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장관 요청에 현장간담회 의자배치 바꾸자 생긴 일[현장+]
지난 10일 전남 나주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를 찾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현장에 마련된 간담회 장소에 배치된 의자들을 보고 즉석에서 부채꼴 혹은 반원 형태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교실처럼 전면 테이블석 방향으로 종대로 배열된 의자들을 본 유 장관은 "편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배치를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10월 16일 취임이후 약 7개월 간, 200회가 넘는 현장 방문 등의 일정을 통해 문화·예술·관광·체육·종교계 인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유 장관은 이런 취지의 요청을 종종 하곤 했다.
특히 세종 문체부 청사에서 있었던 취임식처럼 본인이 앉을 자리가 높은 단상에 배치돼 아래로 청중들을 내려다봐야하는 경우엔 여지없이 마이크를 들고 단상 아래로 내려와 청중과 눈높이를 맞추며 말하곤 한다. 높은 위치에서 주는 위압감이 소통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평생 연기자 혹은 제작자로 살아온 그만의 무대에 대한 철학이자, 격 없는 '소통'을 즐기는 유 장관 특유의 대중 대화법이다.
이날 예술위 직원들이 집중적으로 물었던 것은 '기관 역할 조정'에 관한 것이었다. 앞서 유 장관은 취임 이후 문화예술 분야에서 특히 기관들 간에 중복돼있기도 한 창작과 제작 관련 지원업무를 일원화하거나 재조정하겠단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문체부 소속·산하 기관 중에서 본연의 업무가 아닌데도 자체적으로 창·제작까지 하는 곳에 대해선 원래 설립취지대로 기능하도록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순수예술 분야에선 예술위 업무가 대폭 조정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이를 두고 예술위 내부에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직 개편이 예정돼 있다면 구성원 입장선 업무와 자리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른단 막연한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예술위의 지난 50여년 위상을 재조명하고 대한민국 문화예술에 끼친 영향을 역사적으로 다시 봤으면 좋겠다"면서도 "우리 문예 수준은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왔으니 앞으로 50년 미래를 생각해놓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추락 밖에 없을 것이고 호랑이 등에 올라탔으니 떨어지지 않도록 제 역할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애정이 많은 만큼 채찍도 필요한 때고 대변신 시점에 왔는데 나름대로 여러분 스스로 변해주길 원한다"며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된다고 주문하고 싶고 이를 위해 문체부 실국에서 의논을 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조직이나 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기능이 바뀌거나 맡은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배치를 다시 하는 것이란 취지도 재확인했다.
반면 예술위 직원들은 기관과 조직 존속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예술위가 지역에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밖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유 장관이 줄곧 강조해 온 전 세계인이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매력적인 미술분야 글로벌 축제도 예술위에서 해보고 싶다는 한 직원의 제안도 있었다.
그는 "서울에서 열리는 각종 공연전시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예술 행정을 한다는 게 어렵겠지만 예술위와 콘진원이 와 있는 나주, 관광공사가 가 있는 원주 등 그 지역에서 먼저 예술이 꽃피고 콘텐츠가 넘쳐나고 지역 관광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지역부터 살리려고 우리가 몸부림쳐야 한다"고 독려했다.
유 장관은 이날 예술위 직원 현장 간담회에 이어 위원들과 별도 간담회를 가졌다. 바로 앞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본원에서도 직장어린이집을 둘러본 뒤 현장 간담회를 열어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후 저녁엔 전북 남원으로 이동해 춘향제 개막식에 참석한 뒤, 다음 날 전북 정읍에서 열린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에 참석했다. 11일 토요일 오후 서울로 올라와 부처님오신날 연등회에 참석하면서 취임 후 세번째 호남 방문 1박2일 주말 일정을 마쳤다.
나주(전남)=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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