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악마' 전재준·윤은성에 가려진, '인간' 박성훈의 매력

강선애 2024. 5. 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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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요즘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배우 박성훈이 요즘 욕을 너무 많이 먹어 사과가 일상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글로벌 흥행을 기록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전재준 캐릭터에 이어 최근 tv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화제 속에 막을 내린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윤은성까지, 두 작품에서 강렬한 악역 연기를 선보인 박성훈이 배우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보통 선역인 관계로, 그 주인공을 괴롭히고 갈등을 유발하는 악역이 대중의 애정을 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박성훈은 점점 더 악으로 치닫고 폭주하는 전재준과 윤은성을 연기하고도, 대중의 사랑을 얻는 데 성공했다. '더 글로리' 이전 13만 명 정도였던 박성훈의 SNS 팔로워 수가, '눈물의 여왕'이 끝난 현재 140만 명이 넘는 것만 봐도, 그를 향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가늠할 수 있다.

박성훈이 매력적인 악역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아무리 극악무도한 캐릭터라도 설득력 있게 표현해 낸 그의 연기력에서 기인한다. 물론 캐릭터의 서사를 탄탄하게 구축한 작가의 필력이 중요하지만, 그렇게 그려낸 악역을 살아 숨 쉬는 입체적인 인물로 탄생시키는 건 결국 배우의 몫이다. 악행을 미화시켜서는 안 되겠지만, 전재준과 윤은성은 악인이면서도 결핍에서 오는 외로운 감정이 왠지 모를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들이었다. 이들의 무지막지한 악행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면서도 그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 박성훈의 악인 연기는, 전재준과 윤은성의 치명적인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박성훈이 악역으로 연거푸 큰 사랑을 받으며 '악역 전문 배우'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사실 그는 악역도 선역도 잘 어울리는 배우다.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한 후, 드라마, 영화, 연극 무대를 넘나들며 50여 편의 작품에 참여해 왔다. 그중에는 '하나뿐인 내 편'의 착한 주인공 장고래 캐릭터도 있었고, '더 글로리' 이후 선보인 '남남', '유괴의 날'에서는 진실을 좇는 경찰로 변신하기도 했다.

배우로서 맡은 역할을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소화해 온 박성훈인데, 최근 선보인 두 작품의 파급력이 워낙 크기에 그에게 '악역'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씌었다. 하지만 그를 악역이 잘 어울리는 배우로만 보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다. 전재준, 윤은성에 가려진, 그 너머 '인간' 박성훈도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 박성훈의 악역

박성훈은 '눈물의 여왕'에서 온갖 계략으로 재벌 퀸즈그룹을 차지하고, 오랫동안 짝사랑한 퀸즈 3세 홍해인(김지원 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남편 백현우(김수현 분)에 살인 누명까지 씌우는 윤은성 역할을 열연했다.

'더 글로리' 전재준의 잔상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상황에, 또 다른 작품에서 악역을 한다는 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박성훈은 '눈물의 여왕' 윤은성을 맡는 것에 대해 "악역을 여러 번 해왔기에, 크게 부담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전재준과 차이를 두기 위해, 섬세하게 윤은성 캐릭터 구축에 나섰다.

"'더 글로리'의 전재준과 못된 빌런 포지션인 것도 비슷한데, 재준이는 딸 예솔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진심이고, 은성이는 해인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진심이에요. 그래서 두 캐릭터가 더 비슷해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아, 어떤 차별점을 둘지 고민했어요. 외적으로 전재준은 날티가 나게, 은성이는 단정하고 젠틀해 보이도록 꾸몄어요. 어투도 재준이는 억양의 높낮이 차이를 많이 주고, 은성이는 단조롭게 가려 했어요. 또 재준이는 화를 내더라도 위협적이지 않은 느낌이 들었으면 해서 말할 때 어미만 강조하는 방식으로 화를 냈고, 반대로 은성이는 앞부분을 강조했어요. 그렇게 세세하게 재준이와 은성이의 차이점을 두며 연기하려 했어요."

박성훈은 악역을 소화할 때, 그 캐릭터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어떤 결핍이 있어 그런 성향을 갖게 됐는지, 성장 과정이나 사회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첫 악행은 무엇이었는지, 그런 배경을 상상하며 입체적으로 캐릭터에 접근한다. 이를 통해 캐릭터의 스타일링이나 말투, 표정 등을 잡아가는데, 아무래도 '박성훈'이라는 하나의 몸을 통해 발현되다 보니 이전에 맡았던 캐릭터와 결이 비슷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윤은성을 보며 전재준을 떠올렸다는 시청자들이 존재한다. 박성훈은 이런 반응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진 않았다.

