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 내일을 더 기대하는[인터뷰]
배우 변요한에게 ‘내일’은 더 기대되는 순간이다. 배우로서, 자연인 변요한으로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것으로 변화되는 자신이 느껴진다며 싱긋 웃었다.
“저 나름 계획표가 있어요. 선배들에게 많이 배워서 절 땅에 두 발 제대로 닿게 하고 싶었거든요. 현장에서 노하우를 쌓고 싶어 그런 시간을 많이 보냈죠. 대단한 선배들이 제 주위에 많았는데요. 작품을 책임지는 것뿐만 아니라 선택의 지혜로움, 맺고 끊기, 버림 등을 굉장히 심플한 방법으로 하는 걸 배웠어요. 이제 1년만 있으면 40대가 되는데 제 40대가 그래서 더 기대가 돼요.”
변요한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신작 ‘그녀가 죽었다’(감독 김세휘)로 이제껏 보여주지 못했던 얼굴을 공개하는 설렘, 신혜선, 김세휘 감독에 대한 칭찬 등을 쏟아냈다.
■“‘그녀가 죽었다’ 관음증 지닌 구정태 役, 만만치 않았죠”
‘그녀가 죽었다’는 관음을 악취미로 삼는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정말 만만치 않은 캐릭터였어요. 처음엔 ‘자산어보’ 제작사 대표가 ‘너한테 너무 잘 맞는 시나리오가 있다. 읽어봐라’라고 해서 시나리오를 건네받았는데, 제가 이런 이야기도 편견없이 좋아하는 배우라는 걸 깨달았죠. 그만큼 촘촘하고 재밌었어요.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도전해보고 싶었죠. 이후 김세휘 감독을 만났는데 ‘변요한은 이 역을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계속 주는 거예요. 믿음엔 장사 없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치밀하게 분석해서 현장을 갔죠.”
김세휘 감독은 그에게 ‘동물적 감각이 살아있는 배우’라고 했지만, 그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캐릭터에 대한 지식을 정말 많이 쌓으려고 해요. 제가 공부한 것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현장에서도 마음대로 몸을 던질 수 있거든요. 컨디션이 안 좋아도 안 좋은대로 던질 수 있는 건 쌓아온 자료 덕분이죠. 어떻게 보면 저는 굉장히 수학적인 배우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엔 특히나 ‘구정태’ 쌓기에 공들였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캐릭터라서 제가 치밀하게 쌓지 않으면 구정태에게 잡아먹힐 것 같더라고요. 제가 얘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하고 감정을 실어야 잘 다룰 수 있어서 그 사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죠. 다행히 감독이 시나리오에 이미 세팅을 정말 잘 해놔서 그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어요. ‘구정태’를 미화하거나 옹호하지 않는 선에서 잘 놀아보자 싶었죠.”
■“김세휘 감독은 천재, 신혜선은 여림을 인정하는 미덕이 있죠”
그는 제작발표회서부터 김세휘 감독을 ‘천재’라고 극찬해 화제가 됐다. 지금도 그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며 김세휘 감독의 앞으로 행보가 더욱 궁금하단다.
“따지고 보면 인물도 많이 안 나와요. 저와 신혜선, 이엘 등 6~8명 정도가 나와도 극을 탄탄하게 잡을 수 있었던 건 결국 감독 공이거든요. 저 뿐만 아니라 분명 현장에서도 몇 명이 ‘천재’라고 했는데, 수줍어하더라고요. 김세휘 감독은 재능도 있지만 집중력이 굉장히 높아요. 자신의 능력과 집중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사람이라 현장에서 혼란이 와도 그걸 믿고 콘트롤하는 능력이 있죠. 그런 연속적인 선택들을 보면서 ‘이 사람은 크게 되겠다, 응원하고 싶다. 또 보고 싶다, 다음 작품 같이 안 하더라도 이 감독의 차기작이 궁금하다’라고 느꼈어요. 연이은 혼란 속에서도 단 한 번 경험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영리한 사람이에요.”
신혜선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신혜선은 여림을 인정할 줄 아는 배우에요. 강하게 보이려고 하지 않죠. 그래서 배우로서 되게 좋아하고 사람으로서도 좋아해요. 여림을 인정했을 때 절대 누구도 해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는 거잖아요. 또 거기서 나오는 아우라가 있고요. 오히려 더 강해지기도 하죠. 세상 사람들이 다 강하게 보이려고 해서 부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신혜선 같은 여림은 오래가면 엄청난 내구력이 되는 거예요. 그게 가장 부러웠고, 저도 배우고 싶었어요.”
마지막으로 ‘그녀가 죽었다’의 관전포인트도 전했다.
“훔쳐보는 자, 훔쳐사는 자들의 이야기에요. 조금 이상한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스스로도 질문을 던지는 게 있을 거예요. 많이들 봐주길 바랍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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