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OOO 갈매기들은 버려진 치킨&족발 만찬 중"

이미연 2024. 5. 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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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2600만명이 만들어낸 쓰레기, 연간 70만t '쓰레기산'으로
환경부·수도권 3개지자체, 6월까지 대체매립지 3차 공모 진행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지에 쓰레기가 부려지면 갈매기들이 앞다퉈 음식물쓰레기 냄새를 맡고 달려든다. 사진 이미연 기자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지에 쓰레기가 쏟아지는 모습. 사진 오른쪽 상부에 찍힌 대롱에서 암모니아 탈취용액이 섞인 물이 쓰레기더미로 뿌려지면서 악취 확산을 막는다. 사진 이미연 기자
제3-1매립장 전경. 사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서해와 한강을 잇는 아라뱃길의 마지막 여정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는 애초 바다였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땅이지만 아직 바다의 영혼이 머물고 있는걸까. 이 간척지에 트럭 행렬이 이어지며 무수한 쓰레기더미를 그야말로 토해냈다. 그 셀 수 없는 쓰레기봉지들을 짓이기는 육중한 트랙터 바퀴 앞뒤로 백여마리가 훨씬 넘어보이는 갈매기들이 분주하게 날개짓을 이어가는 장관을 넋을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지난 10일 오전, 누군가의 목소리에 상념이 순식간에 확 깨졌다.

"저 갈매기들은 지금 치킨(뼈에 붙은 살)과 족발 먹으려 달려드는 겁니다."(서장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차장)

2600만명의 수도권 인구가 생산(?)하는 '쓰레기 종착지'라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살짝 감성모드였지만, 관계자의 뼈때리는(!) 설명에 곧바로 정신줄의 방향을 현실로 되돌릴 수 있었다. 쓰레기봉투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매립지 입장 순서대로 몸체를 기울여 쓰레기를 부리고나면 거대한 위용의 불도저같은 특수차량이 돌기달린 바퀴로 파봉 및 다짐 작업을 반복하며 쓰레기의 산을 차근차근 쌓아 올린다. 작업 내내 옆에서 물차가 쓰레기무덤에 물을 뿜어댄다. 그러고보니 각오했던만큼의 악취가 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그제서야 깨달았다.

서 차장은 "바퀴가 톱니모양으로 생긴 차량이 왔다갔다하면서 쓰레기봉투를 터트려 공기를 빼내고 쓰레기를 다지며 압착시킨다. 동시에 암모니아 탈취액이 섞인 물이 뿌려지면서 냄새를 잡는다"며 "계란껍질이나 닭뼈처럼 일반쓰레기로 분리되는 폐기물이 같이 들어오기 때문에 음식물 냄새를 맡고 갈매기들이 몰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만큼의 악취가 나지 않는 것은 지난 2005년부터 음식물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된 덕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쓰레기 봉투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아예 없진 않기 때문에 매립지공사에서는 나름대로 방안을 강구하기도 했다. 폐기물 전량 검사는 불가능하지만 하루에 15% 정도의 차량을 랜덤으로 선정, 해당 차량이 싣고 온 쓰레기봉투를 일일이 뜯는 정밀검사로 음식물쓰레기가 많이 섞인 지자체 차량을 솎아내는 것. 이 과정에서 유난히 갈매기가 많이 몰리는 차량에는 음식물쓰레기가 섞인 비율이 높은 경우가 많아 매립지에서 갈매기는 일종의 '마약탐지견' 역할도 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런 매립지 쓰레기 하역잡업은 주 5일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주말과 공휴일 등을 제외하고 나면 1년에 240일 동안 수도권 64개 시군구의 쓰레기가 이 곳에 모인다. 하루 3000t(톤), 연간 70만t의 '쓰레기의 산'이 만들어지고 있다.

'매립'이라는 단어때문에 지하에 파묻는 작업을 상상했지만, 의외로 지상에 층층이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새벽부터 오후까지 쓰레기더미가 산처럼 다지지면 오후 4시 이후 5시간 안에 20cm 두께의 흙이 쌓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1개층은 약 5m에 달하는데, 매립지 외곽을 경사지로 만들어 피라미드 형태의 총 8개층으로 매립이 이어진다.

1992년 2월부터 매립이 시작된 제1매립장은 6400만t의 폐기물을 매립하고 2000년 10월 매립이 종료됐다. 안정화 단계를 거치며 상층부는 야생화단지, 스포츠센터, 드림파크CC 등 환경테마파크로 탈바꿈해 지역주민과 수도권 시민들의 휴식공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연간 방문인원은 16만명에 달할 정도라는데 실제 현장을 방문했던 날은 금요일이긴 했지만 평일임에도 적지않은 골퍼들이 드림파크CC를 찾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지역주민은 엄청 저렴한 가격으로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많은 시간대의 부킹 경쟁률은 무려 1000대 1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이후 2000년 10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제2매립지가 매립바통을 이어받았다. 현재는 매립 종료 후 안정화 단계를 밟고있지만 마냥 방치된 것은 아니다. 매립된 쓰레기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침출수나 가스, 냄새 등을 처리하는 작업 등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매립 종료 후 20년간 사후관리를 공사가 도맡아하고 있는 것. 특히 침출수는 공사가 특허낸 미생물처리공정과 활성탄 등을 이용해 배출기준 이하로 처리해 방류를 진행한다.

매립쓰레기에서 발생하는 가스는 '효자'다. 포집한 가스로 전기를 생산해 작년에는 한국전력에 320억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게 2007년부터 운영된 발전시설로 벌어들인 수입은 무려 누적 5550억원이다. 여기에 탄소절감은 덤이다. 승용차 340만대가 1년동안 배출한 탄소의 양과 동일한 양의 탄소를 수도권매립지에서 줄인 것으로도 집계됐다.

2024년 현재 서울과 경기도, 인천이 토해내는 그 많은 쓰레기는 제3-1매립장에 차곡차곡 묻히고 있다. 지금까지는 '세금내고 있으니 어떻게든 정부가 알아서 처리하겠지'라며 관심조차 두지 않았을 수 있었겠지만, 앞으로 이런 방관모드는 위험하다. 이 '수도권매립지'의 사용종료 예정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환경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수도권매립지 정책개선 4자 협의체)는 올해 3월 28일부터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매립지 3차 공모를 진행 중이다. 공모 기한은 6월 25일인데 지원한 지자체 숫자는 현재까진 0이다. 지난 2021년 1차와 2차 공모 때도 응모 지자체가 없었던터라 이번엔 후보지 규모(220만㎡ 이상→90만㎡ 이상)를 줄이고 부대시설 수도 이전보다 줄였고, 해당 기초지자체에 주어질 특별지원금(2500억원→3000억원)은 늘렸다. 조건은 기존보다 완화하고, 혜택은 확대한 것.

제3-1매립장은 총 1819만t의 쓰레기를 묻을 수 있는 규모로 올해 3월까지 59.9%(1090만t)가 사용됐다. 이 매립장에 연간 매립되는 폐기물량은 50~80만t이라 향후 10여년 가량 더 사용할 수 있지만, 새로 확보될 나대지에 침출수와 가스 등을 처리할 기반시설을 설치하려면 10여년이 걸리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공사 측은 3차 공모에 기대를 걸고 있다. 류돈식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기획조정처장은 "최근 수도권 기초지자체 대상으로 진행한 4차례 설명회에서 매립지 유치에 동의해야 하는 주민 범위 등 절차를 두고 질문이 나온 적 있다"며 "(유치를) 내부에서 검토했기에 나온 질문이 아닌가 싶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글·사진=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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