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향의 스타일노트] 돌아온 뉴진스 그리고 뉴 로맨틱 ‘걸코어 룩’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 2024. 5. 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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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신곡 ‘버블 검’ 뮤직비디오 속 ‘걸코어 룩’. 사진 어도어

포스트 소녀 시대에 만난 뉴진스. 4월 27일 공개된 뉴진스의 신곡 ‘버블 검’ 뮤직비디오는 다시 한번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왜 세계는 소녀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지키고 싶은 순수의 시대를 향한 그리움 때문이다.

소속사 하이브와 어도어 간의 소란스러운 사건 속에서 ‘버블 검’ 뮤직비디오는 공개 4일 만에 1800만 조회 수를 기록했고, 조회 수는 매일 놀라운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다섯 소녀는 바닷가를 뛰놀며 천진난만하게 여름 여행을 즐긴다. 제주도에서 송아지를 바라보며 ‘송아지 멍’ 하는 하니(실제 송아지를 좋아한다), 선풍기 바람 앞에 풍선껌 불며 장난치는 혜인, 설거지하다 거품으로 진지하게 토끼 모양을 만드는 해린, 구슬치기하며 노는 다니엘과 혜인 등 장면마다 뉴진스 멤버는 순수한 소녀 그 자체다. 그야말로 ‘유기농 청량돌’다운 영상과 음악이 1980~90년대 십대 시절을 보낸 이들의 추억을 플래시백하며, 아날로그 시대를 모르는 현재의 십 대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1990년대 레트로 패션 매력 속으로

홈 비디오 감성 영상 속 패션은 1990년대 레트로 ‘걸코어(girlcore) 룩’이다. 교복을 연상시키는 반팔 화이트 셔츠와 블랙 쇼츠, 나이키 코르테즈를 신고 바닷가를 뛰놀며, 실내에선 빈티지 프린트 티셔츠와 파자마 팬츠를 입고 있다. 특히 폭풍 검색을 일으킨 화이트 셔츠는 자라의 포켓 포플린 셔츠, 블랙 쇼츠는 유니클로의 린넨 코트 쇼츠로 알려졌다. 순수의 상징인 새하얀 셔츠를 제 멋대로 편안하게 걸친 다섯 소녀의 해맑은 모습은 아련한 감성에 빠져들게 한다.

소속사들의 분쟁 후 영상이 공개되어, 아빠와 엄마가 싸운 집에서 뛰쳐나와 현실을 잠시 잊고 자기들끼리 신나게 노는 아이들 같다는 소감도 있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너무 인위적으로 어른 흉내를 내지 않고, 그냥 그 나이답게 입어서 사랑스럽다. 사실 십 대는 그냥 새하얀 셔츠와 검정 반바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예쁠 수 있는 인생의 찰나 아니던가.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현 케이노트 대표, 전 보그 코리아 패션 디렉터

걸코어 룩, 순수함을 추억하는 힐링 패션

지금 패션계의 걸코어 룩은 어른들이 나이에 맞지 않게 입는 유치한 유아적 패션이 아니다. 그보다는 뉴진스의 ‘버블 검’ 뮤직비디오가 선사하는 감성의 연장선이다. 소녀적인 패션 코드를 통해 순수함을 추억하는 일종의 힐링 패션이며, 노스탤직 트렌드다. 또한 이 포스트 소녀 시대의 걸코어 룩은 뉴 로맨티시즘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한 해를 점령했던 영화 ‘바비’에 의해 시작된 ‘바비 코어’나 ‘발레 코어’도 걸코어 룩에 포함된다. 그러나 이번 시즌 걸코어 룩은 올드 머니 룩의 유행과 맞물리며 훨씬 정돈되고 심플해졌다. 뉴진스 ‘버블 검’ 뮤직비디오 속 패션처럼 교복 느낌의 셔츠와 쇼츠 또는 미니스커트를 스타일링해 미니멀한 걸코어 룩을 즐길 수 있다. 이때 퍼프 소매의 셔츠를 선택하면, 작은 디테일의 변화만으로 더 여성스럽거나 사랑스러운 걸코어 룩을 완성시킬 수 있다.

특히 이번 걸코어 룩에서 눈에 띄는 아이템은 폴로 셔츠로 더 잘 알려진 피케 셔츠다. 피케 셔츠는 칼라와 버튼이 있는 피케(pique·프랑스어로 면직물이란 뜻) 소재 셔츠인데, 테니스와 폴로 등 스포츠 선수들이 즐겨 입었다. 이후 엘리트 스포츠 패션의 상징으로 프레피 룩의 대표 아이템이 된다. 피케 셔츠는 1980~90년대에도 사랑받는 걸코어 룩 아이템이었다. 미우미우는 이 피케 셔츠를 사랑스러운 볼륨 실루엣의 미니스커트와 매치시켜, 스포티즘과 프레피 시크가 결합된 걸코어 룩으로 재창조했다.

1 베르사체 2024 SS 컬렉션. 사진 베르사체 2 돌체 앤 가바나 2024 SS 컬렉션. 사진 돌체 앤 가바나 3 미우미우 2024 SS 컬렉션. 사진 미우미우

그 밖에 2024년 걸코어 룩의 주요 패션 디테일은 로맨틱한 리본, 러플과 프릴, 플라워다. 리본의 경우, 지난해 보였던 커다란 리본과 함께 다양한 폭과 크기의 리본이 패션쇼에 올려졌다. 셔츠를 입고 칼라 부분에 가는 리본을 묶어 주는 것만으로도 걸코어 룩을 연출할 수 있다. 또한 러플과 프릴이 셔츠, 티셔츠, 스커트 등에 장식됐고, 플라워는 꽃 코사르주 장식이나 프린트로 표현됐다.

심플한 올드 머니 룩 이미지의 걸코어 룩을 연출하고 싶다면, 셔츠 또는 피케 셔츠를 활용한 스타일링을 눈여겨보면 된다. 좀 더 로맨틱한 걸코어 룩을 즐기고 싶다면 리본, 러플, 프릴, 플라워 디테일의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이 두 가지 스타일 모두 매력적이기 때문에, 느낌에 따라 교차하며 즐겨도 될 것이다.

패션에 담긴 그리움, 소녀 시절 추억으로

지금 유행하는 걸코어 룩은 어려 보이고 싶은 욕망이 아닌 그리움이다. 스트레스가 연속인 일상에 패션을 매개체로 소녀 시절의 추억을 초대하는 것이다. 4K의 고화질 화면, 실제와 구분이 어려워진 인공지능(AI)의 그림, 페이크(fake)가 난무하는 동영상들 속에서 홈 비디오의 낡고 투박한 영상을 봤을 때 느끼는 편안함과 같은 감정의 연장선이라 해야 할 것이다. 곧, 패션을 통한 순수의 시대를 추억하는 낭만, 오늘의 로맨티시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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