"다르게 봐주시는 분도 계시고, 유사하게 봐주시는 분도 계세요. 전 몸을 악기처럼 사용하는 배우잖아요. 비슷해 보이는 포인트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다르게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지도 않아요. 그보단 이 대본의 감정과 상황에 더 집중하려 해요."

전재준이든 윤은성이든, 두 악역 모두 너무 잘 소화한 탓에 '본캐' 박성훈이 욕을 먹는 건 감수해야 할 일이다. 최근 그는 식당 이모님한테 '등짝 스매싱'도 맞았다고 한다. 그는 '더 글로리' 때보다 이번 '눈물의 여왕'으로 더 많은 욕을 먹는 거 같다고 체감 정도를 밝혔다.

"'눈물의 여왕'으로 더 욕먹은 듯해요. (웃음) 재준이는 나름 유머 코드가 있어 재밌게 봐주셨던 거 같아요. 그런데 은성이는 항상 심각하고, 백현우-홍해인 커플 사이를 훼방하니까. 제 SNS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다 읽을 수도 없을 양의 욕 메시지가 왔어요. 육두문자도 있고, '죽여버리겠다'는 협박도 있어요.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많은 펀치를 맞긴 했는데, 그게 불쾌하진 않아요. 그만큼 시청자가 저희 드라마를 사랑해 주시고, 백홍커플(백현우-홍해인)에 진심으로 몰입했기 때문에 오는 재밌는 피드백이라 생각해요."

연기하는 캐릭터에 집중하다 보면, 배우의 실제 성격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전재준에 윤은성으로 이어지는 비뚠 욕망의 악역 연기에 빠져있었던 박성훈도 자신의 변화를 언급했다.

"제가 메소드 연기를 하는 건 아닌데, 배우들이 다 조금씩 역할의 영향을 받긴 해요. 제가 까불까불한 캐릭터를 연기하면 평소에도 텐션이 올라가 있고, 우울한 연기를 하면 저도 우울해지기도 해요. 전 평소에 화를 안 내요. 근데 악역을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욱하는 게 생기더라고요. 갑자기 난폭운전 하는 분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욱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래서 스스로를 자제시키려 해요."

남들에게 듣지 않아도 될 욕을 먹고, 악역의 영향으로 욱하는 감정이 튀어나와 깜짝 놀랄 때가 있다고 하면서도, 박성훈은 현재 또 다른 악역을 소화하고 있다. 현재 태국을 오가며 영화 '열대야'를 촬영 중인데, 거기서도 악역을 맡았다.

"방콕에서 마약을 파는 마약 판매상 역할이에요. 이 작품을 기점으로 당분간 선역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웃음) 배우로서 제가 대학로 무대에 설 때부터, 그런 욕심이 있었어요. '선역과 악역을 넘나드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는 거요. 그런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두 경우를 다 할 수 있다는 게, 저한텐 배우로서 큰 행운이고, 축복이라 생각해요. 다양한 성향의 인물을 맡아 연기한다는 게 즐거움이죠."

'눈물의 여왕'은 백현우의 가족과 용두리 마을 사람들, 홍해인의 퀸즈가 사람들의 갈등과 융화가 따뜻한 재미를 주는 드라마였다. 하지만 이들과 대척점에 선 윤은성은 늘 어두운 그늘 아래서 심각해야 했고, 자신을 버린 모친 모슬희(이미숙 분)와도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쳐야 했다.

박성훈은 윤은성을 연기하며 "외로웠다"고 말한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이 연기한 윤은성에 애처로운 마음이 강했다.

"(김)지원 씨도 '은성이가 너무 짠하다'고 얘기하곤 했어요. 저도 은성이를 연기하려면 감정이입을 해야 하니, 스스로 애잔함을 더 느꼈던 거 같아요. 술에 취해서 해인이한테 '우리 둘 다 가족들한테 버림받았으니, 같이 미국 가서 살자'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너무 오열해서, 나중에 감정을 죽이고 다시 촬영했던 신이에요. 마지막 회 은성이의 사망신을 방송으로 보는데, 거기서도 눈물이 많이 났어요."

