을 양산해서 국민 건강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남대 의대는 서남대가 부실대로 퇴출되며 2018년 폐교됐습니다. 서남대 의대 정원은 전북대와 원광대 의대에서 흡수했지만 전북대와 원광대는 갑작스러운 증원에 혼란을 겪었습니다.

A 위원은 갑작스러운 증원으로 서남대 의대 폐교와 그에 따른 부작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입니다.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록 일부


A 위원은 전공의 집단행동 사태와 의대생 집단휴학 등 반발을 예견했습니다. A 위원은 "전공의 학생은 물론 전체 의사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파업과 동맹휴학으로 자신들의 뜻을 표현할 가능성이 굉장히 많아 걱정이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B 위원은 보정심 회의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B 위원은 "보정심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토론만 이끈다는 점은 사실 보정심은 무의미하다는 걸 의미한다"며 "여기에 대한 토론이나 의견이 전혀 없는 상황 속에서 일방적으로 하고 회의 끝난 다음에 2천 명이라고 발표될 것인데 보정심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의대 교수인 C 위원은 증원 시 각 의대에서 교육이 가능할지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C 위원은 "2천 명이라면 늘어나는 학생을 각 의과대학에서 올해 1년 내에 다 준비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이 상당히 우려스럽다"면서 "기초의학 교수들은 모시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준비 없이 했을 때 현장의 부작용들은 고스란히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전달되는 거기 때문에 이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 "최소 3천 명 증원" 찬성 의견도...복지부 장관 "4명 이견 제시했지만 대체로 동의"

현장에서 반대 의견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D 위원은 "오히려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 증원을 한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 들어가는 건 10년이다"면서 "10년 후에 추가로 몇백 명 늘어난다는 건 '언 발에 오줌 누는 것'밖에 아닐 거다."라고 했습니다.

소비자 측인 E 위원은 "2천 명 증원이라는 귀한 숫자를 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필수 부분과 의료 공백이 있는 모든 분야의 필요한 의료 숫자를 잘 맞추려면 또 최소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춘다면 최소 3천 명은 증원을 해야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위원장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복지부 안대로 증원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조 장관은 "23분 중에 4분이 이견을 제시하셨지만 대체로 동의하시는 거로 생각이 된다, 다른 의견이 없으시면 보건복지부 안대로 의결하고자 한다"고 말하며 이의 없냐고 물은 뒤 위원들이 "예"라고 답하자 "그러면 의결되었습니다, 이상 논의를 마치겠습니다"하고 회의를 마무리했습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 의료계 "증원 결정 회의록 없다"...정부 "충분히 협의"

의료계는 이 2월 6일 보정심 회의가 '요식행위'였다고 주장합니다.

김종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보정심은 2천 명 결정을 통보하게 했지 도대체 몇 명이 필요한가 논의해봤더니 2천 명이구나 하는 거를 결정한 회의는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천 명 증원을 결정한 회의록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도 "2천 명을 결정한 보정심 회의는 2시부터 3시까지 진행됐고 정부의 보도자료는 3시 3분에 배포됐다"며 "이미 일부 신문사에서 2시간 전에 정부가 2천 명 정원을 확정했다라는 내용으로 보도한 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회장은 "도대체 보정심 회의는 무엇을 위한 회의냐, 단순한 거수기 역할을 하는 곳이냐"고 물었습니다.

이러한 의료계의 공격에 대해 정부는 반박했습니다.

정부는 2월 6일 보정심 회의에서 참석한 위원 23명 중 19명은 2천 명 증원에 찬성했고 4명이 반대했지만 "반대의 경우에도 규모에 대한 이견으로 증원 자체에는 찬성 의견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보정심 이전에 2천 명 규모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협의했다"며 "추계 결과에 대해 복지부와 의협 간 양자 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에서 4차례 회의를 가졌고 추가로 수급 추계 전문가 공개 포럼을 통해 상당수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2천 명 증원 근거와 절차에 대한 의료계와 정부 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고등법원 항고심 재판부는 정부가 제출한 자료들을 살펴본 뒤 이번 주 안에 증원 집행정지 인용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계획입니다.

인용되면 내년도 증원은 사실상 힘들어질 것이고 기각이 되면 증원은 사실상 확정될 거라 법원의 결정이 의료공백 사태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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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연 기자 (hanspon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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