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입은 호텔, 앱으로 새벽에도 체크인"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4. 5. 1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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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호 핸디즈 대표
도심형 생활숙박브랜드 런칭
디지털 전환으로 편리성 높여
지난해 누적 매출 500억 돌파
잠만 자고 떠나는 곳 아닌
추억 남기는 숙박 제공 원해

"어반스테이는 '숙박업'이라기보다는 추억을 남기는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핸디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접목하고 있습니다."

정승호 핸디즈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다시 찾지 않으면 어반스테이는 지속될 수 없다"며 "한 번 어반스테이를 이용한 고객이 다시 찾게 하는 데 회사가 가진 역량을 집중하다 보니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던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5년 설립한 스타트업 핸디즈는 국내 에어비앤비 숙박 호스트의 청소와 세탁, 침구 렌탈 등을 맡는 관리 업체였다. 그러던 중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이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조금씩 그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을 때 정 대표는 2019년 '어반스테이'라는 브랜드로 레지던스 운영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4년 만에 핸디즈는 매출 535억원, 누적 이용자 수 103만명이라는 기록을 거뒀다.

여행을 좋아하던 정 대표는 해외 호텔에서 묵을 때마다 '잠만 자는 공간이 왜 이리 비쌀까'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뒤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에어비앤비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한국에서 왜 이러한 사업 모델이 정착하기 힘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도심 속의 숙박 공간이라 하더라도 잠만 자는 게 아니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준다면 사업성이 있다고 봤다"며 "그렇게 2015년에 핸디즈를 창업했다"고 덧붙였다.

창업 초기에는 호텔을 대체할 수 있는 건물이 없었던 만큼 에어비앤비 관리 위탁업을 맡았다. 2017년 이후 생활형숙박시설이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떠오르자 정 대표는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생활형숙박시설을 보유한 집주인은 이를 숙박시설로 활용해야 하는데, 개인이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객 불만 사항 접수, 청소, 예약, 결제 등을 위탁 관리해줄 운영사가 필요했고, 정 대표는 핸디즈를 레지던스 운영 업체로 전환하며 숙박 문화에 디지털을 입히기 시작했다.

한국 숙박 문화가 가진 아쉬움을 해소하려는 그의 생각은 고객의 눈높이와 맞아떨어졌다. 2015년 에어비앤비 위탁업을 했을 당시 매출은 1년에 수천만 원에 불과했는데 2019년 피벗을 하고 난 뒤 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하면서 지난해 기준 500억원을 넘어섰다. 이제는 완공된 생활형숙박시설 위탁 관리에서 나아가 사업 초기 단계부터 기획에 참여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의 '별내자이 더 스타 이그제큐티브', 서울 익선동 '어반스테이 부티크 익선'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핸디즈는 전국 20여 개 지점, 2700실의 생활형숙박시설을 위탁 관리하고 있다.

핸디즈가 운영하는 어반스테이는 깔끔하다. 또한 이를 찾는 고객들은 '편리함'에 두 번 놀란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숙소를 예약하고 결제하면 숙박하는 곳의 호실과 출입을 위한 비밀번호가 전달된다. 호텔에서 볼 수 있는 '유선 전화기' 대신 앱 안에서 관리자와 대화하며 필요한 물품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체크인, 체크아웃을 위해 1층 프런트에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정 대표는 "100년 전 호텔과 지금 호텔의 차이점이라면 쇠로 된 열쇠가 카드로 바뀌었고, 두꺼운 CRT TV가 얇은 LED로 바뀐 것뿐"이라며 "디지털 기술을 기존 숙박 문화에 적용하는 것보다 고객의 입장에서 편리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호텔은 객실 예약, 체크인, 객실 배정, 가격 등을 관리하는 '자산관리시스템(PMS)'을 사용한다. 핸디즈는 이 시스템 역시 직접 개발했다. 기존 PMS는 사람이 있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만큼 핸디즈가 추구하는 방향과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핸디즈의 PMS 안에서는 국내 어반스테이가 보유한 2700실의 모든 정보를 관리할 수 있다. 정 대표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어반스테이를 많이 예약하는데, 시차로 한국에서는 밤·새벽 시간대에 주로 예약과 결제가 이뤄진다"며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해 현재 어반스테이가 보유한 객실에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형숙박시설을 핸디즈에 맡긴 '집주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방 예약 상황은 어떤지, 얼마에 계약을 맺었는지, 방을 청결하게 관리하기 위해 어떤 물품을 사용했는지 등이 투명하게 공개된다. 정 대표는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핸디즈는 업계 최고 실력을 갖춘 개발자가 일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반스테이를 숙박시설에서 나아가 '함께 사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친구가 됐든, 연인이 됐든 어반스테이가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전력투구할 것"이라며 "관광명소를 찾은 뒤 숙소를 찾는 게 아니라, 어반스테이를 먼저 예약하고 가볼 곳을 찾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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