홍해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윤은성은 급기야 그녀를 납치하고, 죽여서라도 갖겠다는 그릇된 욕망으로 폭주하다가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박성훈은 이런 윤은성의 죽음 엔딩이 꼭 필요했다고 말한다.

"전 은성의 죽음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은성이 죗값을 치르러 감옥에 들어가더라도, 평생 해인이만 사랑하고 집착해 온 인물이라 언젠가 석방이 되면 또 백홍커플을 괴롭힐 거 같아요. 그래서 은성이의 죽음이, 백홍커플의 사랑을 완성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의 죽음이 애처롭긴 했어요. 어릴 적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 적도 없고, 평생 해인이만 생각하고 집착하느라 제대로 된 연애도 한 번 못 해봤을 윤은성이라, 그렇게 뒤틀린 사랑을 결국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다는 게, 애처롭더라고요. 그렇게 층층이 쌓은 감정이 많아서, 죽음신을 연기할 때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 R=VD, 구체적으로 꿈꾸면 이루어진다

'눈물의 여왕' 최종회 시청률은 평균 24.9%, 최고 27.3%(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까지 치솟으며 tvN 역대 시청률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넷플릭스 글로벌 1위 '더 글로리'에 이어 '눈물의 여왕'의 뜨거운 인기로, 박성훈의 인지도도 굉장히 높아졌다. '박성훈'이란 이름이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동명이인이 63명이나 있는 흔한 이름인데, 그들 가운에 배우 박성훈이 가장 먼저 노출되는 것만 봐도 그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더 글로리'로 인지도가 확 급상승했는데, '눈물의 여왕'으로 훨씬 더 많이 알아봐 주시는 느낌이에요. 영화 촬영 때문에 태국에 오가는데, 현지인 분들도 알아봐 주시고, 공항에서 만난 다른 국가 분들도 알아봐 주세요. 제가 마스크랑 모자를 쓰고 지나가면 못 알아봐야 하는데, 제가 말을 하면 목소리로 확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이사를 해서 뭘 설치하려고 전화로 연락드리면, 이미 목소리로 저라는 걸 알고 오셨다고도 해요. 그런 거로 확실히 인지도가 전에 비해 많이 상승했구나, 실감하고 있어요."

2008년 데뷔해 배우로서 17년 차인데, 이제야 박성훈은 제대로 된 '전성기'를 맞았다. 그런데 박성훈은 이제 '시작'이라 말한다.

"전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훌륭한 작품들이 제게 주어진 것에 감사해하며, 이걸 발판으로 발돋움을 해야죠. 다시 초심을 잡고 이제부터 시작이란 마음으로, 또 좋은 작품들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활발한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상승세를 탄 박성훈의 좋은 기운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하반이 공개될 전 세계 최고의 기대작,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에 출연하기 때문이다. 그는 '눈물의 여왕'을 촬영하며 동시에 '오징어게임2' 촬영에도 임했다.

"6개월 이상 두 작품을 동시에 촬영했어요. 지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잠도 못 자고 촬영했죠. 윤은성이 사망하는 장면도, '오징어게임2'랑 병행하느라 대전과 정선을 오가며 찍은 거예요. 고된 행군이었고 체력적으로 굉장히 소모됐지만, 직업적인 만족도는 최고였어요. 몸은 피곤해도 기분은 항상 좋았어요. 제가 대학교 03학번이라 연기라는 걸 접한 지 20년이 됐는데, 20년 만에 이런 천운이 왔다고 생각했어요. 양쪽 팀에 최고의 제작진, 훌륭한 배우들이 모두 있었으니까요. 선후배 동료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마치 전성기 때 레알마드리드를 보는 거 같았어요. 여기 베컴이 있는데, 저기 지단이 있는, 그런 올스타팀에 제가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누구 하나 연기 구멍이 없었죠. 항상 모니터에 붙어서 구경하며 '진짜 잘한다' 감탄하곤 했어요."

