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 | “비트코인 투자할 때? 단기면 불확실, 5년 묻으면 OK”

진상훈 조선비즈 기자 2024. 5. 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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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정도 투자를 할 생각인데, 비트코인에 지금 들어가도 되는지 묻는 사람이 많다. 그럴 때마다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5년 후 나올 생각으로 들어가도 되는지 묻는 사람에게는 지금이라도 무조건 사라고 조언한다.”

올해 초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후 암호화폐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고위험 자산인 데다, 최근 가격이 9000만원대로 치솟아 섣불리 돈을 넣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면 비트코인은 다른 어떤 자산보다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이미 검증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정을 받은 데다, 금(金)처럼 총공급 물량이 한정돼 있어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높아 주식처럼 단타로 거래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동 정세 불안, 미국 금리 인하 여부 등 변수도 많다”라고 덧붙였다.

자료=업비트·빗썸·코인마켓캡

정 센터장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20여 년간 골드만삭스와 UBS,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증권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일했다. 2018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 합류하면서 암호화폐 업계에 발을 들인 그는 지난 3월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퀀트 트레이딩 기업인 프레스토의 초대 리서치센터장을 맡아 현재 홍콩과 싱가포르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를 승인하기 전인 지난해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수개월 안에 1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예상대로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50% 가까이 급등하며 1억원을 돌파했고, 현재 9000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4월 20일 네 번째 반감기를 완료했다. 반감기란 한 개의 블록을 생성하고 보상으로 받는 비트코인의 수량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뜻한다. 지난 세 차례 반감기가 지난 후 비트코인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었다. 그러나 정 센터장은 “이번 반감기가 지난 후에는 과거와 같은 급등 흐름이 재현될 것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홍콩이 암호화폐의 새로운 중심지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미국 내 ETF 투자자들이 24시간 투자할 거래소를 찾고 있어,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싱가포르 등 다른 금융 선진국도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를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3월 이후 한 달 반 동안 9000만원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암호화폐 투자 경험이 없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비트코인에 들어가도 되는지 궁금해한다.

“오늘 들어가서 내일 또는 다음 주, 다음 달에 나올 생각인데 투자해도 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한 대답은 ‘나도 모른다’ 이다. 그러나 5년 후 현금화할 생각이라면 지금 비트코인을 사라고 말할 것이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 불릴 정도로 금과 비슷한 특징이 많다. 금처럼 총공급량이 제한돼 있고,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암호화폐를 규제하고 있는 미국 금융 당국이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현물 ETF 출시를 허용한 것도 비트코인은 이미 제도권 금융시장에 편입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단타 매매로 고수익을 올리고 싶다면 말리고 싶다. 몇몇 대박 사례가 있긴 하지만, 단타 투자자 대부분은 돈을 잃었다.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주식보다 높고 노출되는 정보는 훨씬 적어 일반인이 단기 거래로 돈을 벌기가 어렵다. 수년간의 장기 투자가 아니라면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끊으라고 말할 것이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금융학, 전 홍콩 골드만삭스 아시아 주식 법인영업 담당 임원, 전 홍콩 UBS 한국 주식 법인영업 담당 임원, 전 홍콩 크레디트스위스 한국 주식 법인영업 담당 임원, 전 홍콩 노무라증권 아시아 주식 법인영업 총괄 임원, 전 코빗 리서치센터장 사진 프레스토

4월 20일 비트코인의 네 번째 반감기가 지났다. 지난 세 차례의 반감기가 지난 후 비트코인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번 반감기 이후 가격 흐름은 어떻게 예상하나.

“반감기 직후 해시레이트(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평균 연산 속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채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단기적인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그러나 자본과 기술에서 앞서는 채굴 업체들을 중심으로 해시레이트가 회복하면서 상승세가 회복될 수 있다. 또 눈여겨봐야 할 것은 과거보다 반감기에 따른 비트코인의 공급량 감소 폭이 줄었다는 점이다. 반감기가 오기 전 비트코인은 블록 하나를 채굴할 때마다 50개씩 보상으로 주어졌다. 그러나 세 차례 반감기를 거치면서 보상 물량은 25개, 12.5개, 6.25개로 줄었다. 이번 반감기에선 보상이 3.125개로 감소한다. 반감기로 감소하는 공급량이 첫 반감기의 8분의 1에 불과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 비해 제한적일 수 있다.”

홍콩이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의 출시를 승인했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미국 뉴욕과 홍콩이 모두 비트코인 ETF를 허용한 것이다. 홍콩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나.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현금 상환만 허용하고 있지만, 홍콩은 현금과 현물 상환을 모두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홍콩에서 출시될 비트코인 현물 ETF는 미국보다 거래가 쉽고, 중간에 지출되는 비용이 적어 단기간에 많은 투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에서는 또 암호화폐 거래소도 새로 문을 열 예정이다. 현재 10여 곳의 금융사로부터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VASP) 신청을 받아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현물 ETF에 기관을 중심으로 많은 자금이 들어올 경우 홍콩 소재 거래소의 유동성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금융 선진국도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을 검토 중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글로벌 영토가 어디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는가.

“나라마다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다르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미국과 홍콩이 승인했다고 해서 많은 나라가 금방 비트코인 현물 ETF를 도입할 것이라 속단하기는 어렵다. 한국과 싱가포르 모두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래하는 데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다만 아시아 선진국들이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할 경우 해외에서의 투자 자금 유입을 기대할 만하다고 본다”

반감기 이후 암호화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는 무엇이 있는가. 비트코인 가격이 연내 15만달러(약 2억700만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지금도 변함이 없나.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으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4월 19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보복 공격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가격이 5% 넘게 떨어졌다가 반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정학적 위험은 여러 국가가 뛰어들며 확전으로 번지지 않는 이상 자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기준금리인하 여부와 미국 대선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기도 했다. 만약 11월 미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단기적으로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에 중점을 뒀지만, 트럼프는 스스로 친(親)암호화폐를 표방하며 취임 후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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