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M의 인사이트 경영] LoL 버추얼 아이돌, NBA AR 관람…디지털 팬덤 비즈니스
2023년 세계를 휩쓴 단어가 있다면 바로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일 것이다. 미국의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월드 투어 콘서트를 여는 곳마다 지역 경제가 살아나면서 생긴 신조어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스위프트의 미국 투어가 2023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 이바지한 액수는 약 57억달러(약 7조864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바야흐로 한 가수의 팬덤이 국가 경제까지 움직이는 시대가 왔다. 이제 팬덤은 ‘누군가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집단’의 의미를 넘어, 비즈니스의 핵심 소비층이자 성공 요인’이라는 인식이 확실히 자리잡혔다. 특히, 팬덤의 형성과 확장에 기여해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동력은 바로 디지털 기술이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물리적 제약과 공간의 경계를 허물었고, 기업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AR 활용한 팬덤 마케팅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이하 LoL)’의 제작사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는 2014년부터 캐릭터를 멤버로 한 버추얼 아이돌 그룹을 결성해 음반을 발표하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LoL 버추얼(가상) 아이돌은 2018년 데뷔한 ‘K/DA’이다. K/DA는 게임 속 여성 캐릭터 아리, 아칼리, 카이사, 이블린을 멤버로 한 K-POP(K팝) 장르 걸그룹으로, 2018년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개막식 공연을 통해 세간의 큰 관심을 얻었다.
그 이유는 증강현실(AR) 기술 덕분이다. 이 무대는 음원을 녹음한 실제 가수와 버추얼 멤버가 함께 공연하는 모습으로 구현됐다. 또한 버추얼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가수의 안무와 입 모양을 그대로 본떠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연출되어 놀라움을 더했다.
K/DA의 공연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공연을 관람한 글로벌 팬들에게 ‘현실에 등장한 게임 세계관’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느끼게 했다는 평가다.
라이엇 게임즈는 2023년 LoL 월드 챔피언십 무대를 통해 또 다른 버추얼 그룹 ‘하트스틸’을 공개하며 가상 아이돌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AR을 포함한 다양한 그래픽 기술을 도입해 게임 세계관을 대중문화·예술과 융합하는 라이엇 게임즈의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게임 팬덤과 함께 실제 가수의 팬덤, K팝 장르를 좋아하는 일반 소비층까지 흡수하며 콘텐츠 팬덤 확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NBA 팬덤 겨냥한 디지털 플랫폼 ‘코트옵틱스’
적극적인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해 혁신적인 성과를 얻고 있는 또 다른 사례로 미국 프로 농구 연맹(NBA)이 있다. 젊은 세대가 점점 떠나가고 있는 미국 스포츠 중계 시장에서 기성세대 팬보다 Z 세대(1997~2010년생) 팬의 비율이 더 높은 리그는 NBA가 유일하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농구 경기 시청을 컴퓨터 게임을 하듯 몰입도 있게 만든 덕분이다. NBA는 2021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애저(Azure)와 함께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선수들의 코트 위 플레이를 추적 및 분석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팬들에게 전달하는 플랫폼 ‘코트옵틱스’를 출시했다. 경기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캡처해, 한 경기당 약 1000만 개의 데이터를 생성하면, 애저의 AI가 해당 데이터를 분석해 결괏값을 제공한다.
NBA 팬들은 코트옵틱스를 통해 선수별 슈팅 유형, 수비 효율성, 움직임 속도 등의 상세한 데이터를 게임 속 캐릭터의 능력치를 보듯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NBA의 자체 유료 동영상 구독 서비스인 ‘NBA 리그패스’도 새로운 팬덤 경험을 만들고 있는 일등 공신이다. 서비스 구독자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있으며, AR 기기를 연결하면 더욱 재밌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패스를 주고받는 선수들의 이름과 득점률이 선수의 머리 위에 표시되며, 빠른 속도로 달리는 선수들의 발에 돌풍이 나타나거나 슛이 성공했을 때 공 주위에 불꽃이 피어나는 등 화려한 시각 효과가 더해져 몰입도를 한층 높여주기 때문이다.
팬덤 비즈니스 새 수입원으로 부상한 NFT
NBA는 스포츠 팬덤 비즈니스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를 도입한 시초 격이기도 하다. NBA는 2020년 선수들의 30초짜리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디지털 카드 형태의 NFT로 제작한 ‘NBA 톱 샷’을 출시했다.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좋아하는 선수의 활약 장면을 담은 포토 카드를 수집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문화다. NBA는 팬들의 수집 문화에 NFT 기술을 융합해 디지털상에서의 독점적 소유권을 부여하고 나아가 판매와 투자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NBA 톱 샷은 최근 증권법 위반 소송으로 한 차례 논란에 휩싸였지만, 이는 동시에 NFT 시장에 대한 관심이 주춤한 지금도 톱 샷이 꾸준한 관심을 얻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인에비터블’의 저자이자 정보기술(IT) 매거진 ‘와이어드(Wired)’의편집장 출신인 케빈 켈리가 “1000명의 골수팬만 있다면 누구나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다. 즉, 앞으로 비즈니스의 성공은 일반 소비자를 팬덤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탄탄한 팬덤을 원한다면 리그오브레전드와 NBA처럼 강점 자산에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더해, 한 단계 더 진화한 고객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 고객과 함께 새로운 고객층까지 든든한 내 편으로 사로잡을 기회가 될 것이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