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돼지신장 이식 환자 2개월만 사망…이종이식 넘어야 할 산은
미국에서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60대 말기 신장 질환자가 수술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숨졌다. 뇌사자가 아닌 환자에게 이뤄진 첫 이식 사례로 당시 의료진은 돼지 신장이 2년은 기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장기이식 환자의 희망으로 여겨지는 이종이식이 본격적으로 의료현장에 도입되고 있지만 장기간 생존하는 환자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학계에선 성공사례가 나오기 위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면역거부 반응을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13일 외신 등에 따르면 3월 16일 미국 하버드 의대 부속 메사추세츠종합병원(MGH)에서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60대 환자가 최근 숨졌다.
이 환자는 미국 바이오기업 이제네시스가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 신장을 이식받았다. 이종 간 장기 이식은 면역체계에서 비롯되는 거부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한 유전자를 교정하거나 면역작용을 상쇄시키는 유전자를 추가해야 한다.
앞서 이제네시스는 돼지 신장을 원숭이한테 이식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 중 일부는 2년 이상 생존하며 그 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보고되기도 했다. 이제네시스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의 장기 생존을 예측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유전자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과 동물 간 이종이식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성공사례는 좀처럼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면역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이식 후 약 6주 만에 사망했다. 같은 해 1월 심장을 이식받은 또 다른 환자도 두 달 만에 숨졌다. 이 환자는 면역 거부반응은 보이지 않았지만 돼지 폐럼 바이러스 DNA가 검출됐다.
이종이식의 최대 난관은 면역 거부반응이다. 면역체계는 비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인 T세포, 대식세포, NK세포 등에 의해 작동한다. 면역 거부반응은 이들 세포가 이종장기의 세포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거부반응으로 나타나는 증상 중 일부는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면역 거부반응의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일본 아이치 의대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2022년 3월 국제학술지 '면역학 프론티어'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종이식에서 초급성 거부반응(HAR)의 메커니즘은 잘 이해되고 있지만 급성 세포 거부반응(ACR)의 메커니즘은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초급성 거부반응은 이식을 받는 쪽이 보유하고 있는 혈청항체가 반응해 수시간내에 혈전이 형성되는 증상이다. 급성 세포 거부반응은 T세포의 작동체계에 손상이 발생하며 발열과 신장기능 이상 등을 일으킨다.
면역 거부반응을 사전에 예측하는 기술도 완숙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 메이오클리닉 연구팀은 지난해 1월 국제학술지 '세포 이식'에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 "이종 이식 거부반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표준화된 바이오마커로는 실제 인간 대상 이식수술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거부반응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종이식 부작용에 대한 바이오마커를 다양한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DNA나 마이크로RNA(마이크로 리보핵산·암호화가 되지 않은 작은 RNA분자) 수준의 증감이 거부반응을 예측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이식 성공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학계의 전망은 밝다. 독일 뮌헨대 연구팀은 지난해 2월 국제학술지 '동물 생명과학 연례검토'에서 리뷰 논문을 통해 "지난 몇 년 동안 이종 이식연구는 혈액 응고 거부반응 증상을 극복하는 등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향후 과제 중 하나로는 장기를 제공할 돼지를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없는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기술의 발전을 꼽았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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