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뒤덮은 붉은 오로라…길흉 따지며 잠 못드는 중국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5. 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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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만에 최대 태양활동..中 북부 전역서 오로라 관측된 가운데 '불면증' 연루설도
사진작가 가오젠밍이 베이징 화이러우구 무티엔위 만리장성에서 오로라를 포착했다. /사진=신징망(新京?)


무려 21년만에 최대 규모로 불어닥친 태양 폭풍으로 중국에서도 다수 지역에서 오로라가 관측됐다. 특히 베이징 만리장성 위로 붉은 오로라가 펼쳐지는 장관이 연출되며, 가뜩이나 용의 해를 맞아 들뜬 중국인들은 더 설렌다. 반면 일각에서는 오로라로 상징되는 지나친 태양활동이 불면증이나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제기, 중국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중국 기상청 산하 국가우주기상감시경보센터는 지난 11일 오전 지자기 폭풍 적색경보를 발령, 그날부터 3일동안 태양 활동이 중간 이상으로 매우 활발하게 관측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13일 중국 현지언론들이 전했다. 지구자기장 교란 현상인 오로라도 지구 전역에서 다수 나타났다.

오로라는 통상 북유럽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많이 관측되지만, 중국에서도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와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 북부 네이멍구자치구 등 지역 일부에서 겨울 한 때 오로라가 관측된다. 신장 북부 알타이 지역은 아예 오로라를 관광상품화해 이번 지자기 폭풍 기간 오로라 관측이 쉽도록 아예 모든 건물의 야간 조명을 일시 조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오로라는 북부 일부지역 뿐 아니라 베이징 근교 만리장성 인근에서도 관측돼 화제다. 지난 11일 밤 오로라가 관측되자 베이징 기상대는 "매우 강한 지자기폭풍이 발생할 경우 통상 고위도 지역에서 관측되는 오로라가 중저위도 지역이나 심지어 적도지역까지 확대 관측되기도 한다"며 "물론 아주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12간지 중 용의 해를 맞아 들뜬 중국에서 오로라는 상서로운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베이징 지역에서는 구형인 지구 특성 상 고고도지역에서 형성되는 붉은색 오로라가 주로 관측됐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바이두 등 중국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연이어 오로라를 지상, 혹은 항공기 안에서 촬용한 사진들이 게재된다. "성자가 탄생할 조짐"이라는 댓글도 보인다.

반면 오로라에 대한 뜻밖의 우려 여론도 있다. 만리장성 위로 드리운 오로라 영상을 올린 인민일보 공식 웨이보 계정엔 수천개의 '좋아요' 표시와 댓글이 달렸는데, "며칠 간 불면증에 시달렸다. 이게 다 태양폭풍 때문이냐"라거나 "최근 식욕이 사라지고 정신적 불안정을 느끼고 있는데 오로라와 연관된 듯 하다"는 등의 댓글이 다수 달렸고, 상당수의 동의를 얻고 있다.

특히 오로라로 대변되는 지자기폭풍이 자성을 이용해 이뤄지는 병원 검진이나 치료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오로라=불면증' 우려가 확산하자 당국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롱자오진 중국 과학원 지질지구물리학연구소 연구원은 현지 관영언론에 "지구는 자기장으로 보호받고 있으며 자기폭풍은 태양물질에 대한 면역반응이라고 보면 된다. 오로라는 오히려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항저우 술란병원 얀라이싱 심혈관의학과 부주임 역시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자기 폭풍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으며, 심장박동기 가동이나 자기공명장치를 통한 건강검진 등의 오류도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객관적으로 지구 상황을 보면 길조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과학원은 지자기 폭풍이 위성이나 전력망, 전력시설, 심지어 송유관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우주환경이 달라지면서 위성에 영향이 커진다는게 중국 과학당국의 우려다. 미국과 위성 대격돌을 벌이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상부대기 밀도가 높을수록 위성 작동 저항이 증가, 위성의 노화 속도가 빨라진다. 뜨거운 플라즈마가 주입돼 위성 표면이 손상될 수 있으며 에너지 밀도가 높은 전자기폭발은 위성 내부에 충격을 줄 수 있다.

태양의 격렬한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왕진송 국가우주기상감시경보센터 소장은 "현재 태양 활동이 정점에 이르렀으며 정점은 2024~2025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태양 플레어, 지자기 폭풍과 같은 우주 기상 현상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과학적 현상일 뿐, 국민의 건강이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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