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디플레 탈출’ 가능성 커진 日… 强달러 제동걸까
올해 임금 인상률 5.2%… 30년만에 최고 수준
올해 하반기~내년 초 디플레이션 탈출 가능성
마이너스 금리 벗어난 日, 추가 인상여부 주목
일본 정부가 올해 하반기 이후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탈출 선언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일본은행의 목표수준인 2%를 꾸준히 상회하고, 임금 상승률도 3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경제 정상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이 디플레이션 탈출을 선언하면 그간 완화 기조를 유지했던 일본은행(BOJ)도 긴축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엔화 강세를 유발해 전세계적인 강(强)달러 흐름을 다소 누그러뜨릴 것으로 보인다. 고(高)환율 현상으로 물가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국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 2% 웃도는 물가, 5% 넘은 임금인상률… 침체 벗어난 日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 경제는 1980년대 자산시장 거품이 폭발한 후 30년동안 장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21년까지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에서 0.5%를 오갔고, 임금인상률은 꾸준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물가가 오르면서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다. 2022년 4월 이후 월별 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일본은행의 목표인 2%를 꾸준히 상회했으며 작년 2월에는 4.3%까지 치솟았다. 물가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1982년 이후 가장 높은 3.1%를 기록하기도 했다.
임금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지난달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단행한 봄철 임금 협상(춘투·春鬪) 결과, 올해 임금 인상률은 5.24%로 중간 집계됐다. 지난해 임금 인상률 3.6%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1994년 이후 3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의 임금과 물가의 흐름만 놓고 보면 경기는 회복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임금 인상을 수반한 2%가 넘는 안정적인 물가 상승을 디플레이션 탈출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는데, 이 조건을 이미 달성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도 디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8년간 유지했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올해 3월 종료하면서 사실상 일본 경제가 정상 경로에 접어들었음을 시인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일본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 정상화를 암시하는 매파(긴축 선호)적인 발언이 자주 나오고 있다”면서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요란스러운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방향성을 시장에 계속 알려주면서 소통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 日 긴축 국면 접어들까… 엔저(円低) 탈출 가능성 주목
물론 아직은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미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3%를 넘겼던 월별 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올해 들어 2%대로 낮아지는 등 물가 상승세가 약해지고 있어서다. 또 명목임금은 올랐지만 물가 변동을 반영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올해 3월(-2.5%, 전년 동월 대비)까지 2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경기 침체를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한국은행 동경사무소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올해 하반기 이후 디플레이션 탈출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탈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내년 초나 그 이후로 시점이 밀릴 여지도 있다.
일본이 디플레이션 탈출을 공식화하면 시장에서는 일본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으로 접어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서는 디플레이션 탈출을 금리 인상을 한 번 더 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가장 먼저 외환시장에서 강달러 흐름이 다소 누그러질 전망이다. 엔화는 달러화지수(DXY)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주요 6개국 통화 중 유로화 다음으로 비중이 큰 통화다. 금리가 오르면 엔화의 투자 매력도가 오르고, 미국 달러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엔화와 동조성이 높은 원화의 가치도 덩달아 오늘 가능성이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작년 6월까지 미국 달러화 대비 원·엔 환율의 상관계수는 0.973이었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원·달러 환율도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수입물가를 낮춰 2% 후반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물가를 진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디플레이션 탈출이 올 하반기가 될지 내년 연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의 물가 추이를 보면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쪽으로 다가설 명분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일본은행이 빠르게 금리를 올린다면 엔화가 급격하게 강세를 보일 수 있고, 우리나라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솔루스첨단소재, 국내 배터리社 물량 잇단 수주
- “그냥 정년까지 다닐래요”… HD현대重 노조 ‘승진 거부권’ 요구
- 경기도 지역화폐사업으로 쑥쑥 큰 이 회사... 자녀회사 지분을 자사주로 사줬다
- 대만 컴퓨텍스는 ‘역대 최대’인데… 美·中 갈등에 중국 반도체 전시회는 ‘축소’
- ‘블랙핑크 리사와 열애설’ LVMH 회장 넷째, 지주회사 대표 임명
- 사이 미묘해진 HD현대·한화… 눈치 보는 계열사 직원들
- “시간제 근로자에게도 보너스 지급”…美 월마트의 실험
- “항암제 다음 이 분야” 신경계 치료제 R&D 열 올리는 제약 공룡들
- [금융포커스] “토스뱅크 혁신한 공로 인정”… 스톡옵션, 대표보다 더 받은 직원 등장
- [가봤어요] 농심의 미래는 PC방에?… 라면 레시피 개발하는 레드포스PC아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