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고 지적 능력 안 되면 외국 의대 가" 의사들, 의사 수입 반대 이유 보니
전공의들이 병원을 대거 이탈한 지 3개월이 다 돼가는 가운데, 대학병원 교수들도 사직 물결에 동참하면서 정부가 의사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내놓은 대안인 '외국 의사 수입안'에 대해 반대표가 쏟아진다. 특히 △외국 의대 졸업자의 한국 의사면허 합격률이 낮다는 점 △환자와의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제기되면서 의정 갈등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13일 오후 3시 기준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생각함'에 게시된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에는 총 1329명의 국민 의견이 달렸다. 이 가운데 반대는 89.3%(1187건), 찬성은 4.1%(55건), 기타는 6.5%(87건)로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외국 의사 허용 입법예고에는 "세계 최고의 수준인 한국 의료를 두고 굳이 외국인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지 않다" "외국인 의사가 온다면 그야말로 돈 벌러 오는 걸 텐데 사명감은 없고 필수과는 담당하지 않을 것 같다" "소통 문제도 있을 테고 절대 반대한다"는 등 반대 의견이 줄을 잇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8일 보건의료 재난 위기가 심각 단계일 경우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이달 20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는 국회나 정부가 법을 만들거나 바꾸기 전, 새로운 법안 내용을 미리 국민들에게 공지하는 것으로 국민 누구나 찬성·반대 등 의견을 낼 수 있다. 복지부는 이번 입법예고에 대해 "의료인 부족으로 인한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가 복지부 장관의 승인 후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사집단의 반발이 거세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돈은 있고 지적 능력은 안 되는 그런 사람이 외국 의대에 간다"며 "그래서 그들이 한국의 의사 면허 국가고시를 봐도 통과할 확률이 재수·삼수해도 33%인가 그렇다"고 주장했다.
최안나 의협 보험이사도 "돈은 있고, 의사는 만들고 싶은데 외국 의대로 우회해서, 한국에서 시험도 안 보고 의료 현장에 나올 수 있게 하자는 건 도대체 복지부 어느 집 자제를 위한 것인가"라며 "만약 그런 사례가 단 하나라도 나온다면 용서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한국 의료는 전 세계 탑 클래스"라며 "어느 대학도 의대만 나왔다고 해서 환자 생명을 맡기지 않는다. 그들이 통과해야 하는 시험이 있고,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우수하게 트레이닝 받은 전공의들이 '도저히 이 나라에서 미래를 찾을 수 없다'고 여겨 병원을 떠났는데, 그들이 다시 병원으로 오도록 하기는커녕 말도 안 되는 걸 정책이라고 내놓는다는 게 참담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사람이 한국에서 의사가 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외국 의대 의사국가고시 예비시험 통과 현황' 및 '외국 의과대학 졸업자 국내 의사 국가 고시 응시 및 합격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5~2023년 외국 의대 졸업자의 한국 의사 예비 시험 합격률은 55.42%였고, 이후 의사 국가고시까지 통과해 국내 의사 면허를 발급받은 비율은 41.4%에 불과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매년 100%에 가깝다. 지난 1월에 치러진 의사 국가고시의 합격률은 94.2%를 기록했다. 신현영 의원은 "나라마다 환자의 인종·성별·생활 습관·지역별 특성에 따라 질병의 발생과 치료 반응 등, 역학적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외국에서 의대를 졸업했더라도 한국 의사 국가시험을 다시 봐야 한국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다"며 "이 과정을 생략한 채 외국 의대 출신 의사를 현장에 곧바로 투입한다면 환자뿐 아니라 외국 의대 출신 의사에게도 자칫 의료사고의 책임을 오롯이 본인이 감당해야 하기에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내과 의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의사는 진료할 때 단지 질병에 대한 치료뿐 아니라 환자와 소통하며 마음까지 치료하고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언어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 의사가 그동안 우리나라 의사들의 높은 수준에 익숙해 있는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만족을 안겨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우려 제기에 복지부는 "외국 의사의 경우에도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절한 진료역량을 갖춘 경우에 승인할 계획"이라며 "제한된 기간 내 수련병원 등 정해진 의료기관에서 국내 전문의 지도 아래 사전 승인받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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