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은 직장 문화? 난 그런거 싫어요”…MZ에겐 되레 마이너스, 中企도 변해야 [매경 데스크]
중소기업 취업 꼭 손해는 아냐
中企도 임금 탓만 하지 말고
워라밸 중시 청년층 고려해
MZ 맞게 복지·문화 향상부터
요즘 한국 유통가를 휩쓸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수년 전 한국 방송에 나와 강연한 영상을 접하게 됐다.
그는 “대기업은 프로세스를 배우기엔 좋지만 큰 기계의 부품 역할밖에 할 수 없다”며 “반면 중소기업에서 일하면 꿈과 열정을 배우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면 회사 전체가 돌아가는 방식을 배우고, 운영하는 능력까지 키울 수 있다는 게 마윈의 조언이었다.
벤처·중소기업을 담당하는 기자로서 많은 창업자들을 만났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중소기업 취업의 장점은 마윈의 말과 일맥상통하다.
지금 중소기업 현실은 어떤가. 청년들은 취업난 속에서도 중소기업에는 안 간다고 한다. 대기업 취직을 준비하다 안 되면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쉰다니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중소기업 취업을 조건으로 운영되는 대학의 계약학과는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2019년 전국적으로 15개가 운영되던 게 지난해 7개로 반토막이 났다. 학생들이 계약된 중소기업에 가길 꺼려하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등록금을 반납해야 하는데도 ‘그냥 두세달치 월급 안 받은 셈 치면 된다’며 지원금을 뱉어내고 있다고 한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누구나 안다. 임금, 근무조건, 복지 등이 대기업보다 열악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청년 눈높이는 높아졌고, 모험보다는 안정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청년 탓만 할 것인가.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 중에는 중소기업 특유의 꼰대 문화도 있다. 중소기업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가족 같은 문화’는 MZ 세대에게 오히려 마이너스다. 가족 같은 문화로 포장한 가부장적 문화기 때문이다.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 후 가장 후회되는 회사’ 1위가 꼰대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였다. 야근과 주말 출근이 많은 회사는 3위, 월급이 적은 회사가 4위였다.
이런 경향에 민감한 대기업들은 MZ 세대에 맞춰 사내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 ‘중소기업의 건강한 일자리 가이드’를 연구한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는 “직장을 고를 때 연봉이나 성장 가능성을 우선시하던 구직자 눈높이가 복지, 조직문화, 고용안정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급이 좀 적더라도 ‘워라밸’을 중시하는 게 요즘 MZ다.
임금 격차 탓만 해서도 답이 안 나온다. 중소기업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유연한 근무 형태로 일·가정 양립을 적극 돕고, 소통하는 조직문화를 만들며, 중소기업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회사)으로 성장하는 성공 사례를 통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우선시 해야하는 역할은 중소기업 근무 청년들에게 추가 세제 혜택을 주거나, 교육비와 주거비 등을 지원해 임금 격차 해소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대한민국 고용의 81%를 담당한다. 중소기업 현실을 건강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도 건강해질 수 없다.
대기업 정규직. 물론 매력적이다. 그러나 지금 대기업은 과거처럼 정년이 보장되지도 않고, 한창 일할 나이에 명예퇴직 또는 정리해고가 일상화돼 있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에서는 더 다양한 기회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창업을 생각한다면 중소기업이 더 나을 수 있다. 100세 시대다. 20~30년 직장생활을 한다고 봤을 때 마윈의 말처럼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이 꽤 괜찮은 선택지라고 본다. 청년들도 인식을 바꿔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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