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대 증원 근거 자료 공개…"근거 없고 외부서 결정한 숫자"
의료계가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대 증원 근거 자료들을 전부 공개했다. 해당 자료 중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2000명 증원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의료계의 자료 공개에 대해 공정한 재판을 방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에게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한 근거를 제출하라는 서울고법 행정7부의 요청에 따라 정부는 재판부에 의대 증원 관련 회의자료, 녹취록, 대학별 의대 증원 수요 조사 자료, 의학교육점검반 활동보고서, 배정위원회 회의 등 배정 관련 자료 등을 제출했다.
의대생, 전공의, 의대교수 법률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13일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들을 언론에 전부 공개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배정위원회 회의록 참석자조차 제출하지 않는 기망 행위를 했다”며 “2000명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누군가 결정한 숫자”라고 주장했다.
● 보정심 회의록, 위원 23명 중 4명 ’의대 증원‘ 이견 제시
법률대리인이 공개한 보정심 회의록에서는 2000명 증원에 우려를 표한 위원들의 의견이 있었다. 23명의 위원 중 4명이 증원에 이견을 제시했다.
한 위원은 “2000명 증원 발표에 대해서 굉장히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2000명 이상 4000명까지 교육할 수 있다는 의대별 수요조사 결과는 최대한 많은 의대생을 유치해서 등록금 수입을 올리고 학교 평판을 좋게 하려는 이사장과 총장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오늘 회의 끝난 다음에 2000명이라고 발표될 것인데 보정심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보정심에서 2000명을 일방적으로 발표할 것이란 우려를 표하는 의견을 냈다.
지방대 의대 교수라는 한 위원은 “내년부터 당장 2000명을 한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기초의학 교수들은 모시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현장의 부작용들은 고스란히 학생, 부모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3000명은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위원은 “필수부분과 의료공백이 있는 모든 분야 필요한 의료 숫자를 잘 맞추려면, 또 최소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춘다면 최소 3000명은 증원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 의료계 “2000명 증원 근거 없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협회회관에서 ’의대 입학 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2000명 주장 근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실제 자료를 검증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수천장의 근거자료가 있다는 정부 주장은 기존 보고서 3개를 인용한 주장 외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2000명이 유일하게 언급된 자료는 2월 6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시행된 보정심 희의록이었다고도 설명했다. 김 회장은 “도대체 2000명은 어디서 나온 객관적 숫자냐"며 “국가의 중요한 대계는 주술의 영역이 아니다. 과학적 근거와 치열한 논쟁, 토의를 거쳐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복지부 “의료계 왜곡 전달 우려...재판 방해 의도”
정부가 제출한 자료들은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의료계의 의견에 대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상대방(의료계) 대리인이 전체 내용은 생략한 채 일부만 강조하는 등 왜곡 전달할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여론전을 통해 재판부를 압박해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 결정 근거는 연구보고서들을 기반으로 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2035년에 의사 1만명이 부족해진다는 복수의 과학적 방법론에 의한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의대 증원을 결정했다”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 3개 보고서는 객관적 추계 방법을 통해 공통적으로 1만명 의사 부족을 예측했다”고 말했다.
해당 자료 중에는 KDI 보고서만 2024~2030년 매해 정원의 5~7% 단계적 증원이라는 증원 규모를 제시했다고 설명했으며 증원 시기와 규모, 방법 등은 정책적인 결정 사항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을 집행할 경우에는 즉시 항고하겠다고도 밝혔다. 박 차관은 “만약 인용 결정이 난다면 즉시 항고해서 대법원 판결을 신속하게 구하겠다”고 말했다.
의대생, 전공의, 의대 교수 등이 복지부와 교육부 상대로 신청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결과는 이번 주 결정될 예정이다. 기각되면 의대 증원이 가능하지만 인용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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