박성훈이 '오징어게임2' 출연에 벅찬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따로 있다. 단순히 글로벌 흥행작에 참여하게 됐다는 것에서 오는 기쁨이 아니다. 그의 '오징어게임2' 출연은,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기적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제가 'R=VD(Realization=Vivid Dream)'라고, 구체적으로 꿈을 꾸면 이뤄진다는 말을 맹신해요. 그동안 제가 세운 작은 목표들을 모두 이뤘거든요. 처음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으로 시작해 '알바를 안 하고 연극만 하고 싶다', '오디션을 안 보고 작품에 들어가고 싶다', '매체 연기로 넘어가고 싶다' 이런 꿈들을 다 이뤄왔어요. 집에 칠판이 있는데, 거기에 이런 꿈들을 적어 놔요. 거기에 '유퀴즈 출연'도 있었는데, 최근에 그것도 이뤘어요. 3년 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 놀러 갔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당시 '지옥만세' 감독님한테 '다음에 부국제에 꼭 초청받아 오자'라고 했었는데, 진짜 그 영화를 찍고 부국제에 가게 됐어요. 그렇게 다시 찾은 부국제에서 '지옥만세' 팀과 함께 이야기하며, 다 같이 뭐든 좋으니 이루고 싶은 꿈을 이야기해 보자 했어요. 전 그때 아무 생각 없이 '오징어게임2 출연'이라고 말했어요. '오징어게임' 측과 아무런 연도 없었는데, 그냥 말한 거예요. 근데 그게 진짜 실현됐어요. 너무 신기하죠."

▲ 연기 인생 20년, 새롭게 세운 목표

다혈질적인 전재준과 치밀한 성격의 윤은성과 달리, '본캐' 박성훈은 살짝 허술한 게 매력인 사람이다. 사주앱을 즐겨 보며 하루를 점치고, '불멍' 유튜브 영상을 틀어 놓고 힐링을 한다.

"실제 성격이 평범하진 않아요. 대학로에서 연극할 때부터 친하게 지내는 누나가, '넌 손이 엄청 많이 가는 스타일'이라 해요. 항상 누가 절 챙겨줘야 한대요. 핸드폰을 두고 나오기 일쑤고, 신발을 짝짝이로 신기도 해요. '넌 배우 아니었어도, 챙겨줄 매니저가 필요했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사주앱을 즐겨 보는데, 점수가 높고 풀이가 좋으면 기분이 좋아요. 점수가 낮거나 안 좋은 풀이가 나오면, 잊어버리려 해요. 그렇게 재미로 보는 거지, 맹신하는 건 아니에요.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릴랙스를 위해 사우나에 가요. 악역을 하면 소리도 많이 지르고 근육도 경직돼서, 그런 걸 좀 풀어줘야 하거든요. 또 유튜브로 불멍 영상을 틀어놓고 명상도 하고, 와인 한 잔이나 맥주 한 캔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어요."

대학 때부터 20년간 연기를 해 온 박성훈은 지난 연기 인생을 돌아보면 '나 진짜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지난해 말 '오징어게임2' 촬영장에서 무심코 슬레이트에 적힌 '2023년'이란 연도를 보고, 새삼 자신이 연기한 지 20년이 됐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걸 보는데, 지난 20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그제야 '나 진짜 열심히 해왔다, 다른 데 눈 안 돌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잘 올라왔구나' 그런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어요. 스스로 기특하다 여겼죠."

'R=VD'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꿈을 꾸는 박성훈이 세운 새로운 목표는 '로맨틱 코미디' 출연이다.

"전 코미디 장르를 좋아해요. 다음에 꼭 선역을 하고 싶은데, 기왕이면 코미디가 깔린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오 나의 귀신님' 같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아직 제안이 들어온 건 없지만, 또 한 번 꿈을 꿔보는 거죠. 지금은 찍고 있는 영화 '열대야', 그리고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해 '빵야'라는 작품을 준비 중이에요."

'오징어게임2'가 올해 말 공개 예정이라, 박성훈의 2024년은 '눈물의 여왕'으로 시작해 '오징어게임2'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 두 작품만으로 박성훈에게 2024년은 뜻깊은 한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올해는 제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지도가 많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제가 양쪽 현장에서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연기하는 걸 옆에서 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거든요. 연기력은 당연하고, (김)수현이를 포함해 주연배우들, 그리고 오랫동안 활동해 온 선배님들이 어떤 이유로 이렇게 지속해서 연기해 올 수 있었는지, 작품에 임하는 자세, 스태프들과 동료들을 아우르는 태도 같은 걸 많이 배웠어요. 그것만으로도 전 얻은 게 크고 더 성장할 수 있어요. 그걸 바탕으로, 저도 더 한 발짝 올라갈 수 있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tvN]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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