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훈씨 아니 영원한 따거, 거듭 죄송합니다[스타와치]

김범석 2024. 5. 1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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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다훈은 기자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스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MBC 시트콤 '세친구' 윤다훈에게 딸이 있는데 왜 총각 행세하는 거냐'는 사연이 눈에 띄었다.

방송사 직원을 구워삶아 윤다훈의 본명이 남광우라는 사실과 그의 주소지를 알아내는 데까진 성공.

당시 기자도 (어쩔 수 없이) 그의 생년월일을 유추해 등본을 열람했고, 실제로 그에게 딸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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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SBS ‘미운우리새끼’에서 싱글파파 시절 뒷얘기를 공개한 윤다훈(SM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내와 두 딸을 둔 화목한 가정을 꾸린 윤다훈(SM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김범석 기자]

배우 윤다훈은 기자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스타다. 뭣도 모르고 의욕만 앞섰던 기자 미생 시절, 그와의 특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여성 월간지 기자였던 필자는 애독자 엽서 담당이었다. 지난호 가장 좋았던 기사와 아쉬웠던 기사, 다뤄줬으면 하는 연예인과 아이템이 적힌 엽서를 정리, 보관하는 임무였다. 요즘으로 따지면 빅데이터 수집인 셈.

그런데 언제부턴가 ‘MBC 시트콤 ‘세친구’ 윤다훈에게 딸이 있는데 왜 총각 행세하는 거냐’는 사연이 눈에 띄었다. 전화번호가 가짜라 장난 제보일 거로 추측했지만 다음 달에도 같은 내용의 엽서가 도착했다. 급기야 ‘당신들 이렇게 일 안 할 거면 경쟁 매체 ‘여성중앙’이나 ‘주부생활’에 제보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와 함께.

부랴부랴 데스크에 보고했고 취재 착수 지시가 떨어졌다. 데스크들은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절대 못 참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대략 난감.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아본단 말인가. 당사자에게 확인하는 건 최후의 수단인 만큼 빌드업이 필요했다. 제보자 연락처도 없고 경쟁지가 알기 전에 어떻게든 사실 확인을 해야 했다.

방송사 직원을 구워삶아 윤다훈의 본명이 남광우라는 사실과 그의 주소지를 알아내는 데까진 성공. 그의 집 근처에서 며칠 잠복 취재했지만, 당시 ‘세친구’의 인기가 어마어마해 그의 스케줄이 장난이 아니었다. 늘 꼭두새벽에 나가 자정 넘어 귀가하는 그를 멀리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믿는 구석이 하나 있긴 했다. 지금은 엄연한 범죄이지만 당시만 해도 개인정보 보호가 엉망일 때라 남의 등초본을 누구나 떼어볼 수 있었다. 연예인의 비밀 결혼과 이혼, 입출국 기록도 이런 식으로 확인하는 게 관행이었다. 당시 기자도 (어쩔 수 없이) 그의 생년월일을 유추해 등본을 열람했고, 실제로 그에게 딸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당시 그의 중학생 딸은 윤다훈의 모친이 양육하고 있었다. 90%의 주변 취재를 마쳤고 마지막 남은 퍼즐, 본인 확인만 남은 상황. 인터뷰를 잡았고 한 광고 촬영장에서 그를 1:1로 만났다. ‘이성에게 작업을 건다’는 표현을 그가 처음 했는데 그 유행어 덕에 윤다훈은 당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광고 모델이었다.

밑반찬 격인 근황 토크 말미에 석고대죄하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따님이 있으시던데요?” 그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는 게 느껴졌고 오랜 정적을 깬 그가 이렇게 말했다. “이거 어쩐담. 오늘 기자님이 저한테 큰 숙제를 하나 가져오셨네요.”

좀 전의 화기애애함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대기실은 어색하고 서늘한 공기가 지배했다. 윤다훈은 속상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전화했고 쫄보가 돼있는 기자에게 되물었다. “근데 쓰실 건가요? 맞아요. 제가 딸이 있는데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어요. 한번 넘어가 주시면 어떨까요?”

결국 월간지 발매에 맞춰 윤다훈은 기자회견을 열었고 딸의 존재를 알렸다. 특종을 해 데스크를 기쁘게 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그의 밥줄이 끊기면 그 원망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그런데 하늘이 도왔다. 등 돌릴 줄 알았던 여성 팬들이 ‘책임감 있는 남자’라며 윤다훈을 응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친구'는 건재했고 광고도 모두 재계약 됐다. 오히려 신뢰감을 중시하는 금융권까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된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윤다훈에게 기자는 여전히 ‘죄인’이자 ‘웬수’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 앞에서 타박 대신 늘 따뜻하게 대해준다. 속마음까진 모르겠지만 ‘기자로 밥 먹고 살려면 어쩌겠냐. 동생도 애쓴다’는 인생 선배로서의 측은한 격려가 느껴진다. 많은 말이 필요없다. 모든 게 ‘으이그, 인간아’에 축약돼있다. 윤다훈에게 얻은 교훈은 인생지사 새옹지마다.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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