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I 신약개발 전쟁은 시작됐다, 인프라 무기부터 갖추자

송복규 기자 2024. 5. 1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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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사이언스와 함께 과학계 양대 학술지로 꼽히는 네이처는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논문을 공개했다.

한국 정부와 테크 기업들이 인프라를 통합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니 AI 신약 개발에 별 관심이 없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한 대학교수는 "딥마인드가 혁신적인 단백질 예측 AI 모델을 만든 건 대규모 클라우드 같은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AI로 신약을 개발할 만한 국가컴퓨팅센터조차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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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사이언스와 함께 과학계 양대 학술지로 꼽히는 네이처는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논문을 공개했다. 빅테크의 대명사인 구글의 딥마인드는 이날 인공지능(AI) 모델 ‘알파폴드3′를 발표했다. 논문명은 ‘알파폴드3를 사용한 생체분자 상호작용의 정확한 구조 예측’, 이제 AI가 단백질 구조를 넘어 유전물질인 디옥시리보핵산(DNA), 리보핵산(RNA)과의 상호작용까지 파악했다는 것이다.

내용은 거창한 논문명에 비해 당황스러울 정도로 짧았다. 연구 소개부터 논문을 마무리하는 논의까지 분량은 7장에 그쳤다. 딥마인드는 줄 간격을 넓게 쓴 논문에 알파폴드3의 결과 정도만 담고, 소스코드와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또 딥마인드는 알파폴드3의 상업적 활용을 금지했다. 알파폴드3의 활용은 하루 10번으로 제한했고, 후보 물질을 이용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것도 막았다.

혁신적인 신약을 만들 알파폴드3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단 하나였다. 바로 딥마인드의 자회사인 아이소모픽랩스다. 2021년 딥마인드에서 분사한 회사로,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함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빅테크가 만든 AI 모델을 자회사가 활용하는 모델을 안착시킨 것이다.

단백질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은 신약 개발이 독점 체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수한 인프라와 인력, 자본을 두루 갖춘 특정 빅테크와 다국적 제약사에 질병 정복의 명운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없는 형편에 AI 모델과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들은 고사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최근 빅테크들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는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을 공개했고, 엔비디아는 존슨앤드존슨 같은 다국적 제약사와 손을 잡았다. 바이오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빅테크들의 투자도 공격적으로 변했다.

연구자들은 빅테크를 따라가려면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인프라다. AI는 대규모 데이터 속에서 인간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패턴을 알아낸다. 그렇게 하려면 클라우드(가상서버) 컴퓨팅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정부와 기업이 보유한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이 흩어져 있다. 연구자들은 돈을 내고 아마존이나 구글의 클라우드를 쓴다. 한국 정부와 테크 기업들이 인프라를 통합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니 AI 신약 개발에 별 관심이 없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한 대학교수는 “딥마인드가 혁신적인 단백질 예측 AI 모델을 만든 건 대규모 클라우드 같은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AI로 신약을 개발할 만한 국가컴퓨팅센터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나 카카오, 삼성, LG처럼 AI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도 LLM에만 관심을 보이지 단백질 분석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은 AI를 이용한 단백질 구조 분석에서 미국이나 중국 못지않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밤낮없이 첨단기술을 습득하고 개발한 연구자들 덕분이다. 그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AI 단백질 분석과 신약 개발에 뛰어드는 후학도 있다. AI 신약 개발 분야의 한 연구자는 “한국의 (AI 신약 개발) 인력 풀은 이미 충분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제4차 생명공학육성 기본계획’에 AI 신약 개발도 넣었다. 빅테크들이 시작한 AI 신약 개발 전쟁에 참전하겠다는 것이다. AI 신약 개발을 지원하겠다면, 인프라 구축부터 나서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병사라도 무기 없이 전장에 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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