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MC 반대... KBS '역사저널 그날' 제작보류 후 해산통보

박지은 기자 2024. 5. 1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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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 앉히려던 이제원 제작1본부장, 잠정 폐지 고수
제작진 "이 본부장, 협의 무시한 채 조수빈 섭외 강요"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불방 결정을 내렸던 이제원 KBS 제작1본부장이 이번엔 ‘역사저널 그날’ 프로그램 제작 무기한 보류와 제작진 해산 통보를 내렸다. KBS ‘역사저널 그날’ 제작진은 13일 성명을 내어 이제원 본부장과 박민 사장을 향해 “사실상 폐지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프로그램을 정상화하라”고 촉구했다.

KBS '역사저널 그날' 홈페이지.

‘역사저널 그날’ 제작진이 낸 성명에 따르면 이제원 본부장은 프로그램 개편 이후 첫 녹화를 사흘 앞둔 4월25일 저녁, 이상헌 시사교양2국장을 통해 조수빈 전 채널A 앵커를 MC로 내정시킬 것을 지시했다. 이미 제작진은 4월 초 유명 배우를 MC로 섭외했고, 일부 코너 촬영까지 마친 시점이었다.

제작진은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조수빈 전 앵커가 현재 백선엽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이고, 또 다수의 정치적 행사 진행을 본 이력이 있어 “중립성이 중요한 역사 프로그램에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제원 본부장의 MC 내정 지시 이후 녹화는 계속해서 연기된 상황이었다. 그 사이 조수빈 전 앵커는 5월8일 프로그램 불참 의사를 통보했으나 이제원 본부장은 “조직의 기강이 흔들렸으니 그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잠정적 폐지를 고수했다고 한다. 결국 10일 제작진은 이제원 본부장의 지시를 받은 이상헌 국장으로부터 “역사저널 그날을 기한 없이 보류하고 제작진을 해산시키라”는 통보를 받았다.

제작진은 성명에서 “프로그램만은 살려달라는 제작진의 요청은 ‘흔들린 조직 체계를 잡아야’, ‘항명이 있어서’라는 실체 없는 이유로 무시됐다. 제작진이 왜 조수빈씨여야 했는지 물었으나 ‘MC로 섭외된 해당 배우보다 조수빈이 낫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이제원 본부장이 방송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 KBS 편성규약을 어겼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제작진은 직접 사장에게 편지글을 올렸고, 부사장과의 면담을 통해 부당함을 알리기도 했다. 이 상황이 외부에 알려져 프로그램에 불필요한 악영향을 미칠까, 제작진은 속으로만 앓으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면서 “하지만 이제원 본부장은 자신의 독단적인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 사태를 알고 있는 박민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 또한 폭탄 돌리기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제작진은 “유명 인기 배우의 MC 출연 확정 소식에 협찬도 2억여원가량 진행되고 있던 찰나였다. 사실상 프로그램 폐지 통보로 인한 제작 비용 손실과 잃어버린 신뢰 등 무형 자산의 손실은 모두 이제원 본부장의 책임”이라며 “이제 어느 출연자와 스태프가 KBS와 일하려 하겠는가. 작가진을 포함한 100여명의 스태프와의 신뢰 관계는 산산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앞서 이제원 본부장은 4월18일 방영 예정이던 ‘다큐인사이트’의 세월호 10주기 방송을 제작진 반대에도 6월 이후로 방영 연기하고, 프로그램 내용도 다른 재난들과 엮으라고 통보해 KBS 안팎의 큰 반발을 샀다. 결국 세월호 10주기 방영은 무산됐다.

언론노조 KBS본부 5월7일 노보.

지난 4월30일~5월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실시한 ‘이제원 본부장 취임 3개월’ 긴급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내부 구성원의 반발 분위기가 감지된다.

KBS본부가 조합원 투표권자 138명을 대상으로 치른 설문조사에선 ‘이제원 본부장이 계속 제작본부 이끌 수 있다고 보는지’에 대해 조합원 99.2%가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고, ‘이제원 본부장의 세월호 10주기 방송 불방 결정 타당성’을 묻는 질문엔 조합원 96.7%, 3.3%가 각각 ‘매우 타당하지 않다’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이제원 본부장 취임 이후 KBS 시사 교양프로그램의 신뢰도, 경쟁력 평가’에 대해선 100% 부정 평가(90.9% 매우 나빠졌다, 9.1% 나빠졌다)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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